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풍향계

한국타이어, 13년만에 부채비율 100% 돌파

미국 추가 관세 25%에 재료비·운임 상승 여파…순차입금도 4조 '육박'

박완준 기자  2025-08-29 13:22:56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한국타이어가 13년 만에 부채비율 100%를 넘어서면서 재무 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 올 초 인수한 자동차 열관리 기업 한온시스템이 수익성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재무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해석된다. 외형 확장에는 성공한 데 반해 재무가 흔들리면서 후유증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특히 주력 사업도 흔들렸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정책에 역대 최대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후퇴했다. 미국 고율 관세 여파가 실적에 발목을 잡으면서다. 높은 부채비율 및 대외 불확실성 등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게 될 전망이다.

올 2분기 말 연결기준 한국타이어의 부채총계는 12조669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초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면서 지난해 말 4조6548억원에서 올 1분기 말 12조337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3개월 만에 6353억원이 불어나면서 역대 최대 부채총계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난 부채에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도 악화됐다. 한국타이어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41.6%에서 올 상반기 말 101.1%로 상승했다. 부채비율이 100%를 웃돌면 빚이 자본보다 많다는 의미다. 한국타이어가 부채비율 100%를 넘어선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부진한 실적이 재무 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타이어의 올 상반기 매출은 10조333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4조4451억원) 대비 132.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187억원에서 13.4% 줄어든 7082억원에 그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관세 폭탄에 더해 재료비와 운임이 상승하면서 수익 구조가 흔들린 것으로 해석된다.

현금창출력의 변화는 현금흐름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매출과 직결되는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전년 동기(9739억원) 대비 577억원 늘어난 1조31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의 추가 관세 25%를 부담하면서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같은 기간 8547억원에서 3002억원으로 줄었다. 북미 매출 비중이 30%에 달한 탓이다.

잉여현금흐름(FCF)은 적자로 전환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에서 세금과 투자 등을 차감하고 남은 현금이 없어 유출됐다는 의미다. 한국타이어는 올 상반기 FCF 마이너스(-) 1조7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495억원) 대비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다. 한국타이어의 현금 유동성이 악화됐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온 배경이다.

현금이 유출되면서 순차입금도 늘어났다. 올 상반기 말 한국타이어의 현금성자산은 2조70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 1분기 말 2조9006억원 대비 1979억원 줄어든 수치다. 반면 총차입금은 같은 기간 6조1899억원에서 6조6644억원으로 늘어났다. 내부 현금은 줄고 외부 차입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타이어의 순차입금도 4조원에 육박했다. 앞서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말 까지 순차입금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해 우수한 재무 지표를 보유한 바 있다. 하지만 올 1분기부터 순차입금이 양수 전환하면서 재무가 흔들렸다. 올 상반기 말 한국타이어의 순차입금은 3조9616억원으로 집계됐다.

차입금의존도도 올 1분기 말 25.6%에서 26.5%로 상승했다. 이에 한국타이어의 AA(안정적)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신평의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 중 하나인 '차입금의존도 30% 초과' 조건에 부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하락 시 한국타이어의 자금 조달은 더욱 제한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타이어는 미국 관세 정책에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줄어들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한온시스템도 흑자 전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재무 건전성을 지킬 수 있는 전략을 재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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