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그룹이 한 달 새 주요 사업회사인 종근당과 지주사 종근당홀딩스의 자사주를 모두 교환사채(EB) 발행에 활용하며 현금을 확보했다. 자사주 의무 소각을 위한 3차 상법개정안 통과가 임박한 상황에서 연이은 자사주 현금화 행보다.
중요한 건 명분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기업들의 잇단 EB 발행에 조달 당위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종근당그룹은 종근당과 종근당홀딩스 모두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명분은 충분했다.
◇종근당이어 홀딩스도, 지분 희석 가능성 낮춘 발행 조건 '눈길' 종근당홀딩스는 15일 자사주 전량을 담보로 한 EB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발행 규모는 141억원이다. 자회사인 종근당 역시 지난 9월 30일자사주 전량을 담보로 611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통해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두 회사의 EB 발행 조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준주가 대비 높은 비율로 할증된 교환가액이다. 종근당의 할증률은 19% 종근당홀딩스는 20%로 설정됐다. 교환가액은 투자자가 교환권을 행사할 때 기준이 되는 가격을 말한다. 이에 통상 EB 교환가액은 기준주가의 10% 수준의 할증률을 보인다.
앞서 제약업계에서 발행된 EB들의 교환가액 할증률 역시 5%에서 10% 내외에 머물고 있다. 대원제약의 경우 기준주가 대비 22%의 할증률을 설정했지만 2년 뒤부터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건이 전제된다.
종근당과 종근당홀딩스는 높은 교환가액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상환 옵션이 없다. 발행사인 종근당그룹에 최적화된 발행 조건이라는 의미다.
높은 교환가액은 EB 발행으로 인한 지분 희석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주가가 20% 이상 오르지 않는다면 교환권 행사가 되지 않는다. 잠재적인 지분율 희석 리스크도 줄인 셈이다.
◇EB 발행 명분 충분했나…"바닥난 현금, 자금 조달 필요 시점" 우려되는 사항은 명분이다. 자사주 의무 소각 내용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논의가 진행되면서 상장사들의 EB 발행 사례가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EB 발행 결정 건수는 50건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의무 소각을 피하기 위해 자사주를 처분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금감원은 EB 발행의 명분과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20일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EB 발행 공시 작성 기준에는 해당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
종근당그룹은 양사의 EB 발행은 모두 충분한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양사 모두 현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가장 재무적 리스크가 낮은 자사주 담보 EB 발행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먼저 종근당은 EB 대금을 배곧 복합연구개발단지 조성 자금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반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2175억원인 상황에서 약 3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초기 설비 투자 비용을 위한 조달이라는 설명이다.
종근당홀딩스는 해당 대금을 내년 만기되는 단기차입금 2건 상환에 쓰겠다고 밝혔다. 총 150억원 규모인 단기차입금의 만기일은 내년으로 100억원 규모의 신한은행 차입건의 경우 만기일이 10개월가량 남아있어 상환 부담이 크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다만 종근당홀딩스는 최근 온라인 뉴스 매체 디지털데일리 지분 87.7%를 200억원에 인수하면서 큰 현금 유출이 있었다. 반기 말 기준 종근당홀딩스의 현금성자산은 260억원으로 3분기 일어난 단기차입금을 제외한다고 해도 50억원의 추가 현금 유출이 있었던 셈이다.
특히 종근당홀딩스는 지난해 부채 상환을 진행하면서 부채 비율을 줄여가고 있던 상황이기 때문에 차입보다는 EB 발행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종근당그룹 관계자는 "종근당과 종근당홀딩스 모두 최근 사업 확장을 위한 현금 투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며 "여러가지 조달 방법을 고려한 과정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