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2022년 1월 상장시키면서 풍부한 현금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후 현금창출력 저하와 자본적지출(CAPEX) 소요가 겹치면서 현금여력이 빠르게 악화됐다. 순차입금은 약 2년 만에 약 3배로 불어났다.
LG에너지솔루션이 해외 시설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대규모 회사채를 단기간에 발행한 것이 주요 요인이 됐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력을 바탕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면서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IRA 세액공제, 현금흐름 개선에 도움…순차입금 2년 새 3배로 LG화학의 현금여력은 최근 수년간 줄었다. 먼저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이 위축됐다. 연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022년 6조3918억원에서 2023년 5조8098억원, 지난해 4조1191억원으로 갈수록 줄었다. 중국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에다 건설과 가전 등 전방산업에서의 수요가 위축되면서 석유화학사업부문이 부진했다. 전기차 수요 부진과 배터리 판가 인하로 연결대상 종속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부진이 겹쳤다.
다만 여기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하고 판매한 배터리에 대해 수취하는 세액공제 금액을 합하면 현금 사정은 소폭 개선된다. 이 세액공제 금액은 2023년 1월 1일부터 수취했으며 기타영업수익으로 분류돼 매출액과 함께 영업수익에 가산된다.
이 세액공제 금액은 2023년 6769억원, 지난해 1조4800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 4577억원이었다. 이를 반영한 EBITDA는 2022년 6조3918억원에서 2023년 6조4867억원, 지난해 5조5992억원이었다. 세액공제 금액을 고려하면 지난해 EBITDA 감소폭은 줄지만 그럼에도 현금창출력 위축은 여전했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 중심으로 미국 애리조나 공장 신설 등 대규모 자본적지출이 소요되면서 현금여력이 눈에 띄게 줄었다.
2022년까지만 해도 LG화학은 풍부한 현금여력을 자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22년 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때 신주모집 10조2000억원, LG화학 보유 구주매출 2조5500억원으로 LG화학이 연결 기준으로 12조75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현금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현금창출력 저하와 자본적지출 소요가 겹치면서 현금여력은 빠르게 악화됐다. 현금여력 악화는 차입 부담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직후인 2022년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15조9645억원으로 차입금의존도가 23.5%였다. 이때는 상장으로 대규모 현금이 들어와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현금성자산이 8조5123억원에 이르렀던 점을 고려하면 순차입금은 7조4522억원이었다.
하지만 총차입금은 지난해말 27조3761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말 29조4027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에 따른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말 29.2%에 이어 올해 1분기말 30.9%로 30%를 넘겼다. 상장으로 2022년말 81.4%로 하락했던 부채비율도 올해 1분기말 97.7%로 다시 상승했다. 올해 1분기말 현금성자산이 7조2934억원인 점을 감안해도 순차입금은 22조1093억원이다. 약 2년 만에 약 3배로 불어난 것이다.
◇LG엔솔 시설투자, 회사채 발행 증가 주요인…LG엔솔 주식 교환대상 EB 활용법 주목 차입금 구성 중 증가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회사채였다. 2022년말 회사채는 7조9650억원으로 총차입금에서의 비중이 49.9%였다. 하지만 올해 1분기말 회사채가 18조2106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총차입금에서의 비중도 61.9%로 뛰어올랐다.
LG화학은 공모채, 사모채, EB 등 회사채 발행 형태를 다변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말 연결 기준 회사채 발행잔액은 공모채 8조6000억원, 사모채 7조1892억원, EB 2조9330억원이며 사모채와 EB의 경우 외화 발행이 대부분이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LG화학 9조895억원, LG에너지솔루션 9조5328억원, 팜한농 1000억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 미상환잔액이 LG화학보다 더 많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해외 배터리 공장 신설을 위해 2023년과 지난해 잇따라 국내와 해외에서 녹색채권을 포함한 회사채를 대거 발행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녹색채권 발행 사례는 2023년 6월 공모채 1조원(합산 기준)과 9월 사모채 1조4665억원, 지난해 2월 공모채 1조6000억원과 7월 사모채 2조9330억원이다.
EB의 경우 LG화학이 2023년 7월 5년물 10억달러와 7년물 10억달러로 합산 20억달러 규모로 발행한 것이다. 교환대상은 모두 LG에너지솔루션 보통주로 제시됐다. 주목할 점은 LG화학이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조달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점이다. 이번달 16일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보통주를 교환대상으로 내걸고 10억달러 규모 3년물 EB를 발행했다.
이로써 LG화학이 교환대상으로 내걸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보통주는 합산 666만9371주다. LG에너지솔루션 발행주식총수(2억3400만주)의 2.85%에 해당하며 LG화학 보유지분(1억9150만주·지분율 81.84%)의 3.48%에 해당한다. LG화학 보유지분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조달 수단으로 활용할 여력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