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의 해외 진출은 언제나 '협업'이라는 단어와 함께였다. 2000년대 초반 글로벌 시장 개척을 시작할 때부터 현지 금융사와의 합작은 기본 전략이었다. 여신업 라이선스가 까다로운 국가에서는 합작이 인가 조건이기도 했다. 중국의 북경현대기차금융, 브라질 법인(Banco Hyundai Capital Brasil S.A)이 그 사례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조인트벤처 전략은 단순히 규제 회피용은 아니었다. 영국과 독일(산탄데르), 프랑스(소시에테제네랄)처럼 제도적으로 합작 규제가 없는 곳에서도 현지 금융사와 손을 잡았다. 북미지역은 현대차, 기아 등 계열사와 합작을 했다. 안정적 자금조달과 리스크 분산, 현지 네트워크 확보라는 실리를 택한 결과였다.
그런데 지난해 출범한 현대캐피탈 호주법인은 이 흐름에서 비껴나 있다. 현지 파트너도, 계열사 합작도 없이 100% 현대캐피탈 단독 자회사로 세워졌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자문법인을 여신업 법인으로 전환하는 형태였지만 의미는 훨씬 크다. 그룹 차원에서 '이제는 자생하라'는 기조가 명확히 반영된 사례이기 때문이다.
정태영 부회장이 운전대를 잡고 있던 시절 현대캐피탈의 해외 전략은 조인트벤처를 축으로 한 협업형 확장이었다. 해외 파트너와의 신뢰 구축,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확장이 목표였다면 지금 정의선 회장의 입김이 강해진 현대캐피탈은 자생력, 독자성의 DNA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간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의 캡티브 금융사로 입지가 컸다. 덕분에 국내 최대 여신전문금융사로 성장했고 해외에서 채권 조달이 가능한 몇 안 되는 2금융권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그렇기에 시장 경쟁력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숙제가 늘 있었다. 모회사의 그늘 아래서가 아니라, 독자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현지 금융생태계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조인트벤처의 한계도 충분히 겪었다. 현대캐피탈은 주기적으로 해외법인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이때마다 합작 파트너와의 조율이 필요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 아메리카의 경우 현대캐피탈 지분이 하나도 없다. 당시 합작 파트너였던 GE캐피탈의 반대 탓이었다. 현대차그룹의 세계 경영이 확대될수록 해외법인도 비례해 성장해야 하는 만큼 독자적인 글로벌 경영 필요성이 커졌다.
호주법인은 현대캐피탈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립형 금융회사'로 진화하는 첫 신호탄이다. 협업의 시대가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협업이 아닌 자체 경쟁력 기반의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조인트벤처로 안정된 기반을 다졌다면 이제는 독자 운영으로 리스크를 직접 관리하며 진정한 금융사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결국 호주법인은 현대캐피탈의 실험대이자 미래 모델이다. 자생력 있는 금융 플랫폼으로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는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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