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에너지의 지난해 실적은 겉으로 드러난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순이익은 줄었지만 세전이익은 견조했고 현금성자산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중심에는 코크레인 발전소 지분 매각이 있다. 매각은 법인세 부담을 키워 순이익을 눌렀지만, 동시에 대규모 현금 유입을 만들어 곳간을 채웠다.
올 1분기 DL에너지의 연결 순이익은 35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812억원이었는데 석 달 만에 44%를 채운 셈이다. 지난해 치솟았던 유효세율이 다시 한 자릿수로 내려온 영향이 컸다.
DL에너지는 발전소를 직접 돌리는 사업회사가 아니라 국내외 발전 자산에 투자하고 배당과 지분법이익을 거두는 중간지주사다. 보유 발전사가 벌어들인 이익이 장부에 먼저 반영되고, 실제 현금은 배당이나 지분 매각을 통해 뒤따라 들어오는 구조다. 이 때문에 발전소들의 운영 실적뿐 아니라 자산 매각이나 배당 회수, 세무 처리에 따라 손익이 크게 흔들린다.
지난해의 경우 연결 기준 세전이익이 1403억원으로 전년(1381억원) 대비 1.6% 늘었지만 같은 기간 순이익은 1132억원에서 812억원으로 28% 급감했다. 249억원에 불과했던 법인세비용이 591억원으로 2배 넘게 불어난 탓이다.
갑작스러운 세금 증가는 칠레 코크레인발전소 매각과 맞물려 있다. DL에너지는 통상 세율로 계산한 세금이 2024년 479억원이었다가 2025년 328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하지만 기타 항목이 25억원 차감에서 317억원 가산으로 돌아서면서 법인세를 키웠는데, 가장 컸던 비경상 거래가 코크레인 매각이다.
앞서 DL에너지는 2020년 6월 일본 미쓰비시상사로부터 칠레 북부에 있는 550MW 규모의 코크레인 화력발전소 지분 40%를 인수했다. 이후 미국계 전력회사인 AES와 공동 운영하다가 지난해 5월 매각을 마쳤다. 전력판매계약(PPA) 연한이 다가오면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차원에서 이뤄진 딜로 짐작된다.
다만 현금흐름표에 잡힌 처분대금은 1268억원으로 처분 직전의 지분법 장부금액(1416억원)을 오히려 밑돌았다. 회계상 처분이익이 나지 않았는데도 세금이 불어난 이유는 회계와 세무가 이익을 인식하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과세되지 않은 채 지분법으로 쌓여온 이익이 매각으로 자금이 회수되자 한꺼번에 세무 부담으로 돌아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DL에너지의 유효세율은 지난해 별도 기준 14.8%에 그친 반면 연결 기준으론 42.1%를 기록했다. 미지급 법인세 역시 2024년 말 연결 기준 28억원에서 2025년 말 302억원으로 불었다. 연결 유효세율이 올 1분기 다시 9%로 정상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크레인 지분 매각이 일회성 세금 부담을 가져온 셈이다.
매각과 맞물린 법인세 부담이 순이익을 깎아먹은 것과 달리 곳간은 채워졌다. 지난해 DL에너지의 연결 현금성자산은 5150억원으로 1년 전(2107억원)보다 3043억원 늘었다. 이 기간 배당수입 등이 줄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782억원에서 1182억원으로 감소했는데도 투자활동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서 보유현금 증가를 이끌었다.
DL에너지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024년 300억원 순유출을 나타냈지만 지난해 2341억원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코크레인 지분을 팔면서 들어온 처분대금(1268억원)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여기에 단기금융상품 잔액이 992억원에서 73억원으로 줄며 운용자산이 현금으로 바뀐 점도 보유현금 증가에 한몫했다.
회사 측은 최근 몇 년간 보유자산을 잇달아 매각해왔다. 2022년 포승그린파워(950억원), 2023년 EMA파워(401억원)를 차례로 정리했고 지난해 코크레인까지 처분했다. 포트폴리오를 슬림화해 자산을 현금으로 바꾸는 움직임이다.
그 결과 수익기반은 완만한 위축 흐름을 보였다. 별도 영업수익이 2023년 1517억원에서 지난해 1309억원으로 내렸고, 그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분법이익도 지난해 1222억원으로 줄었다. 최근 실적이 보여주는 핵심도 여기에 있다. 들어오는 배당과 지분법이익은 줄었지만, 그 빈자리를 자산 매각대금이 메우는 구도가 자리잡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