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가운데 약 40%가 계열사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으로 살펴봐도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국에서 불거진 대대적 관세 이슈 등 각종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12곳이 몸집을 줄이는 길을 택했다.
이는 국내 기업집단들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추계적으로 자산이나 매출, 계열사 등 볼륨을 전반적으로 증대해오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특히 저유가로 시적된 정유업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GS그룹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해당 기간 자산과 매출 계열사가 모두 감소했다.
◇SK는 21곳 카카오는 13곳 재계에 닥친 다운사이징 바람 THE CFO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5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의 세부 지표를 토대로 국내 주요 기업집단의 매출·자산·계열사 현황을 살펴봤다. 그 결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해당하는 46곳 가운데 19곳이 계열사를 줄였다.
전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회사 수는 2024년 2213개 대비 120개(5.4%) 감소한 2093개였다. 추계적으로 보면 2024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는 2023년(2169개) 대비 44개 늘었는데 2025년 들어서면서 증가세가 꺾였다.
이 기간 가장 많이 계열사를 덜어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론 SK그룹으로 꼽힌다. 이어 카카오가 SK그룹에 이어 두자릿수의 계열사 감소세를 나타냈다. 네이버(9개), CJ(7개), 롯데와 넷마블(각각 4개)도 복수의 계열사를 줄인 것으로 확인된다.
앞서 계열사를 축소한 기업집단 가운데엔 여러 이유에서 리스트럭처링을 시도하는 곳들이 포함돼 있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특명에 따라 1년 가까이 대대적인 리밸런싱을 이어오고 있다. 카카오 역시 그룹 성장을 이끈 대규모 M&A 이후로 도래한 영업권 압박 등을 이겨내기 위해 분주하게 자산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각 기업집단마다 계열사 감소에 따른 성과는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 SK는 20여개의 계열사 축소 과정에서 자산을 30조원 가까이 끌어올리는 등리밸런싱을 통한 소기 성과를 얻었다. 통상 계열사 정리는 청산이나 흡수합병 외에도 지분매각 등 재무적인 이벤트가 동반된다. SK는 총 10곳의 지분을 매각하는 적극적인 M&A의 길을 택했다.
카카오의 경우 13곳의 계열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세부적으로 세나테크놀로지·쓰리와이코프레이션·아이에스티엔터테인먼트·와이어트 등의 지분을 매각했다. 그러나 약 60%가 넘는 나머지는 흡수합병이나 청산종결 절차를 밟았다. 앞서의 군살빼기 시도가 자산 증가로까지 이어지진 않은 배경으로 꼽힌다.
◇핵심 계열사 칼텍스 흔들린 GS, 유일한 계열사·매출·자산 동반 감소 사례 계열사를 줄인 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특이한 행보를 보이는 곳으론 GS그룹이 꼽힌다. 전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에서 자산과 매출액 계열사가 모두 줄어든 곳은 GS그룹이 유일하다.
이 기간 GS그룹은 농협에 밀려 재계 순위가 한 계단 내린 10위가 됐다. G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를 위시한 정유 사업 역시 뜻밖에 찾아온 저유가 등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몇 년 간 건설업황 악화로 고민이 크던 GS건설이 2024년 반등을 했지만 칼텍스의 전반적인 외연 감소세가 더 거셌다.
GS그룹은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그간 신사업 및 생존전략으로 바이오·헬스케어 부문에서 새 길을 찾고 있다. 2021년 인수한 휴젤의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치과의료기기 메디트를 비롯해 오스템임플란트 인수전에도 합류하면서 그룹 지경을 넓히기 위한 왕성한 식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휴젤의 경우 미국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의 바이오의약품 품목허가(BLA)를 따내고 시장 정식 진출을 해냈다. GS는 그 당시 베팅한 1조7000억원을 아직 회수하진 못했진 못했다. 그러나 최근 휴젤의 시가총액은 인수 당시 책정한 휴젤의 기업가치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
앞서 신사업에 대한 도전과 의미 있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GS의 자산감소세가 나타난 데에는 정유 업황의 악화가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의 2024년 말 연결 기준 자산 총계는 2023년 말 24조3218억원 대비 1조1482억원(4.7%) 줄어든 23조1736억원이다.
GS칼텍스의 경우 매출액 역시 직전 3년 간 10조원 이상 후퇴했다. 2022년 58조5321억원이던 GS칼텍스의 연결 매출액은 2023년 48조6075억원, 2024년엔 47조6142원으로 줄었다. 앞서 신사업에서 성장동력을 발굴했지만 주력 계열사에서 이 호재를 상쇄하고도 남는 규모의 외연 축소가 나타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