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의 선박 엔지니어링 계열사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6년 출범 이후 연간 매출 증가세가 단 한 번도 꺾이지 않았다. 그룹 조선업과 연관된 캡티브 수요를 바탕으로 안정적 성장궤도를 달리고 있다.
친환경 선박개조는 출범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미래 동력으로서 기대를 받는다. 사업 매출의 성장세는 예상보다 더디지만 해상 환경규제 강화 추세를 고려할 때 성장 잠재력은 확실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디지털 솔루션사업도 장기적인 실적 기여도 확대의 기대를 받고 있다.
◇선박 사후관리·벙커링, 성장 '견인차'의 엇갈린 전망 증권사 연구원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25년 연결기준 매출 1조9906억원, 영업이익 3516억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29.4% 증가한 수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6년 11월 정식으로 법인이 출범했다. 실질적 첫 해인 2017년 매출 2403억원, 영업이익 564억원에서 지난해에 이르기까지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021년 단 한 해만 후퇴했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체급을 불려왔다.
선박 엔지니어링 기업으로서 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현대 소속이라는 탄탄한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HD현대는 HD현대중공업(옛 HD현대미포 포함)과 HD현대삼호 양사 합산 기준으로 국내에서 선박 건조량이 가장 많은 조선그룹이며 이들이 건조한 선박의 사후관리, 즉 AM(애프터마켓)사업은 자연스럽게 HD현대마린솔루션의 몫이 된다.
선박 급유(벙커링)사업도 AM사업과 함께 HD현대마린솔루션의 실적 성장세를 지탱하고 있다. 이 사업은 HD현대그룹의 신조 선박이 인도 출항시 필요한 연료를 정유 계열사 HD현대오일뱅크로부터 구매해 공급하는 단순한 사업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사업부문은 △AM △벙커링 △친환경솔루션 △디지털솔루션 등 4개로 구성돼 있다. 이 중 AM과 벙커링이 매출 기준 9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1조466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AM부문이 6905억원(47%), 벙커링부문이 5863억원(40%)을 각각 담당했다.
다만 두 사업은 향후 성장의 방향성이 엇갈릴 공산이 크다. AM사업은 HD현대그룹의 선박 건조량 증가 및 글로벌 선복량 증가의 수혜를 누리며 성장을 지속하는 반면 벙커링사업은 선박연료의 친환경화로 인해 향후 매출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벙커링사업은 국제유가의 변동성 탓에 이익 기여도는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24년 IPO 당시 벙커링사업을 두고 "최근의 강화되는 ESG 기조에 배치되는 사업"이라며 "사업의 인위적 확장을 지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지금의 실적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 벙커링사업을 대체할 신성장동력을 육성해야 함을 의미한다.
◇친환경솔루션·디지털솔루션, 실적 성장 가시화는 언제 HD현대마린솔루션에게 벙커링사업의 비중을 대체할 신성장동력으로 친환경 선박개조(친환경솔루션)사업이 있다. 선박 배기가스의 탈황장치나 선박평형수의 유기물질 처리장치 등 친환경 선박설비를 선박에 추가로 장착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애초 HD현대마린솔루션의 출범 당시부터 빠르게 주력사업으로 자리잡아 실적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당시만 해도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유 황 함량 규제(IMO2020)가 글로벌 해사시장의 큰 화두였고 선박 배기가스에 포함된 황을 씻어내는 설비인 ‘스크러버’의 설치가 해답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스크러버 작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오염수의 배출이 문제가 되면서 선주사들은 스크러버 설치를 선호하지 않게 됐다. 이에 HD현대마린솔루션의 친환경솔루션사업도 아직은 기대만큼의 성장세를 보이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3분기 친환경솔루션사업의 매출은 1247억원으로 매출 비중이 9%에 불과했다.
다만 이 사업부문의 성장 전망 자체는 여전히 밝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LNG추진선이 대세가 되는 선박시장의 흐름에 맞춰 LNG의 재액화장치나 재기화장치 개조, 노후 LNG운반선의 부유식 LNG 저장설비(FSU) 개조 등 신사업을 발굴해냈다. 이 중 FSU 개조사업은 지난해 수주한 물량의 매출 반영이 올해부터 시작돼 본격적으로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디지털솔루션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선도 나온다. 이 사업은 선박 통합제어시스템과 스마트선박 솔루션의 설치 등을 담당하는 사업이다. 작년 1~3분기 매출은 651억원으로 비중이 4%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선박의 디지털화는 선주사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실질적인 서비스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선제적으로 적용한 선박들을 통해 해상 기상안내서비스와 연계한 운항 안정화나 최적 경로 설정을 통한 연료비 절감 등 효과가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스마트선박 솔루션이 설치된 선박들의 운항정보를 총괄하는 디지털 관제센터를 운용하면서 인공지능 기술의 접목 등으로 서비스를 지속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4년 포스코와 팬오션 등 해운사와 상업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SK해운과 현대글로비스 등으로 고객사를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