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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구광모 체제' 일조했던 희성전자

⑤양자 입적 이후 희성전자 지분 팔아 재원 마련, LT그룹 계열분리에도 활용

박기수 기자  2023-05-10 16:15:18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희성전자는 옛 사명인 '상농기업' 시절부터 지분 구도가 비교적 명확한 곳이었다. 희성전자는 옛부터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3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색채가 강했다. 다만 이 과정 속에서도 크고 작은 지배구조상 변화가 있었다. 한 단계 더 들어가 이 과정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선 현재 희성그룹의 최상위회사이자 '몸통' 회사인 희성전자의 최대주주는 구본능 회장이다. 전체 지분의 42.1%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막내 아들인 구본식 LT그룹 회장이 지분 16.7%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GS그룹 오너 일가인 허정수 GS네오텍 회장과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이 지분 10%와 5%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26.2%는 자사주 형태다. LG가와 GS가가 공동으로 지분을 쥐고 있는 케이스로 흔치 않은 경우다.


◇희성전자 주식 팔고 ㈜LG 주식 산 구광모 회장

시간을 2000년대 초반으로 돌려보면 희성전자의 정체성이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희성전자의 주식은 구본능 회장이 38.1%, 구본식 회장이 25.4%를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당시 구본능 회장의 아들이었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분 23%를 들고 있었다. 나머지 13.5% 지분은 구본식 회장 장남인 구웅모 LT삼보 최대주주가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다 구광모 회장이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양자로 입적되면서 희성전자의 지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구광모 회장이 입적된 시기는 2004년 말이다. 이 직후인 2005년 구광모 회장의 희성전자 지분은 23%에서 15%로 감소했다. 8%가 줄어든 셈인데 이는 구본능 회장과 구본식 회장이 각각 4%씩 취득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 당시 희성전자는 이례적인 초대형 배당을 집행했다. 이전에는 10억원 안팎의 배당금을 풀었던 희성전자는 2004년 195억원, 2005년 120억원, 2006년 75억원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이런 재원으로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자 입적 전인 2003년 말 구광모 회장의 ㈜LG 지분율은 0.27%에 불과했는데 양자 입적 이후 희성전자의 초대형 배당과 지분 정리가 어느정도 이뤄진 후인 2007년에는 ㈜LG 지분율이 4.45%까지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GS가의 도움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은 2006년을 끝으로 희성전자 주주 명부에서 이름이 사라졌다. 구광모 회장이 들고 있던 지분 15%는 허정수 GS네오텍 회장과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이 각각 10%, 5%씩 취득했다. LG그룹의 차기 총수로 합의가 내려진 이후 '구광모 회장 회장 만들기' 작업에 희성전자와 GS그룹 오너들의 조력이 있었던 셈이다.


◇LT그룹 계열분리에 구본식-웅모 부자 희성전자 지분 이용

구광모 회장 외에도 구본식 LT그룹 회장-구웅모 LT삼보 최대주주 부자의 계열분리에도 희성전자 지분이 이용됐다. 2017년까지 희성전자는 구본능 회장이 확고한 지배력을 행사해오긴 했지만 '구본능·구본식' 형제가 공동으로 지분을 쥐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다 2017년 구본식 회장이 LT그룹으로 계열분리를 단행했다.

희성전자는 2017년 9월 LT삼보(당시 삼보이엔씨)의 지분 93.5%를 구본식 회장과 구웅모 최대주주 부자에 각각 45.3%, 48.2%를 매각했다. 지분 가치만 약 5000억원에 달하는 큰 금액이었지만 구본능 회장은 현금 대신 구본식 회장 부자의 희성전자 지분을 자사주로 받았다.

이 과정을 통해 구웅모씨의 희성전자 지분은 모두 사라졌고 구본식 회장의 지분율 역시 29.4%에서 16.7%로 희석됐다. 대신 구본식 회장은 LT삼보를 중심으로 LT메탈, LT정밀 등을 거느린 LT그룹으로 계열 분리를 완료했고, 장남 구웅모씨는 LT삼보 최대주주로 거듭났다. 이로써 구본능 회장은 공고한 '1인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됐다.

LT그룹 계열분리 이후에도 LG·GS가 오너들은 희성전자에서 지급되는 배당금을 매년 수취하고 있다. 희성전자는 작년 197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지분율대로 계산하면 구본능 회장은 약 83억원, 구본식 회장은 약 33억원을 수취했다. 허정수·허광수 회장도 각각 20억원, 10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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