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상법 개정으로 재계에서는 경영권과 관련한 우려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앞선 1차 개정에서는 3%룰의 도입, 최근의 2차 개정에서는 집중투표제의 도입을 통해 이사회에 대한 오너의 영향력 삭감이 예고됐다.
다가올 3차 상법 개정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제도의 도입 여부가 결정된다. 재계는 이 제도에 가장 큰 우려를 보인다. 이사회의 장악력을 넘어 의사결정권 전반에 걸친 영향력 삭감이 불가피한 제도. 즉 오너가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의 박탈로 받아들이고 있다.
THE CFO는 120명의 기업 CFO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5 CFO 서베이'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로 인한 경영권 위협 증대의 대응책을 질문한 바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응답은 'IR 등 주주 커뮤니케이션 확대'였다.
IR은 소수주주와 기업이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가장 보편화된 무대다. 다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이 취해 온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내 상장사 IR에서는 오너는 물론이고 전문경영인 CEO조차 투자자들 앞에 나서는 사례가 적다. 대부분은 IR담당 임원 및 사업부서 임원이 참석하고 그나마 IR에 신경을 쓰는 기업에서 CFO가 나서는 정도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행사에서 혹여 오너나 CEO의 말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리스크를 조심하는 것이다. 다만 IR의 질문자 입장에서는 오너나 CEO에 던질 수 있는 질문과 사업부서 임원에 던질 수 있는 질문에 강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답변에 실리는 무게감 역시 마찬가지다.
테슬라의 CEO이자 오너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IR에 빼놓지 않고 참석해 투자자들과 대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그는 IR을 통해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 등 과거에는 꿈만 같았던 기술들의 도입을 공언하고 이를 모두 현실화하며 주주들의 신뢰를 확보해 왔다.
2020년대 초중반 테슬라의 주가 상승기는 머스크 CEO가 IR을 통해 경영권을 강화해 온 시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그의 말과 행동이 주가에 리스크로 작용한 사례도 분명 있었다. 오너가 직접 참석하는 IR이 '양날의 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지배주주가 소수주주와 거리를 둬서는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은 시대가 눈앞에 왔다. 우리 기업의 경영자들은 리스크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을까. 상법 개정이 국내 IR의 '뉴노멀'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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