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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코오롱인더스트리, 이앤피 합병 뒤 숨은 '현금 이동' 셈법

현금은 자회사, 빚은 본사에…수직계열화는 명분, 본심은 유동성 확보

고진영 기자  2026-06-02 15:54:22
오늘은 최근 자회사 흡수합병을 마무리한 코오롱인더스트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코오롱이앤피를 합쳐 새 출발을 했는데요. 회사는 사업 시너지, 수직 계열화 같은 표현으로 합병을 설명하고 있지만 재무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좀 다른 그림이 보입니다. 왜 굳이 지금, 왜 이런 구조로 합병을 단행했는지 진짜 셈법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본격적인 얘기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합병의 구조부터 짚고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코오롱인더스트리가가 코오롱이앤피를 흡수합병한 거잖아요. 이앤피는 원래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분 66.7%를 가지고 있는 종속회사였습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사업을 했고요, POM(폴리아세탈)이나 PA(폴리아마이드) 같은 고기능성 소재를 만드는 회사예요.

합병비율은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이앤피 1대 0.19인데요. 이 비율이 좀 짠 거 같다, 이앤피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봤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합병가액이 이앤피 주당순자산(BPS) 대비 30% 넘게 할인된 수준이었거든요. 이앤피 소액주주들 입장에선 가치를 제대로 못 챙겨받았다는 불만이 나올 만한 거래였습니다.

◇매출 5조인데, 돈 못 버는 회사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왜 합병을 서둘렀을까요. 재무적인 상황을 봐야할 것 같은데요. 연결 매출이 4조8000억원대니까 외형적으로 꽤 큰 회삽니다. 그런데 추이는 좀 지지부진해요.

2020년 매출이 4조원 좀 안됐다가 다음해 4조6700억으로 뛰고 2022년엔 5조원을 돌파했거든요. 2년 만에 매출이 35% 늘었는데, 문제는 그 이후예요. 작년 매출이 4조8700억원인데, 2022년 정점을 찍고나선 줄곧 감소하거나 정체 추세에 있습니다.

영업이익은 더 안좋네요. 2021년 2500억 정도였지만 작년엔 1089억원입니다. 4년 만에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는 얘긴데, 매출이 줄어드는 만큼 비용이 같이 줄지 않고 있다는거죠.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게 인건비예요. 2020년 인건비가 2000억 수준이었는데 작년엔 2504억원까지 늘었습니다. 매출이 정체된 와중에 인건비는 5년 새 25% 늘어난 겁니다.

◇현금 부족에 늘어난 빚

그래서 본질적인 수익 창출 능력 자체가 회의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죠. 부족한 돈은 외부차입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상당한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요. 코오롱인더스트리 총차입금은 연결 기준으로 2020년 1조8600억원이었거든요. 그러던 게 작년 2조6500억원까지 늘었습니다. 5년 만에 차입금이 8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셈이죠.

차입금이 늘었으니 이자도 같이 뛰었습니다. 거의 두 배가 됐어요. 연결 기준 이자비용이 4~5년 전만해도 500억원 안팎이었지만 작년엔 1184억원을 이자로 인식했습니다. 2023년부터 1000억원대로 진입했는데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본격적으로 차입을 늘리기 시작한 것도 그 전년부터고요.

◇부채비율 89%의 함정

의아하실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차입금이 이렇게 늘었으면 부채비율도 같이 뛰는 게 일반적일텐데요. 부채비율은 오히려 떨어어요. 한때 152%까지 갔는데 계속 내려서 작년엔 89%를 찍었거든요. 왜 이런걸까요.

결국 자기자본이 늘었기 때문인데요.그런데 자본을 어떻게 늘렸지를 봐야 합니다. 정상적인 통로는 본업으로 순이익을 쌓아 이익잉여금으로 쌓거나, 보통주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늘리거나 이런 형태겠죠 그런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둘 다 아닙니다. 2018년 이후론 보통주 유상증자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거든요.

그렇다고 본업으로 이익을 쌓지도 못했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연결 이익잉여금은 오히려 600억원 정도 줄었어요. 배당이나 영구채 이자로 새나갔기 때문인데요. 그럼 자본총계가 어떻게 늘어났느냐, 첫번째 이유는 신종자본증권 덕분입니다. 2023년 2000억원, 2024년 2500억원 규모를 찍었죠.

총 4500억원 정도. 이걸로 부채비율이 줄어든 정도가 완전히 설명되진 않고요, 자산재평가도 했습니다. 토지나 건물 같은 부동산을 재평가하면서 재평가차익이 2024년 4400억 정도 반영됐습니다. 그 해 영구채까지 합쳐지면서 자기자본의 거의 8500억원 가까이 늘었거든요.

또 작년에는 영구채도 발행하지 않았고, 자산 재평가를 한 것도 아닌데 부채비율이 떨어졌죠.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보유 중인 금융자산, 그러니까 주식이나 채권의 평가이익이 3366억원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같은 해 이익잉여금은 오히려 573억원 줄었으니까, 결국 금융자산 평가이익이 자본 점프를 떠받친거죠.


◇외형 성장의 후유증

그러니까 부채비율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사실 본업 현금흐름과는 별 관련 없는 회계적 가치 증가로 자본을 불려온 겁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꼬이기 시작했을까요. 분기점은 2022년입니다. 그 해 처음으로 매출이 5조원을 돌파했거든요.

매출이 성장했으면 보통 좋은 일이지만 영업현금흐름표를 보면 문제가 보입니다. 2022년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겨우 303억원이에요. 원래 수천억원대였으니까 영업현금이 겨우 마이너스를 피한거나 마찬가지죠.

현금흐름이 갑자기 급감한 이유는 운전자본 변동에 이유가 있는데요. 2022년 운전자본이 4302억원이나 유출됐어요. 특히 재고자산이 2650억원 늘었습니다. 일단 생산은 확대했지만 그 제품이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소화되지 못해서 창고에 쌓인 겁니다. 그 늘어난 재고가 그 뒤로 잘 풀렸으면 좋은데, 그렇지 않았죠.

작년 말 재고자산이 여전히 1조1300억원 수준입니다. 2022년 정점에서 1300억원 정도밖에 안 줄었어요. 같은 시기 설비 투자도 공격적으로 진행됐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CAPEX가 평균 2900억원 수준이었습니다. 정점인 2023년엔 3200억원을 썼고요. 외형 확장과 설비 투자를 동시에 밀어붙인 건데, 결과적으로 이 시기에 투입된 자본이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예요.

◇현금은 자회사에, 빚은 본사에

결과적으로 무리한 외형 성장 후유증으로 차입금은 늘고, 수익성은 떨어지는 상황에 빠진 겁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회사는 비용 효율화를 위해서 칼을 댈 수밖에 없게 된 거고요. 비용 효율화의 가장 빠른 방법은 사실 정해져 있습니다. 자회사 합병이죠.

사실 합병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사업 시너지가 아니라 현금의 위치에 있습니다. 코오롱인더의 별도 재무제표와 연결 재무제표를 나란히 놓고 보면, 굉장히 비대칭적이거든요. 작년 말 기준으로 보면 본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 별도 현금성자산이 663억원이에요. 별도 매출이 거의 4조원인데 현금이 상당히 적죠.

하지만 같은 시점 연결 기준으론 현금성자산이 3736억원입니다. 별도와 연결 사이에 약 3073억원 차이가 나는데요. 즉 현금 대부분이 종속회사들에 있는 거예요.

반대로 빚은 거의 본사에 몰려 있죠. 작년 말 별도 총차입금이 약 2조4000억원이고 연결 총차입금은 약 2조6500억원이에요. 그러니까 연결 차입금의 90% 이상이 본사 몫입니다. 종속회사들이 진 빚은 다 합쳐도 2300억원 정도밖에 안 되고요.

그래서 사실 이미 배당을 통해 자회사로부터 돈을 끌어오곤 있습니다. 이자 및 배당수입을 보면 작년 별도 기준이 721억원이에요. 연결 기준이 668억원인데 별도가 더 컸습니다. 보통은 그 반대거든요. 본사가 받는 배당수입에, 종속회사들이 외부에서 받는 배당수입이 다 합쳐지니까요.

역전이 생겼다는 건 결국 자회사가 본사로 송금한 배당이 자회사들이 외부에서 받은 이자나 배당을 넘어섰다는 의미죠. 본사 쪽으로 자회사 자금이 그만큼 적극적으로 흘러 들어왔다는 신호고요.

사실상 이미 작년부터 종속회사 곳간을 본사 쪽으로 흘려 보내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고 해야합니다. 다만 배당 만으로는 한계가 있죠. 자회사도 자기 운영자금이 필요하고, 비지배주주에게도 같이 새나가니까요. 그래서 결국 합병이라는 카드를 꺼낸 걸로 보입니다.

사실 이런 목적이 공시에서도 보이는데요. 합병의 재무적 효과를 설명하면서 "양사로 분산된 현금을 통합 관리함으로써 유동성 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증대된 현금 여력을 기반으로 부채 상환과 투자 최적화가 가능해진다"고 언급한 부분이 있거든요. 결국 해석하면 이앤피가 갖고 있던 현금을 본사로 가져오겠다는 의미겠죠.

◇mPPO를 지키는 이유, 변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

또 한편으로는 합병만 한 게 아니거든요. 5월 11일 디스플레이 코팅액 사업부, 반도체 패키지 소재 사업부, 이 두 개 사업부에 대해서 매각을 포함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는 조회 공시도 냈습니다. 실질적으로 팔 생각을 하고 있는게 맞다는 얘긴데, 매각을 진행한다면 이것도 사업 정리 차원일 겁니다.

그런데 '변성 폴리페닐렌 옥사이드(mPPO)' 사업은 안 판다고 굳이 따로 명시를 했어요. '당사 주력 사업으로 현재 포트폴리오 조정 관련 계획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이렇게 못 박았죠.

회사가 팔 수 있는 것과 꼭 지켜야 하는 사업을 나누고 있는 건데요. mPPO는 전기차 배터리 부품 등에 쓰이는 고기능성 소재예요. 최근에는 AI 반도체에 들어가는 고성능 인쇄회로기판, 특히 동박적층판, CCL용 저유전 레진 소재로도 주목받고 있고요.

예전에는 전기차 배터리 부품 소재로 설명됐는데, 이제는 AI 서버와 반도체 소재 쪽 기대까지 붙은 겁니다. 왜 포트폴리오 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는지 아시겠죠. 반대로 디스플레이 코팅액이나 반도체 패키지 소재 쪽은 당장 핵심 성장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고요.

즉 유동성 전략입니다. 이앤피 합병으로 자회사 현금을 안으로 모으면서, 비핵심이나 저수익 사업을 팔아 또 현금을 만들고, 그 돈으로 부채를 줄이거나 고부가소재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죠.

오늘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코오롱이앤피 흡수합병.
회사는 시너지와 수직 계열화를 강조했지만 본질은 다른 곳에 있죠. 원래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화학 원료를 만들고, 코오롱이앤피는 그 원료를 가공해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만들었으니까요. 기본에도 수직 통합 구조였는데 법인이 갈라져 있던 것 뿐입니다.

결국 합병하면 수직 계열화가 이뤄지긴 하지만, 그게 합병의 진짜 동기라고 보긴 어렵죠. 정말 원하는 건 비용 효율화와 본사 유동성 확보고, 수직 계열화는 그 부산물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합병 공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업부 매각을 검토해서 새로운 회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고요.

이제 남은 질문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지금 매각을 검토 중인 사업이 실제로 얼마에 팔릴 것인가. 그리고 합병 이후 차입금과 금융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 것인가. 마지막으로, mPPO같은 고부가 소재 집중에 대한 성과가 숫자로 확인될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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