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열 에너지 관리 솔루션 기업 한온시스템이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을 대폭 줄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과거 사모펀드 체제에서 연구개발을 통해 외형 확대에 총력을 기울였다면 한국앤컴퍼니그룹에 편입된 이후에는 ‘내실 경영’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한온시스템은 올해도 비용 통제를 이어가며 수익성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매출 대비 R&D 비중 2024년 4.9%→2025년 3.8%로 축소 4일 한온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의 연구개발비는 4150억원이다. 전년(4890억원) 대비 15.1% 감소한 수치다. 해당 금액은 사내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을 포함한 R&D 관련 비용 ‘총액’이다. 최근 5년간 한온시스템의 연구개발비 추이를 보면 2021년 3440억원, 2022년 3900억원, 2023년 4420억원, 2024년 4890억원으로 매년 증가세였다. 이 같은 흐름과 비교하면 지난해의 R&D 비용 축소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하락했다. 2021년 4.7%, 2022년 4.5%, 2023년 4.6%, 2024년에는 4.9%에 육박했으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3.8%까지 낮아졌다. 비용의 절대 규모와 매출비 비중이 동시에 쪼그라든 것이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비용 자산화 범위다. R&D 비용 자산화 범위를 보수적으로 줄이고 있다. 기업들은 분기마다 연구개발비용 총액에서 국가보조금을 차감한 뒤 개발비(무형자산) 또는 판매관리비(비용)로 비용을 계상한다. 기업별 회계 처리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온시스템은 과거 R&D 비용의 약 50%를 자산화했지만 2025년 2분기에는 40%, 4분기에는 31%까지 낮췄다. 개발비(무형자산)로 인식하기보다는 제조경비로 비용 처리를 늘렸다고 볼 수 있다.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면 당장의 판매관리비 부담은 줄어들지만, 이후 일정 기간 감가상각 부담이 발생한다. 이전보다 보수적인 회계 처리 기조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온시스템은 글로벌 연구개발본부 산하에 △북미 혁신센터 △AP 혁신센터(아시아) △유럽 혁신센터를 두고 대륙별 거점을 중심으로 현지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 왔다. 특히 친환경차 시장을 겨냥한 투자에 집중하며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관리하는 열관리 시스템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외형을 키웠다. 이에 힘입어 매출은 2021년 7조3514억원에서 2022년 8조6277억원, 2024년 9조998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다만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공급망 불안 등 여파로 원가 부담이 확대된 영향이다. 영업이익률은 2021년 4.4%에서 2022년 3%, 2024년에는 1%까지 주저앉았다.
◇사모펀드 벌크업 중요, 한국앤컴퍼니그룹에서 전방위 ‘효율화’ 엑시트를 중시하는 사모펀드 체제 특성상 ‘벌크업’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최우선 과제였던 것과 달리 지난해 초 한국앤컴퍼니그룹 계열로 편입되면서 경영 기조가 180도 달라졌다는 평가다.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고 효율성 제고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2014년 전략적 투자자(SI)로 한온시스템 지분 19.49%를 확보한 뒤 지난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로부터 구주 매입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분율을 54.77%까지 끌어올리며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실제 한온시스템은 R&D 비용뿐 아니라 자본적 지출(CAPEX)도 축소하고 있다. 유형자산 순설비투자는 2022년 3750억원, 2023년 416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3720억원으로 줄었고, 2025년에는 전년 대비 1000억원 이상 감소한 244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맞물려 원가 절감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이 역시도 '수익성'을 강화하는 취지다. 지난해 상반기 91.9%였던 매출원가율은 하반기 89.5%로 2.4%p 낮아졌다. 고객사와의 재협상을 통해 판가를 조정한 결과다. 한온시스템은 오는 2028년까지 원가율을 85% 수준으로 낮추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설명이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부채비율을 안정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게 중단기 목표”라면서 “올해도 수익성 개선 기조는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