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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구글 vs 네이버

'자사주 대거매입' 구글, '배당' 눈여겨본 네이버

[주주환원정책]⑩'유동성 버블' 시기 양사 TSR 60% 육박, 2022년 마이너스 전환

박동우 기자  2023-02-20 08:00:41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국내외 정보기술(IT) 업계의 대표 주자인 구글과 네이버는 주식 시장에서 각광받는 기업이라는 공통점을 형성한다. 자연스레 주주 친화적 조치를 실행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은 '자사주'를 대거 매입해왔다. 배당과 달리 계획 변경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강점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반면 네이버는 '배당'을 눈여겨봤다. 투자 목적으로 자사주를 활용하는 사례가 빈번한 데다 법적 제약까지 감안해 내린 선택이다.

주가 부양 노력을 반영하는 지표인 총주주수익률(TSR)에서는 두 회사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유동성 버블 시기에는 구글과 네이버 모두 60%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난해 증시 침체 국면에서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네이버, '법규·투자' 감안 자사주 매입 신중

네이버는 배당 지급과 자사주 매입을 함께 모색하는 방침을 오랫동안 유지했다. 다만 우선 순위로 눈여겨본 조치는 '배당 실시'였다. 2020년에 발표한 3개년 계획에 따르면 현금배당을 우선 나눠준 뒤 남은 실탄으로 자기주식을 사들여 소각하는 기조를 채택했다.

주주환원책에 필요한 재원을 결정하는 방식은 몇 차례 변화를 겪었다. 2009년 황인준 최고재무책임자(CFO) 재임 당시에는 '연간 당기순이익의 30%'였다. 2010년대 들어 당기순이익 대신 '당해년도 잉여현금흐름(FCF)'으로 기준을 바꿨다.

하지만 계열사 라인 등의 적자 여파로 2017년 이후 연간 FCF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네이버 경영진은 주주환원책의 예측 가능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원 책정 기준을 다시 보완한 시점은 박상진 전 CFO가 직무를 수행하던 2020년으로, '최근 2개년 평균 연결기준 FCF의 30%'로 최종 확정했다.





주주환원의 안정성 확립을 염두에 둔 만큼 현금 배당을 매년 실시했다. 전체 규모와 주당 지급액 모두 꾸준히 불어났다. 배당총액은 △2017년 425억원 △2019년 547억원 △2021년 763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1주당 배당금 역시 2017년 289원에서 2021년 511원으로 4년새 1.8배가량 늘었다.

배당성향 목표 이행도 순조로웠다.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5%'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제시한 수준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2020년 4.95%, 2021년 5.0%로 집계된 대목이 방증한다.

다만 연결 기준으로 살피면 배당성향이 대폭 떨어졌다. 2020년 5.92%에서 2021년 0.46%로 하락했는데, 2011년 배당을 시행한 이래 가장 낮은 비율이었다. 2021년에 일본 자회사 라인이 Z홀딩스와 경영을 통합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당시 네이버는 라인 지분을 처분한 뒤 Z홀딩스 주식 32%를 취득했다. 회계상 처분 손익을 대규모로 인식하면서 연결 순이익이 16조4776억원으로 급증했다. 배당성향 저하가 불가피했던 셈이다.





주가 부양 취지에서 자사주를 사들이는 데도 공들였다. 황인준 전 CFO가 2014년 하반기에 265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입 조치를 실행하면서 주목 받았다.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곳간지기 역할을 수행하던 2021년에도 869억원어치 주식을 소각했다.

2022년에 부임한 김남선 CFO는 자사주 매입·소각 대신 배당에 힘을 싣는 방향을 설정했다. 당초 자사주 취득에 쓰려던 1371억원의 재원을 분기배당 지급으로 돌린 사례가 방증한다. 1주당 914원을 나눠줬다. 지난해 별도 순이익 잠정치(1조1201억원)를 감안하면 분기배당만 한정지어도 배당성향이 12%를 웃돈다.

배당 중시 기조가 확고하게 굳혀진 건 사업을 확장키 위해 자사주를 활용하는 대목과 맞물렸다. 네이버는 미래에셋금융그룹, CJ그룹, 신세계 등과 잇달아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는데, 이때 구사한 방식이 '지분 스와프'였다. 미주 권역의 웹소설 감상 플랫폼 운영사인 왓패드를 인수할 때도 일부 대금 지급을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해결했다.

자사주 활용 범위가 한층 넓어진 국면에서 주주환원 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면 자칫 투자나 인수·합병(M&A) 행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됐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자기주식 취득 후 6개월 이내 처분 금지 △처분 후 3개월간 자사주 취득 불허 등 제약 조항이 존재하는 점을 간과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무배당' 기조 지향하는 구글

네이버가 배당에 방점을 찍었다면, 구글은 자사주 매입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주식을 사들인 뒤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든다.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지는 만큼 기업가치 증대에 기여할 거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급 규모가 줄어들면 주주들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는 배당과 달리 자사주 매입의 계획 축소나 중단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한몫했다.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규모는 해마다 커졌다. △2018년 91억달러 △2019년 184억달러 △2020년 311억달러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연간 자기주식 매입액은 잇달아 500억달러(65조원)를 넘겼다.

2021년에는 유동성 버블에 따른 주가 상승 효과를 더욱 배가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주식 시장이 위축되면서 주가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는 취지가 반영됐다.





'무(無)배당' 기조를 명문화한 건 눈여겨볼 대목이다.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은 2022년 연간 사업보고서를 통해 "당사는 보통주 또는 자본금에 대한 현금배당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지급을 공표한 사실도 결코 없다"고 설명했다. 여유 재원의 집행 용도를 '사업의 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invest for the long-term growth of the business)'로 기술했다.

구글과 네이버의 주주환원 성과는 총주주수익률(TSR)로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이래 지표 변화를 살피면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다. 구글은 2021년에 59.8%로 가장 높은 수치를 형성했다. 반면 네이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59.9%)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증시 침체 국면에서는 두 회사 모두 전환되면서 주가 부양 노력을 무색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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