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끝나기 전 신한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제 12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굴리며 새로운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하기 힘들었다. 작년 10월 ETF(상장지수펀드) LP(유동성공급자) 운용 부서의 일탈로 인해 1000억원 넘는 손실이 발생했을 때에는 평판 리스크를 우려해야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초 C레벨을 대거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IB(기업금융) 전문가로 외부에서 영입한 김상태 전 대표이사가 사의를 표하며 생긴 빈자리에 내부 출신 이선훈 대표를 선임했다.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던 이희동 전 전략기획그룹장도 물러나고 신한지주 재무팀 본부장을 맡던 장정훈 경영지원그룹장이 새로 왔다.
이희동 전 그룹장은 회사를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제 작가가 됐다. 후배들에게 금융의 역사를 설명해주고 싶어 지난 9월 '더 루프'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런데 에필로그를 읽다 보니 금융인에게 직접 전하는 메시지가 나온다.
"금융회사 경영진과 모든 실무진 여러분, 여러분은 단순한 이윤 창출을 넘어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지고 계십니다. (중략) 따라서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마시고 고객 자산의 안전한 보호와 건전한 금융 시스템 유지에 최우선 가치를 두시기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 전 그룹장은 CFO로 일하는 동안 신한투자증권을 ‘계산이 서는 회사’로 만들고 싶어했다. 2023년 초 부임 후 불완전판매 펀드 사적화해 비용 처리를 시작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 비용 등을 대거 털어내며 정상화에 나섰다. 리스크가 예측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기대를 키우던 중 발생한 ETF LP 운용 손실에 허탈해하기도 또 자책하기도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재발 방지를 위해 올들어 잊을만 하면 한 번 더 내부통제를 강조했다. 지난 하반기 이선훈 대표가 주재한 경영전략회의 키워드도 내부통제 강화 실행 전략이었고 이달 초에는 새해를 앞두고 전직원 대상 내부통제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제 금융위원회 최종 인가를 통과하면 국내 증권사 중 여섯 번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된다. 전임 CFO가 남긴 교훈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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