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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한국콜마 vs 코스맥스

거미줄 네트워크는 'CFO 영향력' 중추

⑦[CFO]그룹 내 시너지 한국콜마...오너가 신임 코스맥스

박규석 기자  2023-02-20 11:11:1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은 기업마다 차이가 크다. 단순한 곳간지기에 머무르는 인사가 있는 반면 투자 계획과 전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CFO도 있다. 역할에 따라 사내 영향력도 다를 수밖에 없으며 때로는 한 명의 CFO가 그룹 전체의 재무를 책임지기도 한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어떨까. 우선 업무 범위에서는 한국콜마 CFO가 조금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한국콜마는 자체적인 자금 계획 수립과 조달, 집행 등을 CFO가 직접 관장한다. 반면 코스맥스는 단순 곳간지기를 벗어나지 않으며 지주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의 CFO가 사실상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다만 이사회 참여 등과 같은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모두 동일한 상황이다. 두 회사 모두 CFO를 이사회 멤버로 두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콜마의 경우 허현행 전 CFO가 이사회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CFO로서의 역할보다는 기타 경영적인 측면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민혁 한국콜마 상무 '그룹 네트워킹' 강점

한국콜마의 현직 CFO인 여민혁 상무의 경우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사내 또는 그룹 내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았다. 한국콜마의 첫 공채 출신 CFO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그룹 내 주요 인사들과 두터운 인연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콜마홀딩스 대표이사인 안병준 사장과는 실무자 시절부터 손을 맞춘 사이다. 안 대표는 지난 2013년 한국콜마 그룹에 합류한 재무통이다. 삼일회계법인과 참회계법인 등을 거친 인물로 당시 한국콜마 그룹의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외부에서 영입했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콜마홀딩스의 CFO를 맡을 당시 여 상무는 회계팀장을 맡았다. 2021년 안 대표가 한국콜마의 대표를 맡을 때는 여 상무가 한국콜마의 회계팀장으로 옮겨와 그를 보좌하기도 했다.


콜마비앤에이치 대표로 있는 김병묵 사장과도 인연이 깊다. 김 대표는 삼성엔지니어링 CFO를 지내다 2016년 한국콜마 인사지원본부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콜마홀딩스 대표를 역임하며 그룹 전반의 체질 개선에 힘쓴 인물로 꼽힌다. 이 시기는 여 상무가 한국콜마홀딩스에서 회계팀장을 맡던 시기로 짧은 기간이기는 하지만 여 상무는 김 사장과 안 사장을 각각 현직 대표와 CFO로 동시에 보필하기도 했다.

한상복 에치앤지 대표이사(전무)는 여 상무의 초년병 시절을 함께한 인물 중 하나다. 다만 여 상무가 2008년 입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무적인 접점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한 대표는 2010년부터 2013년(옛 한국콜마 포함)까지 한국콜마홀딩스의 CFO를 책임졌던 인사다.

안 대표 등이 한국콜마 외부 네트워킹이라면 내부적으로는 허현행 경영기획본부장 전무가 있다. 그는 여 상무가 CFO에 오르기 전까지 회사의 곳간을 책임진 인물로 사내이사로 활동하며 재무뿐만 아니라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역량을 발휘한 인물로 꼽힌다. 여 상무 입장에서는 직속 선배가 사내이사로 활동하는 격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허 전무의 이사 임기가 내년 3월 26일이라는 점도 여 상무에게는 이득이 되는 상황이다. CFO로써의 책임 등은 여 상무가 최종적으로 지겠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사내이사로 활동하는 허 전무의 조언을 가까운 거리에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이경수 회장 심복 '신윤서 부사장'

코스맥스는 한국콜마와 달리 별도의 CFO를 두고 있지 않는 만큼 직접적인 영향력 등의 비교는 어렵다. 다만 코스맥스의 지주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의 CFO 신윤서 부사장이 업무를 총괄하고 있어 대략적인 기조 등은 빗대 볼 수 있다.

한국콜마의 여 상무가 그룹 내 네트워킹이 강점이라면 신 부사장은 오너 일가의 신임을 얻은 인사로 꼽힌다. 신 부사장은 1971년 3월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삼정KPMG에서 회계사로 일하다 코스맥스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그는 분할 전이던 코스맥스비티아이(옛 코스맥스)의 경영진단 담당 부장으로 일했는데 2011년 말에 만 40세의 나이로 재경담당 이사로 승진하기도 했다. 이는 부사장급이 맡아오던 CFO 자리에 40대의 젊은 임원이 앉았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남다른 신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신 부사장에 대한 이 회장의 신뢰는 지난 2017년 코스맥스그룹이 미국 거점 마련을 위해 추진한 화장품 ODM 업체 '누월드' 인수 과정에서도 일부 드러난다. 기업 인수를 위한 대형 M&A 과정에서 신 부사장이 이 회장을 가까이서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사장은 이 회장의 장남인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와 차남 이병주 코스맥스USA 대표와도 접점이 있다. 이병만 대표는 2016년 10월부터 2019년 말까지 코스맥스비티아이 기획조정실 총괄로 일했고 이병주 대표는 2020년 초부터 약 1년간 비상근 대표이사로서 코스맥스비티아이 경영에 참여했다. 시기적으로 신 부사장이 CFO를 맡은 이후의 일이다.

신 부사장의 올해 업무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코스맥스 차원에서는 오하이오·뉴저지 공장 통합 작업 등 해외 사업에 집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인 경영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일본 법인의 생산설비 준공도 그가 신경 써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코스맥스는 일본 현지에 오는 2025년을 목표로 생산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만6000㎡ 규모의 용지를 계약했으며 올해 상반기 중 착공에 들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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