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의 단기 차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남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의 절반가량이 1년 안에 만기를 맞으면서 발행 여건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다. 정보 유출 사고 이후 제재 변수까지 겹치며 안정적인 투자 수요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유동성 지표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차환 비용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롯데카드는 발행 금리 조건을 세분화하고 단기물과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병행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단기 만기 도래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면서 조달 비용을 얼마나 통제하느냐가 관건이다.
◇3년 내 97% 만기, 투자심리 변화 민감 롯데카드의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여전채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5조5300억원이다.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 중 KB국민카드 6조6353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회사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절댓값만 놓고 봐도 단기 차환 부담이 큰 축에 속한다.
총잔액 대비 비중으로 보면 부담은 더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의 여전채 잔액 12조3700억원 가운데 44.7%가 1년 안에 만기를 맞는다. 7개 전업 카드사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남은 채권의 절반가량이 단기 차환 구간에 몰린 셈이다.
만기 쏠림 현상은 1년 구간에만 그치지 않는다. 3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롯데카드 여전채는 12조500억원으로 총잔액의 97.4%에 달한다. 차환 일정이 짧은 구간에 쏠린 만큼 시장금리와 투자심리 변화가 조달 여건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신용도 측면에서도 부담 요인이 남아 있다. 롯데카드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로 AA~AA+인 주요 카드사보다 낮은 편이다. 지난해 정보 유출 사고 이후 영업정지와 같은 제재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등급 하향 압력도 높아졌다. 채권 투자자가 요구하는 위험 프리미엄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롯데카드는 투자자 수요를 넓히는 방식으로 차환 부담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고정금리물 외에도 CD 금리 연동물과 개별민평 연동물을 병행해 발행했다. 1월 발행분에는 3개월 CD 금리에 0.428~0.435%포인트(p)를 더하는 변동금리물이 포함됐다. 롯데카드는 1년 6개월물 개별민평금리에 0.01%p를 더하는 민평 연동 채권도 발행했다.
CD 연동물은 금리 하락 국면에서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민평 연동물은 롯데카드 개별 신용위험이 반영된 민평금리를 기준으로 이자율이 정해지는 구조다. 단일 조건으로 물량을 소화하기보다 금리 산정 방식을 나눠 투자자 저변을 넓힌 셈이다.
◇유동성 관리보단 비용 통제력 확보 과제 조달 방식에서도 발행 구조를 유연하게 가져가려는 흐름이 관측됐다. 롯데카드는 2024년 7조1900억원이던 여전채 발행액을 지난해 4조8400억원으로 32.7% 줄였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7.2% 감소한 9600억원 발행에 그치며 여전채 조달 강도를 낮췄다.
대신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액을 빠르게 늘렸다. 올해 1분기 롯데카드의 전단채와 CP 발행액은 총 2조895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4600억원 대비 98.3% 증가했다. 단기물은 반복 차환 부담이 있지만 발행 시점과 규모를 조절하기 쉽다. 불확실한 조달 환경에서 브릿지성 조달 수단으로 활용도가 커진 모양새다.
정보 유출 사고 관련 제재 가능성도 조달 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일부 영업정지와 같은 제재가 확정될 경우 카드자산 증가 속도와 신규 자금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 영업 환경 변동성이 커진 국면에서는 장기 조달을 고정하기보다 단기물을 늘려 자금 운용 여지를 남기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
유동성 지표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올해 1분기 말 롯데카드의 원화유동성비율과 즉시가용유동성비율은 각각 368.24%, 455.40%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당장의 유동성 부족보다 만기 도래 물량을 어떤 비용으로 차환하느냐가 핵심 변수인 셈이다.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여전채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안정적인 조달을 이어갈 지가 경영 정상화 지속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만기 도래하는 여전채 월평균 규모는 5000억원 이하 수준으로 차환 대응이 가능한 범위에서 관리 중"이라며 "현금성 시재, 크레딧 라인 등 즉시 활용 가능한 유동성을 보유했고 이를 통해 3개월 이상의 차입금 커버리지도 확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