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국책은행 출신 두 수장이 캐피탈 시장의 재편을 놓고 맞붙었다. 부임 만 1년을 앞둔 이병호 산은캐피탈 대표는 산업은행 내 대표 '국제통'이다. 산은캐피탈 부사장을 거쳐 대표직에 오른 만큼 경영 기조는 안정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문창환 IBK캐피탈 대표는 영업, 기획, 전략 등 다방면 경력을 갖춘 실무형 리더다. 문 대표는 탄탄하고 단단한 성장을 바탕으로 톱티어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이는 올해 부임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두며 향후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다져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은행 출신 중용 기조, 상이한 전문 역량
산은캐피탈과 IBK캐피탈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인사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캐피탈사 모두 모기업 출신을 중용한다. 현 이병호 대표와 문창환 대표도 각 1989년에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에 입행해 부행장까지 올랐던 인물들이다. IBK캐피탈의 경우 전임 대표가 내부 승진한 사례가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모두 IBK기업은행 출신이 꿰찼다.
이병호 산은캐피탈 대표와 문창환 IBK캐피탈 대표
이 가운데 산은캐피탈은 부사장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인사 기조 차이가 있다. 산은캐피탈도 과거에는 산업은행 출신이 바로 대표로 선임됐었다. 2018년부터는 부사장을 거쳐 대표로 승진하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병호 대표 역시 2023년 5월 부사장으로 산은캐피탈에 합류해 지난해 11월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두 대표는 국책은행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주요 경력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이병호 대표는 산업은행에서 주로 글로벌 부문을 담당했다. KDB홍콩 사장과 해외사업실장, 아시아지역본부장, 글로벌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국제금융 경험을 쌓았다. 산은캐피탈에서는 선별적 영업에 나서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문창환 대표는 미래기획실장, 기업고객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반월, 시화 공단지역에서의 풍부한 현장경험도 쌓으며 기업금융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부행장으로 승진한 이후 은행의 디지털 혁신과 미래 성장 전략을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했다. 은행 내 핵심 그룹을 맡아 실무와 전략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역량을 입증했다.
두 대표는 캐피탈 자회사로 옮겨 30년 넘게 쌓아온 전문 역량을 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병호 대표는 지난해 순이익 2431억원을 거두며 현대캐피탈의 뒤를 이었다. 대표이사 임기로는 두 달에 불과하지만 부사장부터 업무를 총괄하며 내실을 다진 성과로 평가된다. 문창환 대표는 IB투자 부문에서의 성과로 상반기에만 1372억원의 순이익을 확보했다. 이는 IBK캐피탈의 상반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안정 중심의 이병호, 성장 가속의 문창환
이병호 대표와 문창환 대표의 리더십은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대표는 현 체제의 안정적 유지를 중점으로 두고 있다. 문 대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은캐피탈은 질적 성장에, IBK캐피탈은 업계 톱티어 수준의 수익성 달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서로 다른 경영 방향성을 보여준다.
실행 방식에서도 대비가 뚜렷하다. 산은캐피탈은 내부 승진 체계와 부사장 출신의 연속성을 통해 안정적 거버넌스를 유지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다. IBK캐피탈은 취임 이후 투자금융(IB)과 기업금융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냄으로써 실적 기반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두 캐피탈사 모두 모회사 연계와 내부 조직의 실행력이 향후 전략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지속가능한 성과와 조직 대응력이다. 단기 실적은 이미 양호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건전성 관리와 수익 다변화 등이 중요하다. 규제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내부 통제 강화도 지속 가능한 성과를 담보하는 관건이다. 두 대표가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캐피탈 시장의 새로운 과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향후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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