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재무전략 분석

LG유플러스, 5G서 아낀 돈 데이터센터로 재분배

CAPEX 2조 하회, 잉여현금만 7000억…AIDC 설립에 6000억 베팅

고진영 기자  2026-03-20 10:01:21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LG유플러스가 5G망 구축을 마무리하면서 2년 연속 대규모 잉여현금을 남겼다. 회사는 본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다시 AI 데이터센터와 기업인프라사업에 집중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화된 통신업을 넘어설 신성장동력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LG유플러스의 자본적지출(CAPEX)은 2025년 말 연결 기준으로 1조9838억원에 그쳤다. 2024년까지 5년간 연평균 2조8000억원 이상을 썼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감소했다. 과거 5G 전국망 구축에 쏟아붓던 대규모 투자부담이 해소됐다는 뜻이다.

덕분에 회사 금고에도 빠른 속도로 현금이 쌓이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잉여현금흐름은 2023년 2493억원(배당금 지급 후 기준)이 순유출됐다. 하지만 이듬해 6461억원 플러스로 돌아섰고 작년 역시 7005억원을 기록, 2년 연속 대규모 순유입에 성공했다.


여유 현금 일부는 재무구조 개선에 쓰이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총차입금은 과거 5G 도입 초기 투자와 CJ헬로(현 LG헬로비전) 인수 여파 등으로 2023년 말 7조3761억 원까지 치솟았지만 매년 꾸준히 감소하면서 지난해엔 7조369억원을 나타냈다.

나머지 현금이 향하는 곳은 신성장 동력인 비통신 부문, 인공지능(AI)과 기업인프라사업으로 짐작된다. 현재 LG유플러스의 본업인 유무선 통신시장은 사실상 포화 상태에 달했다. 이미 휴대폰가입자 중 5G 비중이 80%를 넘는다. 여기에 알뜰폰(MVNO)으로의 가입자 이탈과 OTT 확산까지 맞물리면서 기존 통신시장의 구조적 성장은 한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자본배분 전환의 핵심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투자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2023년 평촌 데이터센터(IDC) 준공에 이어, 경기도 파주에 신규 AIDC를 구축할 계획이다. 내년 5월까지 최대 6156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 통신망에 집중됐던 자본을 AI 인프라로 이동시켜 새 동력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인프라사업은 이미 뚜렷한 성장 궤도에 올랐다. 기업전용회선과 인터넷, AI, 데이터센터 위탁운영 등을 포함하는 기업인프라부문은 매출이 2021년 1조4930억원에서 2025년 1조8080억원으로 4년간 21.1% 성장했다. 신규 데이터센터 가동 계획까지 감안하면 앞으로도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부문이다.

문제는 데이터센터시장은 LG유플러스가 수십년간 이어온 통신서비스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데 있다. 통신업은 3사 과점체제가 확고하다 보니 막대한 초기 설비투자, 주파수 할당비용 등 진입장벽 덕에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올 가능성이 낮다. 통신 3사의 안정적인 과점 체제가 보호받는 구조라는 의미다.

반면 데이터센터 시장은 글로벌 빅테크와 부동산 운용사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완전 경쟁 시장으로 봐야 한다. 통신망처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인프라를 구축해 놓는다고 해서 가입자가 자연스럽게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파주 AIDC에 투입되는 6000억원대 투자금이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오히려 감가상각비가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5G에서 아낀 돈을 AI, 기업인프라부문에 다시 투자하는 것은 통신업 한계를 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파주 AIDC를 가동한 뒤 인프라사업 매출이 의미 있게 증가하고 수익성까지 뒷받침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