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히든 피겨스

현대차, 17조 현금흐름 괴리…'HCA'에 답 있다

①연결 영업현금 -5조<별도 11.8조…지배구조 밖 오토금융 기여도 급속 확장

최은수 기자  2025-11-12 08:26:32

편집자주

기업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재무제표를 봐야 한다. 그러나 드러난 숫자는 대개 현상일 뿐이다. 숫자에 담긴 구조 변화와 의사결정의 흔적, 그 이면의 이야기를 함께 읽을 때 비로소 기업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THE CFO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를 통해 재무제표의 표면을 넘어 숫자가 말하지 않는 '1인치'를 복원한다.
현대자동차는 2024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SUV·제네시스 등 고수익 차종 비중이 확대되고 전동화 모델 판매가 늘어나며 연결 기준 매출 175조원과 영업이익 1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재무제표 속 '영업현금흐름'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같은 해 현대차의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조원으로 별도 기준 영업현금흐름(11조8000억원)과의 격차가 17조원이었다.

일반적으로 연결 기준 영업현금흐름은 개별 기준 영업현금흐름에 비해 크다. 개별 회사의 실적외에 자회사의 실적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개별기준 영업현금흐름이 17조원이나 적은 현상은 이례적이다.

원인은 미국 현지 오토금융 법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Hyundai Capital America, HCA)'에서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위축됐던 자동차 구매 수요가 2022년 이후 폭발했다. 더불어 고급화 전략까지 가미되며 오토금융의 활용도 역시 빠르게 높아졌다. 2020년대 들어 현대차그룹 재무제표에 수조원 대 현금흐름 괴리를 불러온 직접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

◇연결vs별도 17조 영업현금흐름 괴리

2024년 현대자동차의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조6000억원이다.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지속적으로 우상향한 수익성 지표를 고려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다.

이 기간 현대자동차의 별도 재무제표를 대입하면 격차가 더 커진다. 2024년 말 별도 영업현금흐름은 약 11조8000억원이다. 단순 계산이지만 연결 기준과 별도 재무제표상 현금흐름에는 100억달러(한화 약 14조6000억원)가 넘는 차이가 나타난다.

2000년대 이후 현대차는 한두 차례 연결 현금흐름이 음의 지표를 보인 적이 있다. 그러나 조 단위의 마이너스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21년 이후다.

2022년에는 일시적으로 영업현금흐름이 10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후 급격히 회복된 자동차 구매 수요에 힘입어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폭발한 결과였다. 더불어 현대차그룹이 매년 10조원 수준의 연구개발(R&D) 및 자본적 지출(CAPEX)을 예고하며 이에 대비해 현금을 내부에 축적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팬데믹 종료 이후에도 연결과 별도 현금흐름의 불일치는 지속됐다. 앞서 언급한 투자 확대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두 지표 간의 이격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단서는 재무구조 외부의 요인, 오토금융의 특수성에서 찾아야 한다.

미국 현지 금융 자회사 HCA, 캡티브 넘어 오토금융 담당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사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차녀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그러던 중 2021년 12월 기아가 특수목적법인(SPC)이 보유한 현대캐피탈 지분 20%를 8723억원에 인수하며 지금의 지분 구도(현대자동차 57.92%, 기아 40.13%)가 만들어졌다.

이를 기점으로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 직할경영 체제로 전환됐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캡티브 금융사 역할을 공고히 구축하기 위한 지배구조 재편이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HCA의 미국 현지 사업 기여도는 상당하다. 미국 판매법인 현대모터스아메리카(Hyundai Motors America, HMA)의 완성차 판매를 뒷단에서 지탱하는 축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실적만으로 설명할 수 없던 연결 재무제표상 음(-)의 자금흐름의 원인을 HCA의 급성장에서 찾을 수 있다. HCA는 미국 소재의 비상장·비공개 법인이라 설립 이후 볼륨과 수익성을 모두 추적하긴 어렵다.

그러나 2021년 현대자동차가 조단위 마이너스 연결영업흐름을 기록한 때부터의 볼륨과 수익성은 확인이 가능하다. 이 시기부터 HCA의 자산은 59조원에서 112조원으로 매출액은 약 10조원에서 18조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HCA는 캡티브(Captive) 기반 오토금융이 수익원 대부분을 차지한다. 2020년 이전까진 HCA의 오토금융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기반이 다져지지 않았다. 오토금융 수요 폭발은 플래그십 고가 세단인 제네시스 라인업이 미국에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2022년 이후부터 현대차 미국 현지에서 고수익 차종의 판매비중이 50%를 넘어섰다.

2024년 HCA의 자산과 매출은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급화와 전동화 전략에 방점을 찍은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적극적인 오토금융 전략을 폈고 자연스럽게 HCA의 수익성도 급증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오토금융을 주업으로 하는만큼 HCA에서 리스 등을 포함하는 오토금융으로 늘어난 매출액이나 현금흐름을 현대차 재무제표를 통해선 온전히 확인할 수 없다.

오토금융의 급성장세를 고려하면 HCA는 앞으로도 미국 내 리스·할부금융을 통해 현대차의 막대한 현금흐름 창출에 일조할 전망이다. 다만 이 수익성이 현대차만의 재무제표로는 잘 확인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현대차의 '연결되지 않는 현금흐름의 회복력'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