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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소유분산 KT, 대표이사 선임 가른 국민연금 주주활동

②구현모 전 사장 연임 반대…대표이사 선임절차 투명성 제고 도화선

이민호 기자  2023-11-28 14:59:42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KT는 8월 이례적으로 완전한 외부인사인 김영섭 사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그동안 정부인사나 내부인사가 대표이사에 올랐던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도화선이 된 것은 소유분산 기업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주주활동이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를 기반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꾸준히 주문하면서 KT 대표이사 선임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한 계기를 만들었다.

◇정통 'LG맨' 김영섭 사장 취임…내부인사·정부인사 기존 관행 탈피

KT가 올해 8월 대표이사로 김영섭 사장을 선임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전임 대표이사였던 구현모 전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 3월 이후 5개월의 경영공백이 있었다. 하지만 대표이사 공개모집으로 방향을 최종 확정한 이후 7월 모집부터 8월 선임까지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김 사장은 정통 'LG맨'으로 KT에는 완전한 외부인사다.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 전신인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해 총무과에서 일했고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을 거쳤다. 이후 LG CNS에서 오랜 기간 몸담으며 경영관리부문 상무, 경영관리본부 부사장, 하이테크사업본부장, 솔루션사업본부장으로 일했다. 2013년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됐다가 2015년부터 LG CNS로 복귀해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김 사장은 과거 KT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인물과는 배경이 다르다. 2005년 8월 선임된 남중수 전 사장은 KT 재무실장 전무와 KTF 대표이사 사장을 거친 내부인사였고 2009년 1월 선임된 이석채 전 회장은 정보통신부장관과 대통령 경제 수석비서관을 지낸 정부인사였다.

2014년 1월 선임돼 연임에 성공했던 황창규 전 회장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과 기술총괄 사장을 거친 이후에는 2010년 5월부터 3년간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장을 역임했다. 2020년 3월 선임된 구현모 전 사장은 KT 비서실장, 경영지원총괄, 경영기획부문장, Customer&Media부문장, Customer부문장을 지낸 내부인사였다.


◇국민연금 주주활동 결정적…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개선 의지

공개모집 형식을 취한 이번 대표이사 선임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곳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에 오른 것은 KT 민영화의 결과다. 2001년까지만 해도 KT 최대주주는 지분 40%를 보유한 정부였다.

하지만 2002년 5월 자사주 취득과 교환사채(EB) 발행으로 정부주식을 모두 처분하면서 그해 8월 완전민영화를 실현했다. 이후 지분정리를 거쳐 2003년 8월부터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하지만 올해 3분기말 지분율은 8.15%뿐이다. KT가 소유분산 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국민연금이 KT 대표이사 선임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국민연금은 앞서 2018년 7월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의결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고 2019년 12월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의결해 주주활동의 기반을 마련했다.

KT에는 2021년 11월 주식 보유목적을 기존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해 주주활동의 토대를 만들었다. 일반투자는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경영참여)할 의도는 없지만 지배구조나 배당정책, 자사주정책 개선 등 단순투자보다 높은 수준의 주주활동을 전개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에는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유분산 기업의 합리적 지배구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논의가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았다"며 "국민연금이 소유분산 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구현모 전 사장 연임 제동…대표이사 선임절차 투명성 제고 도화선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은 KT 대표이사 선임과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김 이사장 발언에 약 한 달 앞서 구현모 전 사장은 대표이사 연임 의사를 표명했다.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구 전 사장에 대해 연임 적격 판정을 내렸지만 구 전 사장은 국민연금 중심으로 제기한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KT 이사회에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를 요청했다. KT 이사회는 복수 후보 심사 이후 지난해 12월 구 전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자로 확정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구 전 사장의 최종 후보자 확정 직후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KT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KT 이사회는 올해 2월 공개경쟁 방식으로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구 전 사장도 후보자에 포함됐지만 결국 후보 사퇴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하면서 연임을 포기했다. KT 이사회가 3월 윤경림 전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를 단수 후보로 확정했지만 약 20일 만에 윤 전 사장도 사퇴했다.

KT는 이후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을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 내세우고 4월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뉴 거버넌스 구축 테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이어 7월 공개모집 방식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개시해 김영섭 사장을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김 사장은 8월 3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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