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태광그룹의 CFO

흥국생명 CFO에 전략통 기용…신규 먹거리 과제

②화재 출신 문기영 경영기획실장 선임…사내이사 선임 불투명

정지원 기자  2026-01-13 14:46:22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흥국생명보험의 CFO가 바뀌었다. 김형표 CFO가 CEO로 승진하면서 흥국화재 출신 인물을 데려왔다. 문기영 흥국화재 마케팅실장이 흥국생명 경영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는 경영기획실장에게 CFO를 맡기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문 CFO가 아직 임원 승진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흥국화재에서도 부장 직급으로 있었다. 임원이 아닌 탓에 사내이사 선임도 사실상 어렵다. 이전까지는 CFO가 회사 2인자의 위치에 있었다면 이 같은 기조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

문 CFO 그룹 내 재무통보다는 전략기획 전문가로서 활약해 왔다. 흥국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인수에서 고배를 마신 가운데 문 CFO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실탄 마련을 위해 추진해 오던 지방 자산 유동화 등을 마무리 짓는 것도 단기적인 과제로 꼽힌다.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2002년 흥국화재 입사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문기영 부장이 흥국생명보험 CFO로 활동하고 있다. 흥국생명보험은 경영기획실장이 CFO를 맡는다. 문 CFO는 지난해 말까지 흥국화재 마케팅실장 부장으로 있었다. 연말 인사에서 직급 승진 없이 흥국생명으로 이동하면서 경영기획실장 직을 받았다.

문 CFO의 전임자는 김형표 새 대표이사 전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까지 흥국생명 경영기획실장 상무를 맡고 있었다. 연말에 전무로 승진하면서 수장 자리를 꿰찼다. 김대현 전 대표이사 부사장은 흥국화재 대표이사로 이동했다. 김 전 대표가 흥국화재로 가면서 흥국생명 내부에서도 연쇄 이동이 일어난 셈이다.

문 CFO는 1975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리더로 꼽힌다. 군산고,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10월 흥국화재에 공채 입사했다. 흥국화재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다가 올해 처음으로 그룹 계열사로 이동했다.

흥국화재에서 경영관리 부서를 두루 거쳤다. 2021년 초 기획관리팀에서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경영혁신TFT, 리스크관리팀, 기획관리팀에서 팀장을 맡았다. 마지막까지 있었던 곳이 마케팅실이다.

새로 CFO를 맡았지만 재무·회계·금융 관련 업력은 부족한 편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했을 때 CFO를 맡는 경영기획실장 역할의 무게추를 금융재무보다는 기획관리로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이사-경영기획실장 2인 사내이사 체제 '변화'

이전까지 흥국생명 CFO는 CEO에 이어 사내 2인자의 위치였다. 보험 계열사 차기 CEO로 가는 지름길로 보이기도 했다. 김형표 새 대표이사만 해도 CFO를 맡고 있다가 내부 승진한 케이스다. 송윤상 전 흥국화재 대표이사 역시 흥국생명 CFO 출신이었다.

경영기획실장 겸 CFO의 사내 위상 자체가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문 CFO는 임원 승진하지 않아 아직 부장 직급을 유지 중이다. 전임자인 김 대표가 상무로 경영기획실을 맡았던 것과 비교가 된다.

흥국생명에는 물론 전무 직급도 존재한다. 조태현 전무가 전략지원실장으로 있었다. 하지만 경영기획실장에게 사내이사를 맡길 만큼 CFO의 사내 역할이 컸었다. 흥국생명은 대표이사와 경영기획실장 2인을 사내이사로 선임 중이다.

하지만 문 CFO의 사내이사 선임은 어려울 전망이다. 임원이 아닌 직원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상법상 등기이사는 회사와 고용계약 관계가 아닌 회사의 경영 주체로 해석된다.

흥국생명은 오는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를 정식 선임한다. 이때 새 대표이사인 김형표 대표이사가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흥국생명은 그간 대표이사를 포함해 2인이 사내이사로 활동해 온 만큼 문 CFO가 아닌 상무나 전무급에서 사내이사가 새로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 고배…자산 유동화, 자본 적정성 관리 등 과제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 아래로 비금융계열사와 금융계열사가 병렬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이 전 회장이 최대주주로 지분 56.30%를 보유 중이다. 비금융계열사인 대한화섬도 10.43% 지분을 갖고 있는 상태다. 나머지 지분은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과 티시스 등 계열회사가 나눠 들고 있다.

태광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동력 발굴에 사활을 걸었다. 금융계열사도 마찬가지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인수에 공을 들였다. 본입찰에서 최고가인 약 1조500억원을 써내기도 했지만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으로 거래가 진행된 탓에 고배를 마셨다.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흥국생명이 다시 주도권을 쥘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흥국생명은 이지스자산운용 최대주주 및 매각 주관사를 공정 입찰 방해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업계는 이 같은 변수에도 불구하고 힐하우스가 거래를 종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먹거리를 찾는 게 흥국생명 경영기획실의 전략 과제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흥국리츠운용에 광화문 사옥을 매각해 약 7200억원을 확보했다. 이어 추가 실탄 마련을 위해 지방 사옥 유동화에 나섰다. 다만 지방 부동산이 매각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흥국생명은 안정적으로 자본 적정성을 관리해 오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1100억원 규모 후순위사채를 발행했다. 표면이자율 및 발행수익률은 연 4.5%로 이자는 오는 3월9일부터 3개월마다 지급한다. 만기는 2035년12월9일이다. 후순위사채는 일반 채권보다 변제 순위가 늦기 때문에 회사 자본으로 인정 받는다.

지급여력비율(K-ICS)이 증대될 예정이다. 흥국생명의 지난해 3분기 말 K-ICS는 208.6%를 기록한 바 있다. 업계는 이번 후순위채발행으로 K-ICS가 5.9%포인트 증가한 214.5% 정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30%를 K-ICS 권고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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