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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DL에너지, 순현금 구조에도 해외에 몰린 유동성

③현금성자산 5600억 중 본사는 1200억…포천파워·밀머란은 지분법 대상

고진영 기자  2026-06-25 15:10:32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DL에너지가 순현금으로 돌아섰다. 해외 발전자산 매각과 투자금 회수로 차입 부담을 낮춘 결과다. 다만 현금 상당액은 해외 발전 투자를 담은 SPC(특수목적법인)와 자회사에 머물러 있다. 재무지표는 좋아졌지만 별도 장부에서 유동성을 다시 따져봐야 하는 구조다.

DL에너지는 지난해 말 연결 현금성자산이 총차입금보다 많은 순현금 상태로 진입했다. 올해 역시 3월 말 기준 순차입금이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순현금 규모는 2021억원으로 2025년 말(1718억원)보다 300억원 이상 늘었다.

하지만 본사에서 당장 그만큼의 유동성을 동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현금이 해외 SPC 등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DL에너지는 2019~2022년 미국 나일즈·페어뷰 LNG(액화천연가스)발전과 칠레 코크레인 석탄발전 등 해외 발전소를 잇따라 사들였다.


당시 투자했던 금액은 건당 1000억원 안팎에서 많게는 1700억원대에 이른다. 모자란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다 보니 순차입금 확대가 불가피했다. 2022년 순차입금이 3000억원을 넘어선 배경이다.

이후 회사는 투자에서 회수로 방향을 틀었다. 2022년 포승그린파워(950억원), 2023년 EMA파워(401억원), 지난해 칠레 코크레인(약 1250억원)을 차례로 팔고 자회사 배당과 유상감자로 자금을 거둬들이며 차입 부담을 낮췄다. 현금이 바로 본사로 쌓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DL에너지는 주로 현지에 세운 특수목적회사(SPC) 등을 통해 해외 발전 지분을 보유한다. 지분을 팔면 매각대금이 국내 지주가 아니라 자산을 담고 있던 SPC에 먼저 떨어진다는 뜻이다. 여기에 발전소들이 지급하는 배당액도 지분을 직접 쥔 SPC들이 받기 때문에 현금이 본사가 아닌 이 해외법인들에 고이게 된다.

실제로 올 1분기 말 기준 연결 현금성자산 5576억원 가운데 DL에너지 본체(별도)에 있는 현금성자산은 1181억원에 그쳤다. 나머지 현금을 끌어쓰기 위해선 배당 또는 유상감자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배당은 지분율에 따라 익금불산입이 될 수 있고, 유상감자는 취득가액 초과분의 의제배당 여부를 따져야 하기 때문에 회수 방식에 따라 세후 유입액이 달라지는 셈이다.


또 최대 발전자산인 포천파워와 호주 밀머란 석탄화력은 회계상 연결 대상이 아니라 지분법 대상이다. DL에너지가 포천파워 지분 55.6%, 밀머란 61.2%를 쥐고 있는데도 다른 주주들과 공동 지배하는 형태여서 종속회사가 아닌 공동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현재 두 회사의 자산과 부채는 연결재무제표에 합산되지 않고 '공동·관계기업 투자자산'으로 잡혀 있다. 특히 포천파워가 4400억원을 웃도는 차입금을 안고 있다는 점도 배당 확대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지주회사 특유의 구조적 부담도 있다. DL에너지는 자회사 출자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이중레버리지비율이 올 3월 말 120%를 나타냈다. 2022년 143%까지 올랐다가 차츰 낮아졌지만 여전히 100%를 웃돌고 있다. 빚을 보태 발전 지분을 사들여 왔다는 의미다. 이자지출과 상환을 위한 재원은 사실상 배당수익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별도 기준 이자를 포함한 DL에너지의 금융원가는 167억원으로, 그해 거둬들인 배당수익(550억원)의 30% 수준이다. 배당수익(352억원)이 적었던 2023년의 경우 금융원가(248억원)가 그 70%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높을수록 고정 이자 부담이 무거워지기 때문에, 구조가 무리 없이 유지되려면 투자회사들이 배당을 꾸준히 올려보내줄 필요가 있다.

DL에너지의 차입 부담 자체는 무겁지 않아 보인다. 연결 기준과 달리 순현금 상태는 아니지만 올 3월 말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2830억원, 순차입금은 1649억원으로 차입금의존도가 23% 수준이다. 다만 단기성 차입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지목된다. 1분기 말 총차입금 가운데 약 75%(2131억원)를 만기 1년 내 빚이 차지했다. 2020년 26%에 불과했지만 매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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