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자회사 편입을 완료하면서 종합금융그룹 위상을 회복했다. 2014년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고 지주사 체제를 해체한 지 11년, 2019년 지주사 체제로 재출범한 이후 5년여 만이다. 비로소 다른 대형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하고 경쟁에 합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은행 재건을 통한 종합금융그룹 도약은 우리금융의 숙원이었다. 자산과 순이익 측면에서 은행 의존도 90%를 웃도는 구조는 국내 금융지주 체제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려웠다. 지주사 재출범을 주도한 손태승 전 회장이 기틀을 마련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고난이도 과제였던 증권사 출범과 보험사 인수를 성사시키며 과업을 완수했다.
◇"그때 팔지만 않았어도"…타사와 견줘도 손색없던 라인업

우리금융은 지난 1일 동양생명과 ABL생명 자회사 편입 작업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그룹 전 계열사 임직원이 패용하는 보조휘장을 공개했다. 보험 계열사 자회사 편입은 물론 은행, 증권, 보험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지주사 재출범 후 줄곧 추진해 온 과업 완수를 알리는 세레모니다.
우리금융에게 종합금융그룹은 과거의 영광을 상징하는 단어다. 2014년 지주사 체제를 해체하기 전까지만 해도 화려한 계열사 라인업을 자랑했다. 명맥을 이어 온 우리은행, 우리카드는 물론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현 iM라이프), 우리파이낸셜(현 KB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현 NH저축은행), 우리F&I(현 대신F&I), 우리자산운용(현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대부분의 업권에 계열사를 포진시켰다.
특히 우투증권은 NH투자증권이 된 이후 업계 최상위권 증권사로 발돋움했다. 매각 이후 회사를 이끈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현 메리츠증권 고문) 등 경영진의 수완이 탁월했다곤 하지만 LG투자증권 시절부터 탄탄히 갖춰진 인프라와 조직 덕을 봤다. 우리금융 내부에서 우투증권을 팔지 않았다면 그룹 위상이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머지 계열사도 매각 후 각 업계에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운용업계 순자산(AUM) 8위로 도약했다. KB캐피탈은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 순이익 1위를 다투는 곳이 됐다. 대신F&I는 NPL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비은행 계열사를 그대로 유지했다면 최상위 금융지주와 견줘도 손색없는 진용이다. 우리금융의 종합금융그룹 재건을 절실히 원했던 이유다.
◇더 강해진 보험…갈길 먼 증권
손 전 회장이 2019년 지주사를 재출범시킨 이후 가장 서두른 과제도 비은행 M&A였다. 그는 회장 임기 초반부터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 알짜 계열사를 수집했다. 2019년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해 자산운용업에 재진출했다. 같은해 국제자산신탁을 인수해 1기 지주사 때는 없던 부동산신탁사를 추가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을 품고 캐피탈업, 저축은행업에 나섰다.
다만 손 전 회장 체제 우리금융은 미완으로 남았다. 금융지주에서 은행과 함께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증권사와 보험사를 추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정 매물을 검토한 끝에 이사회 논의 단계까지 도달한 적도 있으나 손 전 회장은 신중을 기했다. 종합금융그룹 재건에 가장 중요한 딜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 눈에 차지 않는 매물을 급하게 인수했다간 추후에 있을 M&A 기회에 도전조차 하지 못할 수 있었다.
결국 손 전 회장은 2023년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끝으로 퇴임했고 임 회장에게 배턴이 넘어갔다. 임 회장 역시 임기 초반 매물을 물색하는 데 그쳤다. 오버페이로 그룹 성장 동력을 훼손하거나 부실한 매물을 떠안을 것을 염려했다. 인내심은 결국 빛을 발했다. 통합시 업계 5위권을 노려볼 수 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염가매수차익을 남기며 인수할 수 있었다.
새로 완성된 2기 지주사 체제는 1기와 비교해 보험 영역에서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증권사는 아직 업계 중하위권 수준으로 옛 명성을 되찾으려면 갈 길이 멀다. 캐피탈, 저축은행, 자산운용, NPL 계열사도 아직 존재감이 크지 않다. 손해보험사, 저축은행, 증권사 추가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현 시점에서는 중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현 진용으로 종합금융그룹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새 증권사명을 예전에 쓰던 우리투자증권으로 정한 것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취지인데 보험사를 인수를 완료하면서 일단 종합금융으로 구색은 맞췄다"며 "이젠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각 계열사가 단계적인 성장을 도모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