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총수 있는 기업을 기준으로 보면 10대그룹에서 모처럼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1~5위권은 근 10년 간 변화가 제한적인 반면 5~10위권에서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며 확장한 한진그룹이 CJ그룹을 넘어 10위에 안착했다.
더불어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에도 재계 7위 한화와 11위 신세계의 동일인을 전과 같은 김승연 회장과 이명희 총괄회장이라 판단했다. 다만 두 기업집단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본격적으로 승계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장기간 고착화된 국내 10대그룹 지형도에 또 다시 변곡점이 찾아왔다.
◇진격의 한진, 5년 만에 총수기업집단 10위 복귀 THE CFO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의 직전 10년 간 순위변동을 살펴봤다. 그 결과 먼저 삼성을 위시한 1~5위권까지는 특별히 의미 있는 변화가 관측되지 않았다. 2022년 SK그룹(2위)과 현대자동차그룹(3위)의 순위가 바뀐 걸 제외하면 2017년 이후부터 멈춰 있다.
다만 5위에서 10위권을 톺아보면 몇 가지 눈여겨 볼 지점이 관측된다. 먼저 2024년에 GS그룹(8위)과 HD현대그룹(7위)이 순위 자리를 바꾼 것을 시작해 2025년의 경우 직전 5년 간 10위 자리를 지키던 CJ그룹이 11위로 한 계단 내려섰다. CJ그룹의 자리는 5년 간 CJ에 밀렸던 한진그룹이 차지했다.
한진그룹이 5년 만에 10대그룹 반열(포스코·농협 등 동일인이 법인인 경우는 제외)에 다시 서게 된 건 아시아나항공을 품어 세계 9위권 메가캐리어를 구축한 것과 관련이 있다. 올해 2월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이 마무리됐고 이에 따라 한진그룹은 2024년 39조원이던 공정자산총액이 2025년 58조원으로 뛰었다.
CJ그룹은 2015년 17위에서 5년 만에 순위를 7계단 끌어올리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는데 2020년 이후로는 성장세가 그치고 답보하는 흐름을 보인다. 2024년 대비 2025년 CJ그룹이 공정자산총액이 약 4800억원 역행한 39조3710억원을 기록한 게 일례다.
CJ그룹과 아직 10위권 밖의 다른 기업(LS그룹 35조9520억원, 카카오 34조8480억원)과는 적잖은 자산 차이가 있다. 그러나 CJ는 자산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비슷한 순위를 두고 경쟁하는 LS그룹은 2025년 한 해에만 4조원을 끌어올린 점이 눈길을 끈다. 이를 고려하면 M&A를 포함한 큰 이벤트 여부에 따라 다시금 순위가 바뀔 여지가 있다.
◇한화와 신세계의 승계 움직임, 다시금 지각변동 예고된 10대그룹 이밖에도 한화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조금씩 승계를 위한 몸풀기를 시작한 점도 관전포인트다. 아직 구도가 완비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는 양 그룹의 동일인 변경을 유보했다. 그러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모두 올해 들어 후계를 향한 지분 증여에 나섰고 업계는 이를 본격적인 승계 작업으로 해석한다.
한화그룹은 첫째인 김동관 한화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이 방산·에너지, 둘째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계열사, 셋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유통 및 호텔 부문을 승계받는 후계구도가 그려지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한화보다 더 명확한 지배구조 획정이 시작됐다. 이명희 총괄회장 슬하엔 정용진·정유경 회장 남매가 자리해 있다. 이들은 지난해 공식적으로 그룹 계열분리를 선언하고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조금씩 움직이는 중이다.
먼저 맏이인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이 총괄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 10% 전량을 사들여 이마트의 지배력을 공고하게 했다. 정유경 회장은 이 총괄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주식을 증여받고 있고 올해에도 10.21%를 추가로 확보했다. 지분 수증을 마친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 지분율은 29.16%다.
한화와 신세계그룹 모두 승계 초반 국면이다보니 그룹 핵심자산 및 각 계열사, 사업부의 분할을 마무리하기까진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그러나 승계의 끝이 분할을 통한 각자경영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필연적인 의 그룹 순위 하락 앞에 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화그룹의 전체 재계 서열 순위는 7위, 신세계그룹은 11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앞서 동일인이 법인인 두 곳(포스코·농협)을 제외하고 나면 한화와 신세계의 기업집단 순위는 각각 6위와 9위로 상승한다. 두 그룹의 승계와 기업 분할에 따라 다시금 10대그룹 지형도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