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현대그룹에서 정기선 회장의 오너십이 가장 짙게 묻어나는 계열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회장이 출범을 주도했을뿐만 아니라 직접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본격적인 성장의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정 회장은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며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으나 이후로도 미등기임원으로 HD현대마린솔루션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오너의 지휘 아래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실적뿐만 아니라 그룹의 해양전략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가치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성장 변곡점 됨 2건의 사업양수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옛 현대중공업의 조선, 전기전자, 엔진 등 사업부에 파편화돼있던 사후관리(A/S)사업의 일괄 양수를 통해 2016년 11월28일 공식 출범했다. 최초 사명은 현대글로벌서비스로 당시 현대중공업 전무로 일하던 정기선 회장이 출범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2017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2018년 1월부터 HD현대마린솔루션의 대표이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가 그룹 내에서 최초로 역임한 계열사 대표이사다. HD현대마린솔루션을 이끌며 정 회장은 2건의 사업양수를 진행했는데 이는 HD현대마린솔루션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투자결정으로 평가받는다.
먼저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8년 4월 계열사 현대힘스로부터 벙커링(선박연료유 공급)사업을 24억원에 양수했다. 2017년 현대힘스 벙커링사업은 매출 868억원을 올렸으나 사업부문의 자산총계가 72억원인데 비해 부채총계가 이보다 큰 82억원으로 집계돼 재무적 관점에서는 가치가 크지 않았다. 양수가액이 24억원에 불과했던 이유다.
벙커링사업은 현재 HD현대마린솔루션의 외형 성장에 기여도가 높은 사업부문으로 자리잡았다. 2024년 HD현대마린솔루션은 벙커링사업에서 매출 7055억원을 냈다. 양수 당시보다 713% 급증한 것이며 그 해 전사 연결기준 매출 1조7455억원의 40%에 해당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20년 5월 HD현대중공업(당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선박제어사업도 120억원에 양수했다. 이 사업은 원래 HD현대중공업이 2019년 7월 HD현대일렉트릭으로부터 189억원에 양수한 것으로 자산 평가액이 최초 양수 당시 266억원에서 HD현대마린솔루션으로 양도할 때는 212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성장이 정체돼 있었다.
선박제어사업은 현재 HD현대마린솔루션의 디지털솔루션부문에 해당한다. 2024년 사업부문 매출은 707억원으로 전사 매출비중이 4%에 불과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사업과 관련해 당장의 실적 공헌도보다 미래 전략적 가치에 더욱 주목한다.
◇디지털솔루션, 그룹 해양전략의 중심으로 정기선 회장은 2023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3'에서 HD현대그룹의 미래 해양전략 '오션 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 바다의 대전환)'을 공개했다.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은 △오션 모빌리티(친환경 선박) △오션 와이즈(선박 운항 솔루션) △오션 라이프(자율운항 기반 선박) △오션 에너지(해양 에너지) 등 4개 핵심 비전으로 이뤄졌다. 이 중 오션 와이즈(Ocean Wise)를 담당하는 곳이 바로 HD현대마린솔루션 디지털솔루션부문이다.
오션 와이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개발한 선박 운항 플랫폼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플랫폼은 최적 항로의 안내를 통해 연료비와 탄소 배출량을 절감하고 선박 성능분석과 해상 규제 관련 보고서의 작성 등 기능을 담은 선박 관리의 '토털 솔루션'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24년 포스코와 팬오션 등 해운사와 오션 와이즈의 상업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SK해운과 현대글로비스 등으로 고객사를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해상 환경규제의 강화 및 연료비용 관련 불확실성의 증대 추세를 고려할 때 오션 와이즈의 상업 성과는 갈수록 커질 가능성이 높다.
HD현대그룹은 선박 자율운항기술 계열사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Hi-NAS)와 오션 와이즈를 연계해 선박 자율운항 관련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그룹의 미래 해양전략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정 회장은 2021년 말 임원인사를 통해 그룹 지주사 HD현대와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에 내정되면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에서는 물러났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미등기임원으로서 HD현대마린솔루션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실적 성장과 전략적 가치 증대는 여전히 오너십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는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