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SK호라이즌을 새로 출범한다. 완전자회사 SK브로드밴드에서 데이터센터와 해저케이블사업을 떼어내 만드는 곳이다. 인적분할이라 신설회사 주식은 브로드밴드의 주주인 SK텔레콤이 전부 받는다.
확보한 호라이즌 주식의 37%는 KKR과 IMM에 넘기기로 했다. 매각 대금은 1조9000억, 처분 목적은 성장사업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다. 여기에 호라이즌이 유상증자를 하면 KKR과 IMM 지분은 총 49%가 되고 SK텔레콤은 51%로 경영권을 쥔다. 성장사업이 뭔지는 비슷한 시기 결정된 출자에서 엿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 개발을 맡을 SK하이퍼에 7500억원, SK하이닉스의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에 7384억원을 지출한다. 데이터센터를 팔아 다시 데이터센터를 짓고 반도체사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돈의 흐름을 따라가 보자. SK텔레콤은 지난해 태광산업과 미래에셋이 갖고 있던 브로드밴드 지분을 1조1459억원에 사들였다. 옛 투자자를 내보낸 대신 이번에 새로운 파트너 KKR과 IMM을 더 높은 값을 받고 데려왔다.
따라서 성장사업을 시작하는데도 당장은 되려 현금이 늘어난다. 투자치고는 꽤 보수적 운신법이다. SK가 포기할 수 없는 가장 안정적인 자금줄이 통신업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별도 기준으로 연 4조원 안팎의 EBITDA(상각전영업이익)를 창출하고 있다. 유심해킹 탓에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던 지난해 역시 3조4000억원을 유지했다. 당시 설비투자와 배당액이 다 나가고서도 잉여현금이 1조원을 넘었다.
그러나 투자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배경은 지배구조에 있다. SK하이닉스가 천문학적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그 금고가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SK스퀘어가 지분 20%를 보유 중이고, 이 스퀘어 지분을 지주사 SK가 32% 가지고 있다. SK로선 배당 과정에서 스퀘어를 거쳐야 하니 하이닉스로부터 받는 몫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SK는 하이닉스에서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반면 SK텔레콤은 SK가 직접 지분 30.6%를 쥔 종속회사다. SK텔레콤은 작년 순이익의 87%를 배당했고 그중 SK 몫이 1000억원 남짓이었다. 전년에는 2300억원에 달했다. SK가 받는 배당 가운데 SK텔레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SK텔레콤이 AI에 공격적으로 투자할수록 SK로 오는 배당은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SK그룹의 신중한 셈법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석유화학 업황이 바닥을 치고 배터리는 캐즘에 발목이 잡혔으니 통신업은 꼭 사수해야 할 자산이다. 하지만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가 되겠다는 SK텔레콤의 선언이 한 발을 땅에 걸친 채 실현될 수 있을까. 안전히 디디고 선 자리에서 두 발을 모두 떼는 것이 도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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