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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두산그룹 중간 지주사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부터 순차입금이 늘었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올해 늘어난 차입 부담은 연말 각종 채권을 회수하면서 완화할 계획이다. 이달 베트남 법인 매각 대금도 들어와 순차입금 축소에 기여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 3분기 말 별도 기준 순차입금이 전년 말(2조9765억원) 대비 1조3055억원 증가한 4조2810억원(리스부채 포함)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연결 실체 순차입금(4조5443억원)은 대부분 별도 법인 몫이다. 같은 기간 주요 자회사인 두산밥캣은 연결 기준으로 순현금(895억원) 상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별도 기준 운전자본 부담이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입을 제약해 차입금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다만 각종 대금 회수 일정을 감안하면 연말에는 차입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요 발전 기자재 설계·제작·서비스 사업과 발전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을 영위한다. 원가 투입과 진행률에 따라 매출을 인식하고, 마일스톤 달성 여부에 따라 채권을 청구·회수하는 수주 산업 특성상 비용 지출과 대금 수취 사이에 시차가 있다.
특히 대규모 프로젝트 채권 회수가 연말에 집중돼 있어 연중에 운전자본이 늘었다 점차 줄어드는 흐름을 보인다. 지난해에도 별도 기준으로 4분기에만 7048억원 규모 영업현금이 유입돼 3분기까지 마이너스(-)8186억원이었던 영업현금 적자 폭이 그해 연간으로는 -1137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두산에너빌리티는 3분기까지 별도 기준 현금흐름이 저조했다. 올 3분기 누적 영업현금은 -1조1633억원, 잉여현금흐름(FCF)은 -1조3077억원이다. 해당 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3824억원이었지만 매출채권·미청구공사 증가분(6081억원), 초과청구공사 감소분(2969억원), 재고자산 증가분(1601억원) 등 운전자금에 현금이 잠겨 영업현금이 돌지 않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부터 별도 기준 순차입금을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 보고 있다. 회수가 지연된 채권은 대부분 올해 안에 현금화할 계획이다. 연말 운전자본 감소뿐만 아니라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을 늘리는 재무 전략도 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19일 화력 발전 보일러, 항만 크레인,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모듈을 생산하던 베트남 법인 매각(3754억원) 절차를 끝내 잔금 3378억원이 들어왔다.
앞으로는 수주한 주요 프로젝트 매출을 인식하면서 발생하는 운전자본 변동 폭과 자본적 지출(CAPEX)을 집행할 중장기 현금흐름 관리가 주요 과제다. 가스 복합 발전 EPC, 원자력 발전소 주기기 제작 등 대규모 프로젝트 매출은 내년부터 본격화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내후년까지 소형 모듈형 원전(SMR) 설비 투자 등 CAPEX로 1조3232억원을 쓸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내후년부터 해외 원전, 가스 터빈(GT), SMR 매출이 발생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 영업 실적 개선 폭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 3분기까지 확충한 신규 수주는 4조6683억원이다. 해외 가스 화력 발전소 EPC, 발전 기자재 등에서 수주 실적을 쌓았다. 지난 9월 말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보다 약 1000억원 증가한 14조9247억원(해외 자회사와 내부 수주 제외)이다. 지난 15일에는 2038년까지 한국수력원자력에 4조9290억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원전 기자재를 납품하는 계약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