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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CJ그룹

'퀀텀점프' CJ올리브영, 단단해진 오너 승계 지렛대

②5년 새 매출 13배…6700억 사옥 베팅에도 굳건한 재무체력

최은수 기자  2025-06-30 08:31:20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CJ올리브영은 한국형 드럭스토어를 표방했던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연착륙에 성공했다. 2022년 기업공개(IPO)를 돌연 연기한 것도 2년 사이 급성장을 거듭하며 결과적으로 퀀텀점프를 위한 발돋움이 됐다.

CJ올리브영은 기존에도 오너 승계 국면에서 무게감이 상당했는데 지금은 또 한 번 성장하며 그룹 내 입지가 달라졌다. 최근 서울역 인근 KDB생명 타워를 매입하며 사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CJ올리브영의 달라진 수익성과 재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IPO 연기 후 급성장…승계 위한 상장·합병 모두 선택 가능

CJ올리브영은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통틀어 CJ그룹 가운데 가장 극적인 성장세를 나타낸다. 2022년 기업공개를 통한 상장(IPO) 일정을 연기하며 잠시 시장에서 여러 해석이 나왔다. 다만 현재 추세를 보면 CJ올리브영의 당시 판단은 수익성과 체급 증가를 동반한 기업가치 증가로 귀결될 전망이다.


CJ올리브영의 매출액은 2019년 3659억원에서 2024년 4조7900억원으로 뛰었다. 13배의 상승률을 보였다. 범위를 2년으로 좁혀도 2조원이 넘게 순증했다. 비율로 보면 72.5%다. 2024년 영업이익률 12.5%로 두자릿수를 나타냈고 순이익률 역시 9.93%로 10%에 근접했다. 2년 전인 2022년만 해도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 모두 두자릿수를 하회한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수준의 양적 성장이다.

현금창출력을 기준으로 봐도 상당한 성장세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같은 기간 4768억원서 8449억원으로 뛰었다. 증가율로 고려하면 80%에 육박한다. 여기에 2022년을 지나 IPO 시장에 전반적으로 해빙 무드가 만들어진 점을 고려하면 CJ올리브영은 최소 배 이상의 밸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

CJ올리브영의 IPO는 오너 일가의 승계와도 관련이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11.04%,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이 4.2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지주사 CJ의 보유 지분율이 과반을 넘는 점을 고려하면 IPO가 승계를 위한 레버리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짧은 시기 외연을 대폭 늘리면서 IPO 외에 다양한 선택지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일단 시장에선 CJ올리브영이 IPO가 아닌 지주사와 합병을 선택할 경우 그룹 오너 4세들이 승계 과정에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특히 중복상장에 대한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점도 시장에서 합병을 점치는 이유다.

◇6700억 KDB생명타워 단 번에 인수…그룹 비상장사 유일한 사옥 소유

외연이나 그룹 내 역할론 모두 풍성해진 CJ올리브영의 저력은 최근 확보한 KDB생명타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9월 준공된 KDB생명타워는 지하 9층에서 지상 30층, 연면적 8만여㎡ 규모다. 지상층은 오피스로 지하층 일부는 리테일로 사용 중이며 KDB생명보험, 외국계 기업 등 우량 임차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앞서 탄탄한 수익성과 재무체력을 통해 6700억원 규모의 딜 클로징을 조기에 마무리했다. 특히 잔금을 치르기 위해 선택한 조달 방안이 4500억원 규모의 초단기 기업어음(CP)이었던 점도 눈길을 끈다.

CJ올리브영은 총 4500억원 규모의 CP를 각각 5일물과 12일물로 나뉘어 발행했다. 인수대금을 대기 위한 계약금 및 잔금을 치르기 위한 '급전' 용도로만 활용했단 뜻이다. CJ올리브영의 2024년 순차입금/EBITDA는 0.2배로 안정적이고 해당 CP를 발행한 이후 별도의 리볼빙이 없었단 점을 보면 딜클로징에 대한 대응 이후에도 CJ올리브영의 재무 상태가 견고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룹에 사옥을 갖고 있는 비상장사는 CJ올리브영이 유일한 것도 주목할 사안이다. CJ그룹 특성상 사옥을 많이 보유하지 않는다. 이에 지주사인 CJ, CJ E&M 정도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사옥을 갖고 있지 않다.

CJ제일제당이 2021년 천랩(CJ바이오사이언스로 사명 변경)을 인수하고 약 2년 뒤 천랩타워를 사들인 사례는 있다. CJ제일제당은 해당 공간을 사옥이 아닌 일부 업무공간으로 쓰고 있다. 더불어 앞서 공식적으로 사옥을 보유한 두 회사 모두 상장사다. 이 점을 고려하면 CJ올리브영의 KDB생명타워 인수는 그룹 내에서도 꽤 상징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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