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의 29조1000억원 투자계획은 철강이 벌어들인 현금을 이차전지소재를 비롯한 성장사업으로 옮기는 자본배분 과정이기도 하다. 지난 수년간 생산능력 확보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이차전지소재 자산은 빠르게 늘었지만 아직 이익과 현금창출력은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 관건은 선행투자의 수익화다. 이차전지소재에는 이미 상당한 자본이 투입된 데다 완공되지 않은 생산시설과 추가 투자도 남아 있다. 성장사업이 자본의 사용처에서 이익과 현금을 만드는 축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느냐가 포스코그룹의 투자 여력과 자본효율을 좌우하게 된다.
◇자산 61.5% 늘었지만 영업손실 확대 포스코그룹의 자본 이동은 사업부문별 자산에서 확인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이차전지소재를 철강과 구분되는 별도 사업부문으로 공시한다. 철강 부문의 자산은 2023년 66조2241억원에서 2025년 65조5629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이차전지소재 부문은 같은 기간 10조9095억원에서 17조6244억원으로 6조7149억원 증가했다.
이차전지소재 자산은 2023년 철강 자산의 16% 수준에서 2025년 27% 수준으로 높아졌다. 리튬 원료부터 양극재·음극재까지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성장사업에 배치된 자본이 빠르게 불어난 결과다.
손익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차전지소재 부문 매출은 2023년 4조8219억원에서 2025년 3조3384억원으로 1조4835억원 줄었다.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1613억원에서 4409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철강과의 수익성 격차도 벌어졌다. 철강 부문은 2025년 자산 규모가 2년 전과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1조960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이차전지소재는 자산이 60% 넘게 늘어난 상태에서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수익화 시차는 그룹 전체 자본효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그룹의 ROIC(투하자본이익률)는 2025년 1.9%까지 낮아졌다.
2026년 들어서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차전지소재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은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1조4370억원, 영업이익 444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도 2분기 실적발표에서 이차전지소재 부문이 9개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차전지소재 부문에는 포스코퓨처엠뿐 아니라 리튬·니켈 등 원료사업과 리사이클링 관련 법인 등이 포함된다. 분기 흑자전환이 부문 전체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향후 이익 규모를 더 지켜봐야 한다.
◇영업현금 마이너스 전환…1.7조 투자에 1.4조 조달 성장사업의 자금 부담은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의 현금흐름에서도 나타난다. 2025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36억원 순유출로 전환됐다. 전년에는 6709억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해 투자활동에서는 1조7268억원이 순유출됐다. 시설투자에 따른 유형자산 취득 등이 주요 배경이다. 반면 재무활동에서는 1조4303억원이 순유입됐다. 전년에도 투자활동에서 1조8104억원이 빠져나가는 동안 재무활동으로 1조3754억원이 유입됐다.
차입금과 사채 규모도 늘었다. 포스코퓨처엠의 차입금과 사채를 합친 규모는 2024년 말 3조5639억원에서 2025년 말 3조8670억원으로 약 3031억원 증가했다. 2024년에는 약 6800억원 규모 회사채와 약 6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등 자본시장 조달도 병행했다.
그룹 차원의 이차전지소재 투자 역시 진행 중이다. 2025년 이차전지소재 부문의 비유동자산 취득액은 2조2183억원으로 철강 부문 2조7402억원의 80%를 웃돌았다. 자산 규모가 철강의 27%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신규 자본 투입 강도가 높다.
이차전지소재 부문의 건설중인자산은 2025년 말 4조8324억원에서 2026년 6월 말 5조5334억원으로 반년 만에 약 7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시점 철강 부문의 건설중인자산 1조3991억원의 약 4배다. 이미 자금은 투입됐지만 아직 완공되지 않아 본격적인 생산과 수익 창출에 활용되지 않는 자산이다.
추가 투자도 남아 있다. 포스코그룹이 공시한 이차전지소재 주요 진행 프로젝트의 총투자액은 7조4056억원으로 6월 말까지 5조4167억원을 집행했다. 남은 투자액은 1조9889억원이다. 건설중인자산 5조5334억원은 이미 투입된 자본이고, 약 2조원의 잔여투자액은 앞으로 현금이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다.
포스코그룹은 2025년 1.9%인 ROIC를 2028년 5.8%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추가 투자가 계속되는 만큼 투하자본 자체를 빠르게 줄이기는 어렵다. 이미 투입한 자본에서 이익을 늘리고 이를 현금창출로 연결하는 게 자본효율을 높이는 핵심이다. 선행투자로 늘어난 이차전지소재 자산이 얼마나 빠르게 수익화되느냐가 ROIC 회복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