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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해운, 확장보다 내실…굳어진 '재무통 전성시대'

③재무전문가 CEO 발탁 기조 뚜렷…'40년 뱅커' 이동수 대표 수장으로

고진영 기자  2026-01-09 11:16:33
대한해운은 경영전략의 무게중심을 성장보단 관리에 맞추고 있다. 인사에서도 이런 기조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최고경영책임자(CEO) 자리에 재무통을 선호해왔고 최근엔 40년 경력의 금융권 출신 이동수 사장을 대표이사로 앉혔다. 고금리와 해운업 침체의 파고 속에서 철저한 관리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한해운은 이동수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다. 은행권에 수십년을 몸담았던 재무통이다. 대한해운은 김칠봉 전 SM그룹 해운부문 총괄 부회장이 2021년 그룹을 떠난 이후 재무 전문가를 CEO로 기용하는 방침을 유지해왔다.

실제로 김 전 부회장의 뒤를 이어 CEO가 된 김만태 전 대한해운 사장은 현대상선(현 HMM) 출신의 재무통이었다. 현대상선에서 경영관리본부장을 역임하면서 재무관리를 담당하다가 2020년 대한해운 경영관리본부장에 영입, 이듬해 CEO에 올랐다.

대한해운을 포함한 대한상선, SM상선 등 SM그룹 해운3사의 재무를 김 전 사장이 총괄하는 구조였다. 대한해운이 해운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 SM그룹에 편입된 만큼 맏형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사장의 재임 기간은 대한해운의 투자 지출이 부쩍 늘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2020년부터 쉘(Shell)과의 장기계약 등을 위해 비싼 선박들을 발주했고, 이 배들이 차례로 인도된 2022년과 2023년에 대규모 자금 집행이 집중됐던 탓이다. 경영진의 재무관리 역량이 필수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2023년엔 CEO 인사에 이례적 변화가 생긴다. 그 해 11월 김만태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재무가 아니라 영업 전문가인 민태윤 전 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에 올랐다. 1995년 대한해운에 입사한 이후 전용선팀장, 영업실장, 영업1본부장 등을 거치며 잔뼈가 굵었던 인물이다. 직무대행 5개월 뒤인 2024년 3월엔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됐다.

다만 ‘영업맨 CEO’ 시대는 잠깐에 그쳤다. 민 전 사장은 선임 한 달 만에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고 대한해운은 다시 한수한 전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한 전 사장은 대한상선에서 28년간 근무하며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역임한 관리형 리더였다.

재무통 CEO로의 회귀는 당시 급격히 악화된 금융 환경과 SM그룹의 전략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짐작된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자 이자 부담도 불어났기 때문이다. 또 그룹 내 건설 계열사들이 어려워지면서 대한해운에도 재무적 부담이 이전될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재무적 리스크가 부상한 만큼 영업통 리더십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민태윤 전 사장에서 한수한 전 사장으로의 흐름은 재무 정책에 대한 분명한 방향성이 담겨 있었다. 외형 성장보다는 안정성을 우선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수한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불안정한 글로벌 경제 상황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유동성 확보를 도모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시기에 대한해운은 차입금을 대거 상환하는 공격적인 디레버리징 전략을 구사했다. 계약이 끝난 선박을 새로운 계약에 투입하지 않고 매각해 유동성을 챙겼다. 또 신규 선박 발주를 멈추고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현금 유출을 최소화했다.


대표이사가 이동수 사장(사진)으로 교체된 것은 2025년 9월이다. 같은 재무통이어도 이전의 CEO들과는 확연히 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다. 광주은행에서 40년간 근무하며 수석부행장까지 오른 정통 금융맨이다. 은행권에서 쌓은 금융 지식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2022년 2월 SM그룹 미래전략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SM신용정보, TK케미칼 대표이사를 거쳤다. 2024년 7월부터는 그룹 전체의 재무를 총괄하는 SM그룹 재무실장을 역임했다. 이력을 종합하면 해운업 실무 경험보다는 자금 조달이나 신용 관리, 기업 구조조정, M&A 등 재무전략 수립에 특화된 전문가라는 점이 두드러진다.

그룹 재무실장을 지난 만큼, 계열사간 자금 거래와 지급보증 문제를 그룹 전체이익에 부합하도록 조율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SM그룹에서 삼라, 동아건설산업, 우방 등 건설과 제조부문 계열사의 실적 회복이 더뎌질 경우, 비교적 유동성이 풍부한 대한해운에 지원 부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해운이 단순한 해운사를 넘어 그룹의 주요 자금줄이자 재무적 완충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룹 차원의 전략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 판단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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