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0만원대 박스권에 갇힌 셀트리온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들과 함께 논의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80여명의 주주들이 한데 모여 침체된 주가의 원인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기주주총회를 연 지 약 2달 만에 주주들과의 자리를 마련했다.
3명의 대표이사 등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해 주주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실적 가이던스에 대한 지적, 배당 문제 등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개중엔 승계 등 민감한 질문도 있었지만 답변을 회피하는 일은 없었다.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집중했다.
◇핵심 경영진 총출동, 150분간 릴레이 토론
29일 오후 인천 송도 컨벤션센터는 셀트리온 경영진과 만나기 위한 주주들로 가득했다. 평일 오후 시간대임에도 약 80명의 주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에서 오는 주주들은 버스를 대절해 함께 이동하기도 했다.
이날 경영진과 주주들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소통했다. 서진석·기우성·김형기 3인 대표이사가 참석해 연단에 섰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신민철 사장도 함께 자리해 일부 질문에 답변했다. 핵심 경영진이 대부분 참석한 셈이다.
2시간여 동안 주주들은 질문뿐 아니라 경영진에게 바라는 건의사항을 가감없이 건넸다. 정해진 간담회 시간이 끝난 뒤에도 질문이 끊이지 않아 경영진이 30여분 더 자리에 남아 주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셀트리온의 IR은 서정진 회장 주도로 이어졌다.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즈 설립과 같은 중요한 발표나 홍콩 IR, 트럼프발 미국 관세에 따른 영향에 대한 간담회 모두 서 회장이 이끌었다. 반면 이번 주주간담회에 서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과거 IR에서 서 회장이 한 발언 등 서 회장과 관련된 질문도 나왔지만 서 회장 대신 장남 서 대표가 상세히 답변했다.
주주들의 최근 불만은 결국 주가침체로 모아진다. 셀트리온은 실적이 매해 상승하고 있지만 주가는 10만원 중반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높아지는 기업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통합 후 하락한 이익률 등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지수에서도 편출됐다.
가장 크게 지적된 부분은 실적 가이던스와 실제 실적 간의 괴리다. 대표적인 신약 '짐펜트라'는 미국 출시 첫해 연매출로 2500억원이 제시됐으나 실제 매출은 360억원에 그쳤다. 이는 좀 더 현실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경영진은 짐펜트라의 처방량이 매월 늘고 있어 고무적이라면서도 현실적 변수를 고려못해 괴리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사과했다.
김 대표는 "짐펜트라의 미국 처방량을 보면 그래프가 실제로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으며 매주 데이터를 보며 확인하고 있다"며 "물론 회사 매출은 처방량이 아닌 출하량을 기준으로 잡히기 때문에 처방량대로 매출이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처방량 증가는 곧 출하량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대표는 "셀트리온은 글로벌하게 약을 팔고 돈을 많이 버는 '벤처' 회사라는 생각을 했고 그러다보니 IR을 할 때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치를 시장에 전달하고 저희를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문화가 어쩔 수 없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내부에서도 정돈되고 정제된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수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밸류업 이끌 배당방안 논의, 승계 의혹은 일축
장기적인 밸류업을 위한 배당 방안도 논의됐다. 배당은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으로 꼽히지만 잦은 주식배당이 전체 주식수를 늘려 주가상승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차라리 주식배당을 대신 소액 현금배당을 하거나 몇 년 뒤 배당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 대표는 "공론화가 필요한 주제라 생각하며 주주분들이 배당정책에 대한 중지를 모아준다면 회사에서 받을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했다.
장기적인 주가 침체는 곧 의혹의 확산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승계를 위해 회사가 주가를 누르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승계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의혹제기로 이어졌다. 주주간담회에서 이와 관련된 직접적인 질문도 있었다.
당사자인 서 대표 입장에선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이기도 했다. 서 대표는 답변을 피하지 않고 상세히 설명하면서도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의혹을 차단했다.
서 대표는 "상속세 관점에서 회사 규모가 30조원이고 보유 지분이 7조원가량인데 80%가 상속세로 나가기 때문에 개인대출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 주가를 누른다고 가능한 일도 절대 아니"라며 "구조적으로나 한국의 법적 시스템상 오너의 승계를 위해 주가를 조작한다는 일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무엇보다 회장님에게 첫 번째 아들은 저나 제 동생이 아닌 '셀트리온'이고 이사회 구성원들과 창업주의 의지가 승계와는 매우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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