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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주주 대한화섬, 증자 참여 가능할까

작년 매출 1173억, 재무구조 우수한 반면 규모 작아 역부족

박기수 기자  2022-12-14 14:21:18
흥국생명보험이 유상증자를 단행해 4000억원 규모의 우선주를 발행하면 태광산업이 이를 인수한다는 계획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업계의 논란이 일고 있다. 태광산업은 흥국생명과 같은 태광그룹 계열사지만 흥국생명과의 지분 관계가 없다. 흥국생명 주주가 아닌 태광산업이 자금을 수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태광산업 일부 주주들의 원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흥국생명 주주 명단에 태광산업은 없지만 태광그룹 내 폴리에스터 원사를 제조하는 계열사인 대한화섬은 있다. 전체 지분의 10.43%를 보유해 이호진 회장, 이 회장 장남 이원준 씨에 이어 3대 주주다.

다만 대한화섬은 흥국생명이 단행하는 유상증자를 감당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이 부족하다. 대한화섬은 별도 자회사가 없어 연결 재무제표조차 작성하지 않는 회사다. 올해 3분기 말 별도 기준 자산총계는 8744억원으로 태광산업(4조670억원)의 21.5% 수준이다. 3분기 누적 매출은 1155억원, 영업이익은 56억원이다. 주주 구성은 이호진 회장의 개인 회사인 티알엔이 33.53%를 보유하고 있고, 이 회장 본인도 지분 20.04%를 보유 중이다.

기초체력은 훌륭하다. 태광산업과 비슷한 재무 기조를 유지해온 덕에 자본총계(7125억원)가 부채총계(1618억원)보다 4배 이상 많다. 부채비율은 22.7%로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회사 자체의 규모가 작아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큰 기여를 하기 어렵다. 대한화섬이 보유한 9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534억원에 불과하다.


자본확충이 시급한 흥국생명 입장에서 이호진 회장이 나서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카드로 꼽힌다. 이호진 회장은 태광그룹 내 유동화할 수 있는 보유 주식이 다양하다. 상장사 주식의 경우 태광산업 지분 29.48%, 대한화섬 지분 20.04%를 보유 중이다.

비상장사 주식 역시 다수 보유하고 있다. 티알엔(51.83%), 티시스(4.23%), 이채널(7.3%), 흥국증권(68.75%), 고려저축은행(30.5%), 흥국자산운용(20%) 모두 이 회장의 몫이다. 흥국생명 주식의 56.3%도 보유 중이다. 이 지분들을 담보로 이 회장이 대출을 받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상장사들을 통해 이 회장은 매년 수십억원의 배당금도 수령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작년 이 회장은 흥국증권으로부터 15억4000만원, 고려저축은행으로부터 34억200만원, 흥국자산운용으로부터 18억원을 수령했다.

업계 관계자는 "흥국생명과 지분 관계가 없는 상장사가 부실 자회사에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며 "다만 흥국생명의 배당 수익 등을 감안할 때 투자 목적의 증자 참여는 태광산업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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