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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크래프톤

기로에 놓인 '인디안 드림'

⑥작년 인도 피투자기업 순손실 800억, '게임 서비스 중단' 악재

박동우 기자  2023-03-21 16:47:18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크래프톤은 국내와 해외를 종횡무진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축적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도 기업들을 눈여겨보고 누적 10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게임 이용자로 유입할 만한 젊은 소비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매력을 주목했다.

인도를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인디안 드림(Indian Dream)'은 기로에 놓였다. 배틀그라운드 게임 서비스 중단, 경기 후퇴 등의 악재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도 피투자기업들의 순손실이 800억원을 넘었고, 크래프톤의 연결 기준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인도 업체 5곳에 '1000억 이상' 집행

크래프톤은 2020년 이래 투자처를 세계 각지로 넓히는 데 주력했다. 당시 수익 창출원을 다변화하는 취지 아래 '해외 입지 확대'를 핵심 경영 의제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진출에 적합한 권역으로 인도, 중동, 동남아시아 등을 점찍었다. 중산층이 빠르게 늘며 시장의 구매력이 한층 커졌고, 여가 수단으로 게임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특성을 눈여겨봤다.

특히 인도 시장 개척에 공들였다. 게임과 친숙한 청년 인구의 비중이 다른 국가와 견줘 높다는 점이 매력 요인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2010년대 후반에 모바일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출시한지 1년여 만에 현지 이용자들의 다운로드 건수가 1억회를 돌파하는 등 성과도 돋보였다. 자신감을 얻은 크래프톤은 수익성이 준수하다고 판단되는 현지 기업을 찾아내 투자하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2020년 11월에 현지 법인 '펍지인디아'를 설립하면서 글로벌 사업 전진기지 역할을 부여했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이자 계열사였던 펍지의 손현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인도지사 대표로 발령했다. 중국 기업과 국내 금융권에 몸담았던 손 CFO의 경력을 살려 유망 회사 발굴과 피투자기업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크래프톤 경영진은 자사 게임 서비스와 시너지를 내는 기업을 찾는 기조를 설정했다. 지금까지 인도 회사 5곳을 대상으로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베팅했다. 2021년 3월 인도 업체 노드윈게이밍에 257억원을 들여 지분율 15%를 확보하면서 첫 발을 뗐다. 이스포츠(e-sports) 콘텐츠 제작에 특화된 기업인 만큼 자사 게임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이용자 규모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인식이 작용했다.

단연 많은 실탄이 들어간 기업은 나사디야테크놀로지스다. 2021년 8월에 522억원을 집행하면서 17.1%의 지분을 얻었다. 웹소설 연재 앱을 서비스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앞으로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토대로 게임 신작을 개발하기 수월할 거라는 기대감이 거액의 투자로 이어졌다.

◇현지당국 '제재'에 발목

크래프톤이 인도에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축적한지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자금이 들어간 현지 업체들의 경영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순손실 규모가 방증한다. 2022년에 인도 피투자기업 5곳의 순손익을 모두 더한 값은 마이너스(-) 823억원으로 집계됐다.

△나사디야테크놀로지스(-336억원) △로코인터렉티브(-302억원) △메비고랩스(-188억원) 등이 순손실을 봤다. 노드윈게이밍과 노틸러스모바일앱은 순이익을 실현했지만 2억원 안팎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온라인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운영사인 로코인터렉티브는 회수 가능액이 장부금액보다 못 미치면서 65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크래프톤은 로코인터렉티브를 겨냥해 2021년 34억원을 투입하고 2022년에는 49억원을 추가로 집행했다. 누적 83억원을 투자한 업체지만 지난해 말 장부가격이 '제로(0)'가 됐다.


인도에서 배틀그라운드 게임 서비스가 잇달아 중단한 사안이 피투자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게임이 처음 당국의 제재를 받은 시점은 2020년이다. 당시 카슈미르 접경 지대에서 중국과 무력 충돌을 겪었던 인도 정부는 텐센트가 서비스하던 배틀그라운드를 앱마켓에서 삭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절치부심한 크래프톤은 텐센트에 줬던 퍼블리싱 권리를 거둬들이고 직접 게임을 배급하는 선택을 내렸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에 인도 당국은 '이용자 정보 유출 우려'를 근거로 들어 자국 앱스토어에서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또다시 퇴출했다.

인도 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지분법손익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나사디야테크놀로지스에서 58억원의 지분법손실이 발생했다. 로코인터렉티브(-14억원), 메비고랩스(-11억원) 등도 지분법손익이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지분법손익은 영업외손실과 이익을 구성하기 때문에 연결 기준 순손익 규모를 좌우하는 요소다. 최근 3년 동안 크래프톤의 연결 기준 순이익은 해마다 줄어들었다. 2020년에 5563억원이었으나 2021년 5303억원, 2022년 5152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에 지분법손익은 -3억원에서 -353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크래프톤은 인도에 투자한 기업들의 성과를 중장기 관점에서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인구 특성을 감안하면 인도 시장의 팽창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동시에 배틀그라운드 게임 서비스를 재개하면 피투자기업의 실적 개선도 노려볼 수 있다는 기대도 갖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등과 공조해 인도 당국에 배틀그라운드 서비스 재개 승인을 계속 타진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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