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에너지의 재무 성과는 발전소 운영 실적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해외 발전자산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환산손익이 총포괄이익과 자본을 함께 흔들기 때문이다. 전력판매계약으로 영업 변동성은 낮췄지만, 환율은 여전히 DL에너지 재무를 가르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DL에너지는 지난해 연결 순이익이 812억원이었지만 기타포괄손익까지 더한 총포괄이익은 529억원에 그쳤다. 2023~2024년에는 총포괄이익이 순이익을 웃돌다가 2025년엔 뒤집혔다. 환율이 등락한 영향인데, 해외 발전자산이 큰 투자지주가 안고 있는 구조적 특성이다.
DL에너지가 버는 돈의 대부분은 직접 거둔 매출이 아니라 발전 지분에서 끌어오는 지분법이익이다.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수익 1309억원도 대부분이 미국이나 호주, 요르단, 파키스탄 등에 흩어져 있는 발전소 지분에서 나왔다.
해외 발전법인은 달러나 호주달러 등 외화로 장부를 쓴다. 이를 DL에너지의 원화 재무제표에 담으려면 환율로 바꿔야 하는데,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익은 그해 평균환율로 환산해 순이익에 반영하고 있다. 손익계산서에 잡히는 지분법이익은 연중 환율 흐름이 섞인 숫자라는 뜻이다. 반면 해외 발전법인에 남아 있는 순자산은 결산일 환율에 따라 다시 원화로 환산하게 된다.
문제는 연말 환율로 순자산을 다시 계산하는 부분이다. 환율이 움직이면 자산의 원화 표시가치가 늘거나 줄어든다. 이렇게 생긴 평가 차이가 해외사업환산손익이다. 영업으로 창출한 이익이 아닌 만큼, 순이익에는 잡히지 않고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돼 자본에서 바로 빠지거나 더해진다.
DL에너지의 해외사업환산손익도 원·달러 환율과 맞물려 움직였다. 원·달러 환율은 2024년 말 국내 정치 불안과 강달러가 겹치며 1470원대까지 올랐다. 해외 발전 지분을 많이 보유한 DL에너지로선 원화로 환산한 해외 순자산 가치가 불어나면서 851억원의 환산이익이 자본에 더해졌다.
반대로 지난해 해외사업환산손익은 294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고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조정을 받은 데다, 칠레 코크레인 발전소 지분 매각에 따른 누적 환산손익 재분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된다. 또 올 1분기에는 300억원의 환산이익이 났는데 환율이 다시 1500원대로 오른 영향이다.
이에 따라 DL에너지의 자본총계도 같이 증감했다. 2024년 말 8999억원에서 배당 유출까지 겹쳐 지난해 말 8726억원으로 273억원 줄었다가, 올 3월 말 9060억원으로 다시 불었다.
환율로 인한 변동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6월 들어 150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자본 측면에서는 환율이 평가성 이익을 밀어올려줄 수 있지만, 환율이 방향을 틀 경우 언제든지 자본을 깎는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
특히 환노출이 가장 큰 곳은 미국 LNG 발전이다. DL에너지의 별도 재무제표에서 가장 큰 자산은 자회사 지분, 즉 투자주식이고 이 가운데 미국 LNG 투자를 담은 디엘에너지글로벌이 3135억원, 미국 나일즈 발전사업 법인 ‘DE NILES’가 215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포천파워를 제외하면 수익원 대부분이 외화로 매겨지는 자산인 만큼, 순자산 가치가 환율에 따라 매 분기 좌우된다.
회사도 변동성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해외 발전소의 장기 전력판매계약(PPA)은 전력 가격과 물량 변동에 따른 영업 실적의 흔들림을 낮춰 준다. 다만 PPA가 누르는 것은 영업 단계의 변동성이고, 환노출이 의미 있게 줄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최근 DL에너지는 새 발전소를 사거나 짓는 투자가 주춤한 상황이다. 발전설비를 짓는 데 들어가는 건설중인자산 취득액은 2023년 618억원에서 지난해 16억원으로 급감했다. 매각으로 5000억원대 현금을 쌓긴 했지만 아직 새 발전 자산으로 투입되지 않았다. 포트폴리오 구성이나 환율 민감도도 당분간 크게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