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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

현대차 '알짜 금융자회사'로 떠오른 'HCA' 기업가치는

③렉서스 미국 진출과 토요타파이낸셜 성공 방식 벤치마킹…9조 수준 기업가치 추산

최은수 기자  2025-11-17 14:25:48

편집자주

기업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재무제표를 봐야 한다. 그러나 드러난 숫자는 대개 현상일 뿐이다. 숫자에 담긴 구조 변화와 의사결정의 흔적, 그 이면의 이야기를 함께 읽을 때 비로소 기업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THE CFO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를 통해 재무제표의 표면을 넘어 숫자가 말하지 않는 '1인치'를 복원한다.
정주영 초대회장 시절 현대자동차의 미국 롤모델은 일본 토요타자동차였다. 현대차는 토요타의 성공 공식을 따라갔다. 가성비 좋은 탈만한 차를 만드는 데에서 시작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분화까지 성공했다. 앞서 토요타는 1989년 프리미엄 라인업 렉서스를 출범시킨 바 있다.

오토파이낸싱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토요타는 렉서스 출범 이후 토요타파이낸셜서비스(TFS)을 출범하며 오토파이낸싱을 확대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맞는 고가 전략을 오토파이낸싱으로 지원했다. 이 전략은 대성공을 거뒀다.

현대자동차는 1986년 소형차 엑셀로 미국에 처음 진입한 후 30년 만인 2016년 제네시스 브랜드를 미국 현지에 내놨다. 그 뒤를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가 오토파이낸싱으로 뒷받침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도 2020년대 이후 급성장을 시작했다.

HCA는 제네시스를 도와주는 금융 계열사에서 알짜 금융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산은 100조원을 돌파했고 기업 가치도 10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의 북미 사업 확대와 함께 HCA의 기업가치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메이커 오토파이낸싱활용 확대 전략 공통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고급차 중심 전략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금융계열사를 활용해왔다. 렉서스와 토요타파이낸셜서비스(TFS)가 대표적이다. TFS는 렉서스 출시 이후 리스·할부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했다. 2024년 말 자동차금융 총자산이 약 2920억달러(한화 약 426조원), 글로벌 최대 볼륨을 자랑한다.


TFS의 전신은 토요타모터크레딧(Toyota Motor Credit Corporation)이다. 토요타모터크레딧은 1982년 설립해 렉서스를 포함한 토요타의 프리미엄 라인의 미국 및 글로벌 공급에 일조했다. TFS는 앞서 오토파이낸스 호조에 힘입어 이제는 금융지주사 형태로까지 성장했다. 금융지주 전환시기는 2000년 7월이다.

메르세데스벤츠모빌리티(Mercedes-Benz Mobility, MBM)와 폭스바겐그룹(VW)도 금융부문이 중요한 축을 이룬다. 각각 MBM의 별도 운용자산은 2024년 1381억유로(한화 약 240조원), VW의 경우 오토파이낸스 총자산은 2024년 약 1923억유로(한화 약 327조원)까지 확대됐다.

미국계 완성차의 추세도 비슷하다. GM파이낸셜(GM Financial)의 운용자산은 2022년 1093억달러(한화 약 159조원)에서 2024년 1276억달러(한화 약 186조원)로 늘었다. 포드크레딧(Ford Motor Credit)의 2024년 리스·할부 기반 금융채권 규모는 약 1300억달러(한화 약 189조원)대다.

앞서 글로벌 완성차들의 차금융 규모를 살펴보면 판매전략과 금융전략이 본격적으로 결합할 때 금융계열사의 자산이 한층 빠르게 증가한다는 점이 확인된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금융계열사는 대부분 자산 100조원 이상을 운용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자리잡았다.

◇현대차, 2020년 이후 미국 오토파이낸싱 본격화

현대자동차그룹은 2010년대까지는 금융부문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완성차 판매 중심의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북미 금융시장의 규제 강화와 조달비용 상승, 서브프라임 여파로 인한 소비자 신용위험 등을 고려해 금융부문 확장을 전략적으로 유보했다. 프리미엄 라인업 비중이 낮았던 점 또한 금융상품 확대의 실익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조가 바뀐 시점은 정의선 회장이 2020년 10월 현대차그룹 회장에 오른 이후다. 정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고급화·전동화 전략을 추진하며 이를 뒷받침할 무기로 오토파이낸싱을 채택했다.

이 시기부터 현대자동차의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별도 기준을 하회하는 현금흐름 역전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국 현지에서 HCA를 통한 리스·할부 중심의 장기채권이 빠르게 쌓이면서 연결 기준 현금유출이 커졌다.

이는 HCA가 미국 현지에서 취급한 리스 및 할부 채권이 대부분 장기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HCA는 차량 공급자인 현대모터스아메리카(HMA)를 통해 차를 인수한 뒤 소비자에게 장기 금융상품 형태로 공급한다. 이 과정에서 현금은 단기에 유출되지만 회수는 수 년에 걸쳐 이뤄져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일시적으로 악화된다.

아직 현금의 선순환이 나타나기 전이지만 결과적으로 2024년부터 HCA도 자산 100조원대 오토금융사 대열에 합류했다. 자산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리스·할부 포트폴리오가 빠르게 증가하면 대손충당금 적립 압력이 커지고 잔존가치 변동에 따른 손익 변동성도 확대된다.

HCA의 연체율과 충당금 비율은 아직 글로벌 평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더불어 성장 속도 또한 주요 완성차 금융계열사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HCA 기업가치 약 8.7조 추산…자산 축적 속도가 관건

HCA는 최근 수년간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총자산 규모는 2021년 59조2303억원에서 2024년 112조5624억원으로 늘었다. 자산 규모로 놓고 보면 글로벌 중견급 오토파이낸스 기업에 해당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2020년 이후 자본 증가율은 해마다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CAGR 12.1%)를 보인다. 총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자본)은 2024년 9조7367억원이다. 2021년 6조5582억원과 대비해 약 48.5% 늘었다. 2024년 말 기준 매출액은 1조8117억원으로 2021년 1조686억원 대비 69.5% 늘었다. 직전 5년 간 연평균 약 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비상장사인데다 100% 지분이 현대차그룹 내부에 있는 HCA의 기업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긴 힘들다. 단편적이긴 하나 뉴욕거래소(NYSE)에 상장한 앨라이파이낸셜(Ally Financial)의 자산과 가치를 감안하면 어느정도 추산이 가능하다.

앨라이는 1919년 GM의 캡티브 금융사(GMAC)로 출발했다. 그러나 GM이 2006년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GMAC 지분을 대부분 매각하면서 양측의 지배·계열 관계가 해소됐다. 앨라이가 2014년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것도 이 같은 독립화 과정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GM은 GMAC 매각 이후 자동차금융 기능을 자체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별도의 캡티브 금융사 GM파이낸셜(GM Financial)을 육성했다. 반면 GM과의 결별을 시작한 앨라이는 금융위기 이후 개인금융·예금상품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종합 금융사 형태로 재편됐다.

오토파이낸싱을 포함한 앨라이의 2024년 말 기준 총자산은 1894억달러(한화 약 276조원), 자기자본은 약 140억달러(20조4500억원) 수준이다. 뉴욕거래소에서 1주당 39~40달러(한화 약 5만7000원~5만84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한화 약 18조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산출한 PBR은 약 0.9배다.

앨라이의 기업가치와 시가총액은 2014년 상장 이후 10조원 즉 PBR 1배 내외에서 주가가 오르내리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HCA의 기업가치는 자기자본 9조7367억원 대비 일정 수준 디스카운트한 약 8조7000억원이다.

현대차의 손자회사인 HCA가 상장을 하지 않더라도 배당 등으로 기업에 기여할 여지도 있다. 현대차의 미국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HCA의 가치와 역할은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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