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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조직 모니터

호반그룹 품에서 달라진 대한전선 CFO 권한

사내이사로 의사결정 참여, 기획·전략 기능은 분리

김형락 기자  2023-08-31 16:08:16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 조직을 보면 회사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자금 관리 위주의 '곳간지기'에 역할에 그치는 곳이 있는 반면 조달·전략·기획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된 곳도 있다. 특히 진행 중인 변화는 회사의 '현재' 고민이 무엇인지를 유추할 수 있는 힌트다. 주요 기업 CFO 조직의 위상과 역할, 전략을 조명한다.
대한전선은 대주주가 바뀔 때마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맡는 기능이 달라졌다. 2021년 대한전선을 인수한 호반그룹은 CFO가 쥐고 있던 기획·전략 권한을 떼어 독립시켰다. 사모펀드(PE)가 발탁했던 CFO를 그대로 쓰면서, 호반그룹에서 기획 전문가를 내려보냈다. 사업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그룹과 결합도를 높이는 쪽으로 조직을 꾸렸다.

대한전선은 올해 조직 개편을 실시해 이기원 재무부문장(CFO, 전무)이 담당하던 해외법인 관리 기능을 경영전략부문으로 이관했다. 에너지해외부문 아래 있던 해외본부·지사 관리 역할도 경영전략부문으로 넘겼다. 해외법인은 경영전략부문 산하 경영관리실장이, 해외본부·지사는 경영기획실장이 살핀다.


김준석 경영전략부문장(전무)이 해외법인과 본부·지사를 총괄하는 임원이다. 관리 효율화와 시너지를 위해 선택한 조직 편제다. 대한전선은 올 상반기 연결 기준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31%(4471억원)다. 주요 해외법인은 △베트남 전선 제조법인 대한VINA(자산총계 684억원) △남아프리카공화국 전선 제조·판매법인 M-TEC(504억원) △쿠웨이트 전선 제조·판매법인 대한 KUWAIT(66억원) △사우디아라비아 케이블장치 제조법인 사우디대한(58억원) 등이다.

호반그룹은 대한전선 경영권을 인수한 뒤 CFO에 집중됐던 권한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대한전선은 2001년 5월 호반그룹 계열사로 들어갔다. 호반산업은 IMM PE가 보유하던 대한전선 지분 40%(2518억원)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CFO를 교체하지는 않았다. IMM PE 시절부터 대한전선에서 CFO 역할을 했던 이기원 전무를 계속 썼다. 케이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기존 경영진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이 전무는 IMM PE가 대한전선을 인수한 뒤 재무 임원으로 합류했다. IMM PE는 2015년 9월 대한전선 최대주주 지분을 확보했다. 이 전무는 그해 10월부터 대한전선 재무기획실장(당시 상무)로 일했다. 효성에서 중공업PG(Performance Group)·전략본부 상무(2010~2015년)로 있다가 대한전선으로 넘어왔다.

IMM PE는 이 전무에게 재무, 기획 권한을 모두 줬다. 2014년까지 대한전선은 재무와 기획 기능을 분리하고 있었다. 재무실은 경영지원센터 아래, 기획실은 대표이사 직속으로 나뉘어 있었다. IMM PE는 재무실과 기획실을 경영지원센터 내 재무기획실로 통합하고, 이 전무를 실장으로 앉혔다. 이 전무는 공인회계사와 전략 컨설팅펌 AT 커니 코리아 파트너(2006~2010년)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2019년 조직 개편 이후 이 전무의 업무 영역이 더 넓어졌다. 재무기획실 아래 해외법인까지 들어왔다.


호반그룹은 달랐다. 인수 후 통합(PMI) 기간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인수 직후 CFO 직책을 신설하고, 이 전무를 재무기획총괄(CFO)로 기용했다. 해외법인장들도 그대로 이 전무 산하에 뒀다.

CFO 기능을 분화한 건 지난해부터다. 이 전무에게 재무부문만 책임지도록 했다. 경영기획부문을 신설해 호반그룹 출신인 이찬열 전무를 부문장으로 올렸다. 이찬열 전무는 호반산업 경영총괄 임원(2020~2021년)으로 있다가 인수·합병(M&A) 직후 대한전선에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했다.

올해 경영기획부문을 경영전략부문으로 변경하면서 재무부문 밑에 있던 해외법인이 빠졌다. 경영전략부문장은 호반그룹에서 합류한 김준석 전무가 맡았다. 김 전무는 이찬열 전무와 함께 대한전선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돼 PMI 임무를 수행했다. 호반건설 전략기획팀장(2010~2018년), 호반자산개발 대표이사(2019~2021년) 등을 역임한 경영전략기획 전문가다. 이찬열 전무는 사업지원부문장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이기원 전무는 재무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했다. 올해 자금팀·회계팀·관리회계팀 상위 조직으로 재무실을 신설했다. 이 밖에 재무부문 아래 △내부회계관리팀 △법무팀 △홍보팀이 있다. 재무라인 임원으로는 자금팀을 담당하는 이균수 이사가 있다.

이 전무에 대한 신임은 두텁다. 이 전무는 대한전선 사내이사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2021년 5월 임시 주주총회 때 호반그룹 임원들과 함께 대한전선 사내이사(임기 2년)로 신규 선임됐다. 지난 3월 주총에서 사내이사(임기 2년)로 재차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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