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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의 도전, 서정진의 승부수

합종연횡 끝 3년 만 '비주력자산된' 다케다 아태판권

그룹 '정통 제약사' 진일보 위한 사명 다 해… "잔여 자산 거래에 따라 투자 이익도 기대"

최은수 기자  2024-01-03 16:33:29
셀트리온이 글로벌 케미컬의약품 역량 강화를 위해 다케다제약(Takeda Pharmaceuticals)의 아시아태평양(AP) 지역 제품군 권리 자산을 중국계 바이오·헬스케어 투자기업 CBC그룹에 재매각한다.

해당 딜은 당시 셀트리온 출범 후 서정진 회장이 지휘한 인수·합병(M&A)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다. 그런데 이를 아시아·태평양지역 전문의약품 판권과 국내 판권으로 분할 매각하고 국내 판권 일부를 다시 쪼개 판다. 시총 40조 바이오텍으로 거듭나기 위한 그룹의 합종연횡 속에서 기존 전략 자산이 사명을 완수하고 '비주력자산'으로 변모한 셈이다.

◇다케다로부터 사들인 '전략 자산', 3년 만에 재매각

셀트리온그룹이 CBC그룹에 양도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전문의약품 판권 관련 계약은 오는 3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셀트리온그룹은 해당 자산을 CBC그룹 측에 약 2100억원에 매각한다. 프라이머리케어 사업권 중 핵심 자산인 '네시나', 당뇨병 치료제 '액토스', 고혈압 치료제 '이달비' 국내 사업권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 결과다.


셀트리온은 앞서 2020년 11월 말 셀트리온아시아퍼시픽PTE을 설립한 뒤 지분 전량을 2억7830만 달러(한화 약 3200억원)에 취득했다. 이후 셀트리온아시아퍼시픽PTE가 다케다 아태판권을 사들이는 형태로 딜을 마무리했다.

셀트리온아시아퍼시픽PTE는 다케다로부터 자산을 인수한 후 줄곧 적자 행보를 기록했다. 모든 자산이 매각된 것은 아니나 최초 투자 금액 대비 회수 성과, 아태판권 인수는 당시 셀트리온 출범 이래 가장 규모가 컸던 딜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일면 아쉬운 성과다.

더불어 셀트리온이 이번 거래를 단행하며 내부적으로 다케다 아태판권을 비주력자산으로 재구분한 것은 '명확한 사실'로 보인다. 셀트리온 측은 매각 사유를 "그룹 합병 국면의 재정비와 성장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선 그룹 내에 다케다 아태판권이 전략자산으로서의 기능을 완수했기 때문에 거래가 이뤄졌단 평가를 내린다.

◇생산설비 내재화 끝 '시밀러 중심 바이오벤처→ 제약사 변신 교두보' 역할 완수

다만 빅딜로 확보한 전략자산이 비주력자산으로 변했다는 것만으로 아태지역 인수 자체를 평가절하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셀트리온이 앞서 다케다 아태지역 판권에 '통 큰 투자'를 했고 해당 자산이 그룹이 기대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셀트리온은 해당 딜 이후 자체 의약품 생산설비를 확충했고 개량신약을 생산하기 위한 토대도 다졌다. 셀트리온이 올해부터 아직 매각하지 않은 다케다 제품을 직접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게 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세부적으로 기존엔 CMO 업체에 위탁하던 의약품 생산을 3년 만에 내재화하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그 당시 셀트리온그룹에 주어진 숙제는 '정통 제약사'로 발돋움하는 것이었는데 이 포트폴리오 빈자리를 완제 의약품을 생산하고 판매하게 되면서 채웠다.

당장 완제의약품 생산에 자체 설비를 활용하면서 얻게 되는 원가절감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작년까지 다케다에서 인수한 PC 사업부문 의약품을 CMO 업체를 통해 공급받을 때의 매출원가율은 평균 40% 초반이었다. 올해부턴 자체 퍼실리티가 이를 충당하면서 30% 초중반대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이번 거래로 전체 자산을 인수하는 데 들인 대금(3159억원)을 모두 회수하진 못했다. 그러나 셀트리온이 추가 매각 의사를 밝힌 국내 일반의약품(OTC) 사업권 등의 매각 건이 남아 있다. 해당 딜이 마무리된 다음에야 3년 간의 투자 성과를 논할 수 있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에 나타난 자금 회수 측면으로만 놓고 보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진 못했지만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중심에서 정통 제약사로 자리잡는 데 큰 기여를 한 베팅이었다"며 "잔여 자산 매각 결과에 따라 투자 수익도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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