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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에서 주체로…노르웨이 'Seam AS' 인수의 의미

④사실상 첫 인수사례, 자본 '배분 단계' 진입…4행정엔진 재개로 밸류체인 확대

고진영 기자  2026-01-20 16:03:09
한화엔진은 M&A(인수합병) 시장에서 그간 '팔리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노르웨이 Seam AS 인수를 결정하면서 달라진 입지를 뚜렷이 했다. 피인수 대상에서 인수 주체로의 전환과 동시에 경영정상화 단계를 지나 공격적 투자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재무적 자신감과 명확한 전략 수립도 두드러지고 있다. 전기추진 솔루션 시장을 넘어 친환경 선박 시장의 구조적 성장을 유도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전통적 엔진 제조사를 넘어서기 위한 움직임이다.

한화엔진은 올 3월 말 노르웨이 전기추진 시스템업체인 ‘Seam AS’ 인수를 마무리한다. 지분 100%를 20억크로네(약 2908억원)에 매입하기로 했으며, 차입 조달 없이 자체 자금을 사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Seam AS 솔루션이 적용된 선박

이번 M&A는 회사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전환점이다. 한화엔진은 그간 M&A 시장에서 수동적인 매물로 존재해왔다. 특히 2018년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모펀드에 팔린 이후 경영의 초점은 공격적인 투자보다 원가 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생존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Seam AS 인수는 사실상 한화엔진이 주체적으로 다른 기업을 사들이는 첫 번째 사례다. 회사가 이제 생존을 넘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을 배분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뜻한다.

특히 빠르게 좋아진 재무 건전성이 투자 발판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화엔진이 외부 조달 없이 3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집행할 수 있는 배경엔 2023년 이후 급격히 개선된 현금 창출력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만 9월 기준 2300억원의 잉여현금을 기록하면서 3700억원어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쌓였다.


한화엔진이 이번 인수를 통해 노리는 것은 전기추진선 시장이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1월 열린 다보스포럼 기고문을 통해 “근본적으로는 선박 동력 체계를 (전기 선박으로) 바꿔야 한다”며 ESS 개발, 배터리 충전교체 인프라의 중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룹 차원에서 주목하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Seam AS는 변압기, 전력 변환기, 소프트웨어(전력 관리 시스템, 에너지 관리 시스템)를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전동식 조향 시스템(EPS) 턴키사업과 부품공급, 시스템 유지보수 등을 하고 있다. 김 부회장이 강조한 분야들이다.

트랙 레코드를 보면 Seam AS는 현재까지 총 111척의 선박에 친환경 추진 솔루션을 제공했다. 66건의 선박 충전 솔루션 공급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한화엔진으로선 인수를 통해 전기추진선 시장의 핵심기술과 레퍼런스를 즉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Seam AS 인수와 함께 한화엔진은 '4행정 (4-stroke) 중속엔진' 사업 재개도 추진 중이다. 애초 한화엔진은 2007년 선박용 중속엔진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금융위기 이후 엔진 발주량 자체가 줄자 2016년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그해 7월 중속엔진 공장 내에서 시운전 설비를 제외한 나머지 자산을 모두 정리했다.

하지만 올 9월부터 4행정 중속엔진을 다시 생산하기로 했다. 2018년경 이후 중속엔진을 단 한 대도 생산하지 않았으니 8년 만의 재개인 셈이다. 연간 40~50대 규모의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며 한화오션에서 중속 엔진 5대를 이미 수주한 상태다.

4행정 중속엔진은 대형선박에서 메인 엔진을 보조하는 발전기 엔진으로 쓰이거나, 중소형선박의 메인 엔진으로 사용된다. 통상 대형선박 한 척에 1기의 메인 엔진과 3~4기의 중속엔진이 탑재된다. 한화엔진으로부터 메인 엔진을 납품받은 조선사들도 그동안 발전기 엔진은 HD현대중공업이나 STX엔진 등에서 조달해야 했다.

하지만 중속엔진 사업을 재개하면 한화엔진이 선박 한 척당 공급할 수 있는 기자재 범위가 넓어진다. 패키지 납품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그룹사인 한화오션 입장에서도 HD현대중공업그룹이 HD현대중공업, HD현대마린엔진을 모두 거느리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생산능력을 확보해 조달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한화엔진 관계자는 “전기추진선에서 중속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로 모터를 돌리는 케이스도 있고, 하이브리드선박에도 탑재되기 때문에 (4행정 재개는) Seam AS 인수와도 장기적으로 접점이 있다"며 "또 메인 엔진과 발전기 엔진을 함께 납품하면서 고객과 협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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