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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가벼워진 대한해운…2년만에 빚 '1조' 줄였다

①신조 발주 멈추고 VLCC '고점 매각'…2024년 이후 선박 12척 처분

고진영 기자  2026-01-07 15:54:45
대한해운이 자산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노후 선박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신규 투자를 조절하면서 빚을 대거 갚았다. 경쟁사보다 빠르게 확대해뒀던 운영 선대 범주를 투자회수 과정에서 다시 축소 중이다. 이자 부담을 덜고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대한해운이 차입금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었던 동력은 과감한 자산 매각이다. 대한해운이 2024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매각한 선박은 총 12척에 달한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5척과 벌크선 7척을 처분했는데, 이를 통해 확보한 유동성은 약 6억1000만달러(한화 약 8800억원) 규모다.

주목할 부분은 매각의 타이밍에 있다. 대한해운은 지정학적 불안으로 중고선가가 역사적 고점에 근접했던 시기에 배를 팔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해운사에 최신형 VLCC 4척(SM White Whale 1, 2호 등)을 2024년 넘겼는데 공급 부족으로 유조선 몸값이 치솟았던 시기다.

애초 대한해운은 이 선박들을 2019~2020년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와의 용선계약에 투입하기 위해 건조했었다. 당시 약 3700억원을 들였지만 선박을 판 대금으론 총 4억6400만달러(6300억원), 척당 1억1600만달러를 받았다. 그간 운용하면서 거둔 운임수익에 더해 2600억원에 상당하는 차익을 거둔 셈이다. 일반적인 해운 영업이익률을 훨씬 상회하는 자산 운용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벌크선을 비롯한 다른 선박 구조조정도 병행됐다. VLCC 외에 대한해운은 노후화된 벌크선을 처분해 포트폴리오를 경량화했다. 2024년 10월에는 18만DWT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2척을 척당 5300만 달러에 매각하는 등 고운임 시황이 유지되는 벌크선 시장에서도 자산 유동화를 활발히 진행했다.


선박을 넘기고 받은 대금은 신규 투자에 쓰이지 않고 차입금 상환에 투입됐다. 대한해운은 높아진 선가를 감안해 신조 발주를 제한하고, 장기계약이 종료된 선박도 새로운 계약에 투입하기 보다 비싼 값에 처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대한해운이 빚 갚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급격히 불어난 차입금 탓이다. 2013년 SM그룹 편입 이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해왔는데, 글로벌 에너지기업들로부터 대형 계약을 수주하면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갔다.

특히 쉘(Shell)과의 장기대선계약은 대한해운의 포트폴리오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였지만 동시에 무거운 재무 부담을 안겼다. 2020년부터 17만4000CBM급 LNG 운반선 4척 등 척당 2억 달러가 넘는 고가 선박들을 발주했고, 이 배들이 순차적으로 인도된 2022년과 2023년 대규모 자금 집행이 집중됐던 탓이다.

2021년 유상증자를 통해 약 1865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긴 했으나 부채 증가는 피할 수 없었다. 회계상 대한해운의 선박 대부분은 금융리스인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계약(BBCHP) 형태로 들여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박 도입과 동시에 막대한 규모의 리스부채가 재무상태표에 계상됐다. 실제로 2023년 말 기준 대한해운의 금융리스부채는 2조원에 달했다. 그 해 총차입금(2조4772억원)의 대부분을 리스부채가 차지했던 셈이다.

연결 순차입금의 경우 투자가 정점에 달한 2023년 말 2조2901억원까지 치솟았다. 2021년 1조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성장통이 혹독했다. 고금리 기조로 2024년 연간 금융비용만 1500억원을 넘으면서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공격적인 자산 매각과 차입금 상환은 두드러지는 재무지표 개선으로 이어졌다. 2025년 9월 말 기준 대한해운의 연결 순차입금은 1조1689억원으로 집계됐다. 약 2년 만에 1조1211억원의 빚을 줄였다.

다만 2023년 9월 이후 신조 발주를 멈춘 만큼 이익 창출력이 축소될 여지는 있다. 외형보다 내실을 선택한 셈이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시기에는 리스크 축소가 중요하고 유동성이나 부채 관리를 해놓아야 여러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해운 시황이 달라지먄 경영 판단에 따라 신조 발주, 선대 개편 등에 드라이브를 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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