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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EP, 자사주 의무 소각 '양날의 검'

⑤자사주 비중 20%, 소각시 주당 가치 제고…신사업 투자 과제와 '충돌'

정지원 기자  2026-02-04 10:08:48
HDC현대EP는 각종 산업 소재를 공급·판매하는 회사로 지주사 HDC가 48% 넘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HDC그룹 상장 계열사 중에서도 자사주 비중이 18%에 달하는 등 높은 편이다. HDC 보유 주식에 자사주를 합치면 유통 주식 비중이 30%대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자사주 소각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HDC현대EP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소각시 주당 가치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눌려 있었던 주가가 상승할 여지가 크다. 반대로 자사주의 전략적 활용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노리고 있던 HDC현대EP에게는 장기적으로 자사주 소각이 독이 될 전망이다.

HDC현대EP는 자회사 HDC폴리올을 통해 친환경 소재를 개발 및 공급하고 있다. HDC폴리오를 주축으로 해외 시장을 활발히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HDC현대EP와 대표이사 등 주요 임원을 사내이사로 공유하면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유화사업부 분사, HDC 지분 48%

HDC현대EP는 석유화학 업계에서 주요 원료를 조달해 자동차, 전기전자, 건설산업용 등에 쓰이는 각종 소재를 생산 및 공급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유화사업부가 떨어져 나와 2000년 독립 법인으로 설립됐다. 2006년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그룹 지주사 HDC가 올해 초 기준 지분 48.2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HDC그룹의 다른 상장사들에 비해 주주환원 정책이 보수적인 편이다. HDC, HDC현대산업개발, HDC랩스 등은 3개년마다 배당 목표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구체화해서 발표 중이다. 반면 HDC현대EP는 약 20~30% 수준의 현금배당 성향을 유지한다는 계획 정도만 갖고 있다.

자사주 비중이 무거운 점도 HDC현대EP의 특징이다. 발행주식총수 3190만주 중 자기주식수가 600만주에 달한다. 18.81%의 비율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자사주 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3.29%였지만 연말 추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며 연초 4.9%까지 비율을 높였다. HDC랩스의 자사주 비중도 11.49%로 HDC현대EP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HDC현대EP의 주가 상승 여력이 다른 계열사들보다도 훨씬 큰 셈이다. 정부 여당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3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식화한 상황이다. 이전까지 자사주 소각 계획을 내놓지 않았던 HDC현대EP도 자사주 소각을 시작하게 될 전망이다. 자사주 소각은 주당순이익과 주당 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대표적인 재료다.


◇지난해 매출 0.2% 상승 불과…현금성 자산 600억대

HDC현대EP가 영위하는 산업 소재 생산 및 공급업은 경기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주요 원재료의 가격 변동이나 환율, 고객사의 경영 환경에 따라 제품 단가가 요동친다. 장기적으로 수익성 변동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등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HDC현대EP의 최근 수익성은 대폭 개선됐다. HDC현대EP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9927억원, 영업이익은 49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2%, 51.5% 늘었다. 성장이 제한된 업종이라 매출 변동은 미미했지만 마진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많이 뛰었다는 평가다. 고부가 자동차 소재 비중 확대, 일부 원재료 가격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신사업 투자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 가운데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HDC현대EP가 자사주를 전략적 활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다수 기업들이 자사주를 합병 등 경영 목적에 따라 활용하고 있지만 이 같은 길이 막히게 되기 때문이다.

HDC현대EP가 보유한 실탄도 넉넉하지는 않다. HDC현대EP의 지난해 9월 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46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금융기관 차입금은 1576억원으로 보유 현금의 두 배를 웃돈다.


◇자회사 HDC폴리올, 결손금 -400억대…그룹 차원 투자는 '지속'

HDC현대EP는 친환경 사업 확장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및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친환경 소재 수요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HDC현대EP는 종속회사 HDC폴리오를 필두로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다.

HDC폴리올은 2021년 SK케미칼의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 사업을 385억원에 양수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PPS는 자동차 엔진룸의 부품, 고성능 필름 등 높은 온도에도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자동차 소재다. HDC폴리올은 독자 공법을 기반으로 친환경 PPS 에코트란을 판매 중이다.

HDC폴리올은 2024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같은 기간 결손금은 마이너스(-) 407억원, 자기자본은 -22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 지주사 HDC는 HDC폴리올 사업 확장을 위해 운전자금 목적으로 47억원을 추가 대여했다. HDC에게 빌린 돈만 597억원으로 파악된다.

HDC현대EP에서 HDC폴리올의 사업적 역할이 중요한 만큼 정원섭 대표이사가 HDC폴리올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김정신 HDC현대EP 상무 역시 HDC폴리올 사내이사로 활동 중이다. 두 회사간 내부거래 등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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