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보험사에 대해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기본자본비율) 도입이 예고되면서 예상 규제 기준을 하회하는 보험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자본 확충 수단으로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이 있지만 사실상 발행이 불가능하다. 해당 자본성 증권은 이자를 배당가능이익 내에서 지급해야 하는데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으로 보험사의 배당 여력이 잠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보험사 중에는 동양생명과 현대해상이 기본자본 확충에 대한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은 오는 9월 3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으로 기본자본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대응할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필요한데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으로 배당 여력이 막혔다. 현대해상 또한 기본자본비율이 50%를 하회하고 있으나 배당 여력이 없어 기본자본 확충 선택지가 유상증자로 좁혀질 전망이다.
◇보험사 20곳 중 9곳 기본자본비율 70% 하회…조건부 신종자본증권 발행 시작되나
금융당국이 보험산업 건전성 TF를 꾸리고 올 하반기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규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가용자본 중 손실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 만으로 지급여력비율을 산출해 보험사 자본의 질을 선명하게 가려내기 위함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50~70% 수준의 규제 기준 도입을 전망하고 있다.
상장 보험사 및 지주 계열 보험사로만 좁혀봐도 경과조치 후 기본자본비율이 예상 규제 기준에 못미치는 보험사가 많다. 1분기 기준 20개 보험사 중 9개 보험사가 기본자본비율 70%를 하회하고 있다. 이중 대형 보험사인 현대해상은 기본자본비율이 46.72%를 기록하며 50% 밑으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런 만큼 기본자본 확충을 위한 보험사의 자본성 증권 발행 수요도 생겨날 전망이다. 신지급여력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이 발행된 적은 없지만 고도화하는 자본규제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해당 자본증권의 발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은 총 요구자본의 10~15% 이내에서 기본자본으로 인정된다.
신종자본증권이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려면 기존 RBC제도 때와는 다른 조건들이 붙는다. 우선 스텝업 조항이 없어야 한다. 스텝업 조항이란 채권 발행 이후 일정 기한이 경과하면 금리가 가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RBC제도에서는 발행이 10년 경과되면 1회에 한해 이자 상향이 가능했다. 현재까지 발행된 모든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에는 스텝업 조항이 존재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스텝업 조항의 유무가 조건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자본 증권 발행 뒤 5년 후 콜옵션을 행사하는 만큼 보험사에게는 무의미한 조항이라는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일반 회사들은 스텝업 조항이 강하게 만기 콜 상환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요인인데 반해 보험사는 기존에도 (스텝업 조항이) 유명무실한 조항이었다 보니 이를 삭제하는 것은 큰 이슈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이자 미지급 리스크↑…남은 선택지 유상증자뿐
핵심은 이자 지급 방식에 있다.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은 이자를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되어 있다. 배당가능이익 내에서 투자자에게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이자를 3개월 마다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인해 보험사의 배당여력이 제한되면서 보험사의 이자 미지급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본성증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것 자체가 계약 위반은 아니다. 그러나 이자를 지급하는 게 발행사와 투자자간 관행적으로 지켜온 약속이었던 만큼 이자 미지급 이슈가 발생하면 보험사의 평판에도 치명타를 입게 된다. 사실상 해약환급금준비금을 많이 쌓은 보험사는 자본 증권 발행을 통해 기본자본을 확충하는 길이 막혀버린 셈이다.
앞선 관계자는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더라도 애초에 보험사가 배당가능이익이 없어 이자를 미지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투자자는 그 채권을 인수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실제로 배당가능이익이 충분치 않은 보험사들은 기본자본을 확충해야 함에도 해당 자본성증권 발행을 검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 보험사 중에는 동양생명과 현대해상의 고민이 크다. 동양생명은 오는 9월 3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을 앞두고 있다. 킥스제도 시행 전 기발행한 것으로 현재 기본자본에 산입된 자본성 증권이다. 해당 신종자본증권을 조기 상환하면 공통 경과조치로 적용된 기본자본이 사라지며 기본자본비율은 1분기 기준 61.8%에서 48.9%로 하락한다. 지난 4월 5억달러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를 발행했지만 기본자본 제고 효과는 없다.
동양생명은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익잉여금의 60.2%를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쌓으며 배당 여력이 줄고 있다. 1분기 기준 경과조치 전 킥스비율도 126.84%로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완화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자본 확충을 위한 선택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그룹의 유상증자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해상도 상황이 비슷하다. 현대해상은 1분기 기본자본비율이 46.72%를 기록했다. 하반기 기본자본비율 규제가 도입되면 관련 자본 확충이 필요하지만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으로 인해 배당가능이익이 잠식되고 있다. 1분기 해당 준비금 규모는 4조1610억원으로 이익잉여금의 54.8%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가파르게 쌓인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인해 지난해 23년 만에 배당을 중단한 바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기본자본비율의 구체적인 시행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관리방안에 들어갈 기본자본의 정의를 비롯하여 도입 시기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으며 당국의 정책 방향에 맞추어 개선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