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보릿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작년 손실을 대폭 축소하고 협력사 주식을 매각하기도 했지만 본사 현금성자산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감소했다. 단숨에 반전을 이룰 카드도 있다.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각 거래가 종결되면 1조원을 웃도는 규모의 금액이 수중으로 들어돈다.
다만 이번 거래가 미칠 파장은 상당하다. 모기업인 LG전자는 물론 삼성전자에도 영향을 미칠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의 중대한 이슈다. 이를 고려할 때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당국에서 면밀히 살펴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M&A 마무리 시점이 LG디스플레이가 당초 공언한 1분기를 넘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본사 현금 감소 지속·단기금융상품 '0원'…손실 대폭 축소 '분투' 7일 LG디스플레이의 작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말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385억원으로 직전 분기말보다 25.3%, 2023년말보다 28.7% 감소했다. 단기금융상품은 2023년말에 2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말에는 0원을 나타냈다.
LG디스플레이는 기업설명회(IR) 자료 등에서 현금성자산을 설명할 때 재무상태표상 기타유동자산을 제외하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금융기관예치금) 계정을 더한 수치를 밝힌다.
작년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20년말(1조2970억원)과 비교하면 5분의 1을 밑도는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유상증자로 1조2925억원을 수혈했다. 아바텍, 야스, 우리이앤엘 등 보유하던 오랜 협력사 주식 일부도 처분했다. 또 자회사 등에서 2288억원의 배당금을 수취했다. 하지만 작년 4분기에도 실탄 감소를 막지 못했다.
다만 LG디스플레이가 작년 하반기에 사업 성과를 개선하면서 향후 현금흐름 향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5606억원으로 전년(2조5102억원)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별도 영업손실은 1조8006억원으로 전년(3조8841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했다.
특히 작년 4분기에는 연결 기준으로 분기 흑자를 거두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업황 변화가 아닌 LG디스플레이가 OLED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 원가 혁신 등에 자체적인 경영 쇄신에 힘쓴 결과다.
◇중국공장 매각대금 유입 기대, 당국 심의 주목…LGD "딜 계획대로 진행 중" LG디스플레이가 유동성 증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재무제표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 이벤트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9월 26일 2조원 규모의 중국에 소재 법인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본사가 보유한 'LG Display China Co., Ltd(이하 LGD CA 법인)' 지분 51%와 해외 자회사 'LG Display Guangzhou Trading Co., Ltd'가 보유한 LGD CA법인 지분 8.5%, 본사가 가진 'LG Display Guangzhou Co., Ltd'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했다.
거래 상대방은 국내 가전·디스플레이업계를 위협하는 중국 TCL 자회사 CSOT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9월 매각 발표 당시에 거래종결 시점을 이달 31일로 공표했다. LG디스플레이는 별도 재무상태표에 매각예정자산으로 1조167억원을 잡았다. 이르면 올 1분기말 기준으로 LG디스플레이 본사 현금이 대폭 반등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다만 눈앞에 놓인 변수가 만만치 않다. 이번 거래를 위해 LG디스플레이는 산자부의 국가핵심기술 수출 승인, 국가별 기업결합 신고 승인 등을 얻어야 한다.
특히 업계에서 주목하는 건 산자부의 결정이다. 산자부는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M&A가 있으면 심사를 진행해 왔다. 이와 별개로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와 유사한 '안보심의'를 거치기도 한다.
문제는 LG디스플레이가 추진하는 거래가 국내 가전업체들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중국 LCD 공장을 매각하면 LG전자뿐 아니라 삼성전자까지 모두 중국업체들에 LCD를 공급받게 된다. 복수의 중국업체들이 담합하는 경우 LG전자와 삼성전자의 TV사업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 1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조달할 LCD TV 패널에서 중국산이 약 6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정적인 배경이 LG디스플레이의 이번 매각으로 인한 LCD TV 패널 철수다. 이 때문에 산자부가 고심을 거듭하는 경우 딜클로징이 미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광저우공장 매각) 딜은 계획대로 잘 진행 중이다"라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