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전력기기 산업 확장으로 연결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연산 인프라가 빠르게 확장되면서 전력 수요의 성격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망 설비 증설을 넘어 전력 인프라 전반의 성능 향상이 국가 경쟁력까지 연결되면서 미래 전망도 밝아졌다.
국내에서 후광 효과를 누리고 있는 곳은 HD현대일렉트릭이다. 수주 확대와 투자 집행이 동시에 이뤄지는 국면에서도 재무는 강화됐다.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도 현금창출력이 이를 상회하면서 현금 곳간은 오히려 쌓이고 있다. 특히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지 1년 만에 순현금 1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3년 연속 '질적 성장' 예고…수주잔고 '10조' HD현대일렉트릭은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전력망 70%가 노후 설비인 미국을 중심으로 전력기기 교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력하는 변압기와 차단기, 전력제어시스템 등 다양한 제품의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전력 인프라 투자가 구조적 수요로 전환되면서 실적 변동성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실제 HD현대일렉트릭의 매출 규모는 2021년 1조8060억원에서 2024년 3조3223억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도 2조9163억원을 기록해 4분기 실적까지 포함할 시 1년 총매출 4조610억원을 거둘 것으로 금융업계는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2.23% 늘어난 수치다.
수익성 개선은 외형 성장보다 더 가파르다. 영업이익은 2021년 97억원에서 2024년 669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6744억원을 거둬 연간 영업이익 9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가격 협상력 개선이 작용되면서 이익률이 상향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률 23.1%를 기록한 배경이다.
미래 성장성과 직결되는 수주잔고도 두둑하다. HD현대일렉트릭 수주잔고는 2020년 말 1조5808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9조5667억원으로 6배 넘게 확대됐다. 이는 연간 매출의 3년 이상을 커버하는 물량이다. 단기 실적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성장 경로가 이미 확보됐다는 의미다.
미래도 밝다. 미국 내 누적 수주 19억2400만달러(약 2조8800억원)를 기록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영향이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이 지난해 약 4300억달러(약 635조원)에서 2035년 1조14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인데, 북미가 37%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매출의 안정성이 높다는 의미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올해 추가 수주 목표는 42억2200만달러(약 6조원), 매출 4조3500억원을 수립했다"며 "사업 다변화를 위해 선박용 축발전기와 대형 전동기 등으로 시장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자 확대에도 현금성자산 1조 '목전' HD현대일렉트릭은 성장 기업의 재무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수주가 늘고 투자가 확대될수록 차입 부담이 커지는 일반적인 공식과 달리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되면서 재무 구조는 오히려 더 가벼워지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도 지난해 A(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실적 우상향에 현금성자산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HD현대일렉트릭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89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3655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연말 기준으로는 1조원 돌파가 유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차입 구조는 이미 순현금 국면에 진입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지난해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2509억원을 기록해 순현금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말에도 마이너스 6167억원까지 확대됐다. 단기간에 순차입금 규모가 가파르게 개선되면서 재무 레버리지에 대한 우려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 확대 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변화의 의미는 분명하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자본적지출(CAPEX)로 1367억원을 집행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도 누적 1013억원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현금은 줄지 않았다. 투자와 재무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잉여현금흐름(FCF)이 수치로 증명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FCF 8214억원을 기록해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4016억원을 기록했다. 이익이 현금으로 남는 구조를 구축하면서 재무 체력의 질적 개선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HD현대일렉트릭은 영업현금흐름과 창출 능력으로 자금 소요에 원활히 대응하여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