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지분 약 30%를 인수한다는 구상이다. HMM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거론되는 몸값은 약 7조~8조원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현금성자산이 16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철강 및 2차전지 업황 둔화로 지주사이자 자금 유출 주체인 포스코홀딩스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그룹 전반적으로 CAPEX(자본적 지출)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자금 소요는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5년 평균 EBITDA '8조원'…충분한 인수 자금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이 16조5443억원에 달한다. 별도 기준으로도 3조9865억원을 기록했다.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단순 계산하면 약 7조원으로 거론되는 HMM 지분 인수는 충분한 수준이다.
꾸준한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현금을 쌓았다. 최근 5년 간 포스코홀딩스의 현금창출력의 근간이 되는 EBITDA(상각전영업이익)은 평균 8조184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3조2148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퓨처엠 등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 왔다. 당장 지난 5월에도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 등 2차전지 3사에 약 1조원을 수혈하기도 했다.
자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재무 지표는 안정적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포스코홀딩스 부채비율은 66%다. 2024년부터 저수익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자산을 매각하면서 현금 확보 전략을 펼쳐 왔다.
문제는 점차 포스코홀딩스의 현금창출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EBITDA 12조원으로 정점을 찍고 우하향하고 있다. 실제 포스코홀딩스 연결 기준 순이익은 2022년 3조1441억원, 2023년 1조6891억원, 2024년 1조949억원으로 감소했다.
◇안정적 '재무 구조', HMM 인수는 변수 따라서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를 위한 재무 여력은 당장은 충분하지만 향후 재무 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안정적으로 현금을 쌓아왔지만 포스코그룹을 둘러싼 업황이 좋지 않은 탓이다.
포스코그룹은 2020년 이후 철강과 2차전지 등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해 투자를 확대해 왔다. 실제 연결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CAPEX 투자는 2020년 말 3조4976억원에서 2024년 말 8조1625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계획하고 있는 CAPEX 규모도 8조8000억원에 달한다.
2021년까지는 이러한 투자 확대를 자체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충당했다. 포스코홀딩스 잉여현금흐름(FCF)는 2021년 순유입(+)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22년 CAPEX 투자가 5조원, 2023년 7조원, 2024년 8조원 등 점차 확대되면서 FCF는 순유출(-)로 돌아섰다.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투자 지출이 늘어나 자연스레 차입금 증가로 이어졌다. 2022년 6조5111억원을 기록했던 포스코홀딩스 순차입금은 올해 상반기 말 12조159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돈 쓸 곳은 많지만 현금창출력은 둔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 HMM 인수로 추가적인 지출이 발생한다면 재무 구조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특히 포스코홀딩스는 2차전지 등 미래 성장성을 위해 투자하고 있어 당장 투자 규모 대비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향후 자본 배분 측면에서 포스코그룹의 주주환원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포스코홀딩스 등 투자자들이 HMM 인수를 효율적인 의사 결정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관건일 것으로 분석된다.
안동민 한국기업평가 기업3실 수석연구원은 "전반 업황 부진에 따른 수익성 저하 영업현금창출력 정체 및 잉여현금 유보여력 제약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높은 투자 집행 등에 따른 자금 유출 부담을 감안하면 당장의 재무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