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마린솔루션은 상법상 기준에 미달함에도 이사회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조항들을 준수하는 등 기업지배구조(거버넌스) 고도화에 적극적이다. 이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상 핵심지표 준수율이 1년 사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제고를 밸류업 프로그램(기업가치 제고계획)의 목표 중 하나로도 내세우고 있다. 목표 준수율까지 단 1개 지표의 추가 준수만 남은 가운데 정관 변경을 통한 배당의 예측가능성 제공이 현실적인 목표인 것으로 파악된다.
◇규모 미충족에도 선진적 이사회 구성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24년 5월 코스피 상장에 앞서 2023년 11월23일 권정훈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류석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 학부장, 박찬중 전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사장, 윤현철 예일회계법인 회장 등 4명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이와 함께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ESG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설치했다.
당시 HD현대마린솔루션은 비상장사였던 만큼 사외이사의 선임 및 소위원회 설치의 의무가 없었다. 최초로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들인 것이다. 이를 통해 사외이사 4명에 이기동 대표이사와 김정혁 사내이사 등 사내이사 2명, 당시 2대주주 KKR의 박정호 한국 총괄대표까지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는 7인의 이사회가 구성됐다.
상법상 대규모 법인(별도기준 자산총계 2조원 이상)에 해당하는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3명 이상 선임해야 하며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 감사위원회와 사추위의 설치 역시 의무사항이다. 이는 사내 경영진으로부터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다. 그런데 HD현대마린솔루션의 경우 단순히 상장만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이사회의 구성을 갖췄다고 볼 수는 없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23년 말 별도기준 자산총계가 5869억원에 불과했다. 상장을 통해 3711억원의 자본이 유입된 2024년 말 기준으로도 1조329억원이며 2025년 3분기 말 기준으로는 1조344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상법상 기준인 2조원과 상당한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령 기준을 준수하는 이사회를 구성한 것이다.
HD현대그룹에는 HD현대마린솔루션 이외에도 HD현대마린엔진과 HD현대에너지솔루션 등 2곳의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가 있으며 이들 역시 상법상 기준에 도달하지 않았음에도 의무를 준수하고 있다. 즉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사회 구성과 관련한 그룹 차원의 정책에 선제적으로 발을 맞추며 기업지배구조 고도화의 의지를 보인 것이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으로도 HD현대마린솔루션 이사회는 기존 이사진에서 임기 만료로 물러난 박정호 기타비상무이사를 제외한 6명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사외이사 4명의 경우 윤현철 권정훈 2명의 사외이사가 2026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나 재직 기간이 상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한도인 6년에는 미달하는 만큼 연임 가능성이 충분하다.
◇2028년 거버넌스 목표 달성 눈앞, 주총서 정관 변경 다룰까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24년 12월 발표한 밸류업 계획에서도 기업지배구조 선진화의 목표를 제시했다. 2028년까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상 핵심지표 준수율 9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2024년 HD현대마린솔루션이 발간한 첫 보고서에서의 핵심지표 준수율은 66.7%로 15개 지표 중 10개 지표를 준수했다. 이듬해 발간한 2025년 보고서에서는 3개 지표를 추가로 준수하면서 준수율이 86.7%까지 높아졌다. 추가 준수 지표는 △전자투표제 실시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 설치 등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25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이어 정기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를 통해 기존 이기동 대표이사 대신 윤현철 사외이사를 새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며 사내 경영진과 이사회 리더십을 분리했다.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는 내부감사를 수행하는 조직, 즉 감사위원회의 지원조직을 의미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24년 하반기에 감사위원회지원과를 설치해 해당 지표를 준수했으며 2025년 2월 내부감사지원과를 추가로 설치해 감사위원회 지원에 힘을 더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2025년 보고서에서 준수하지 않은 2개 지표는 집중투표제 채택과 현금배당의 예측가능성 제공 등이다. 둘 중 하나만 추가로 준수해도 준수율이 93.3%까지 높아져 밸류업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집중투표제 채택보다 배당 예측가능성 제공 지표의 준수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본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HD현대그룹 차원에서 준수하지 않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 역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주식의 빈번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상장회사의 경우 긍정적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며 제도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배당 예측가능성 제공 지표는 준수를 위해 배당기준일을 주주총회 혹은 배당금액이 결정된 이사회의 결의일 이후로 정하는 방식의 정관 변경이 필요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결산배당의 경우 이미 예측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분기배당과 관련한 정관만 변경하면 해당 지표의 준수가 가능하다.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와 관련한 안건의 상정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