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LG화학은 추가 차입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연결대상 종속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단기간에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LG화학 연결 기준 재무건전성이 예년에 비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LG에너지솔루션 시설투자 등 현금 소요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필요하다.
LG화학은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말 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을 양도해 약 1조1000억원을 손에 쥐었으며 오는 연말에는 수처리 필터 사업 양도에 따른 약 1조4000억원도 유입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일부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회사채 중심 대량 조달에 차입금의존도 30% 상회…재무건전성 추가 악화 부담
LG화학은 최근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만으로는 소요되는 현금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의 근간이 되는 연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금액을 기타영업수익으로 포함할 경우 2023년 6조4867억원, 지난해 5조5992억원으로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석유화학사업부문이 중국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과 전방산업에서의 수요 위축으로, 연결대상 종속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수요 감소와 배터리 판가 인하로 각각 부진했기 때문이다.
반면 자본적지출(CAPEX) 소요는 이어졌다. LG화학 연결 기준 자본적지출은 2023년 13조1128억원과 지난해 14조7799억원으로 예년보다 크게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중심으로 미국 애리조나 공장 신설 등 대규모 자본적지출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연결 기준 자본적지출은 2023년 10조253억원, 지난해 12조5204억원이었다.
이 때문에 차입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회사채 발행 중심으로 단기간에 대규모 차입을 끌어들이면서 LG화학의 올해 1분기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이 29조4027억원으로, 순차입금으로 따지면 22조1093억원으로 뛰어올랐다.
문제는 올해 1분기말 차입금의존도가 30.9%로 이미 30%를 넘었다는 점이다. LG화학은 2022년 1월 LG에너지솔루션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키면서 신주모집(10조2000억원)과 구주매출(2조5500억원)로 연결 기준 12조75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를 통해 2022년말 차입금의존도를 23.5%까지 낮췄던 점을 고려하면 약 2년 만에 가파른 상승을 보였다.
LG화학으로서는 그동안 재무전략의 큰틀을 이뤘던 회사채 중심 조달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기에는 재무적으로 부담이 있다. 석유화학사업부문의 현금창출력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회사채를 공격적으로 추가 발행할 경우 차입금의존도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편광판·수처리필터 비주력사업 매각…LG엔솔 지분 일부 매각 가능성도 거론
이 때문에 LG화학은 재무건전성의 추가 악화를 막으면서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졌다. LG화학이 선택한 것은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것이다. LG화학은 전지소재, 친환경(Sustainability), 신약을 3대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한 상태다.
LG화학은 2023년 6월 이사회에서 진단사업부를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1500억원에 양도하기로 결정했으며 그해 10월 양도를 완료했다. 2023년 9월 이사회에서는 IT소재 사업부의 필름사업 중 편광판과 편광판 소재 사업에 대한 양도를 결정했다. 편광판 사업은 중국기업(Shanjin Optoelectronics(Suzhou))에 2억달러(약 2690억원)에, 편광판 소재 사업은 중국기업(Hefei Xinmei Materials Technology)에 45억위안(약 8292억원)에 각각 팔았다. 이들 사업은 지난해 12월에 이르러 매각이 완료돼 LG화학은 약 1조1000억원을 손에 쥐었다.
이번달 13일 이사회에서는 첨단소재사업본부 내 수처리 필터 사업을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약 1조4000억원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LG화학 측에 따르면 수처리 필터 사업 양도 시기는 올해 연말로 예정돼있다. 해당 시기에 이르러 양도가액을 수취할 수 있을 예정이다.
이외에 시장에서는 NCC 자산 일부, 반도체 소재 사업, 에스테틱사업부 등이 잠재적인 양도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다만 LG화학 측은 "재무건전성 개선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사업부 추가 매각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으며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이 생산하는 RO필터. 출처: LG화학
비주력 사업 매각 외에 현금 확보 수단으로 시장에서 거론되는 것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일부 매각이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때 구주매출 형태로 지분 일부를 매각한 경험이 있다. LG화학은 2020년 12월 전지사업부문 물적분할(지분율 100%)로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한 덕분에 2022년 1월 상장에도 지분율이 81.84%(1억9150만주)로 지배력이 높은 편이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교환대상으로 내걸고 EB를 발행하고 있는 것도 높은 지배력 덕분이다. 지난달 21일 기준 교환대상으로 제시된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은 666만9371주로 LG화학 보유지분의 3.48%에 해당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