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본연의 역할인 서민금융 기능 강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장기화되면서 업권 전반의 건전성 관리가 화두로 떠오른 영향이다. 고위험 부동산 대출 비중을 줄이고 정책대출과 중금리대출을 확대해 지역 서민과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이 같은 정책 기조 속에서 신한저축은행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0년 보증보험 1위에 오른 이후 조달 경쟁력을 기반으로 정책금융 중심의 독자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특히 최근 저축은행업계가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적자 국면에 빠진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면서 지주계 저축은행의 성장 모델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정책금융 중심으로 가계대출 체질 전환 신한저축은행의 전신은 토마토저축은행과 예한별저축은행이다. 두 곳 모두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 부실이 심화돼 정리금융기관으로 지정된 곳이다. 신한금융그룹은 2011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자산·부채 인수 방식으로 이들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먼저 편입된 법인은 토마토저축은행이다. 신한금융은 2011년 12월 토마토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사명을 신한저축은행으로 변경했다. 이어 2012년 예한별저축은행을 추가로 흡수합병하면서 현재의 통합 신한저축은행 체제를 구축했다.
통합 이후 신한저축은행은 사업 구조를 빠르게 재편했다.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노하우를 접목해 가계대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한 게 골자다. 2015년 30%에 못 미치던 가계대출 비중은 2018년 50%를 넘어섰고 이후 60% 이상을 유지했다. 2024년 말 기준으로는 8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특히 중·저신용자 대상 서민금융을 중심으로 외형을 키웠는데 핵심 축이 바로 정책금융 대출이다.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대표적인 정책대출은 햇살론과 사잇돌2다. 해당 상품은 차주의 상환 능력이 낮더라도 서민금융진흥원 등의 보증을 통해 대출금의 상당 부분을 보전받을 수 있어 금융사 입장에서 안정성이 높은 구조다.
신한저축은행은 2020년 보증대출 부문에서 SBI저축은행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라섰다. 부동산 호황기 당시 다수 저축은행이 부동산담보대출 확대에 집중할 때도 정책대출 중심 전략을 유지한 결과다.
정책대출은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안정적인 자산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보증대출 잔액은 2020년 6506억원에서 2021년 7777억원, 2022년 9277억원, 2023년 1조245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최근에도 1조1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주계 벤치마킹 확산, 금리 경쟁도 치열 신한저축은행이 정책대출 비중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금융지주 계열이라는 구조적 강점이 자리잡고 있다. 그룹 차원의 개인신용평가모형(CSS)과 데이터 인프라를 활용해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 평가를 정교화할 수 있었다. 자체 역량이 부족한 중소형사와 달리 안정적으로 가계대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조달 경쟁력 역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모그룹의 브랜드 신뢰도와 계열사 연계 상품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수신을 확보할 수 있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과 연계한 자금 유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조달 구조 측면의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다.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업황이 악화되자 신한저축은행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도 확산했다. 실제로 하나·KB·우리금융·NH·IBK 등 주요 지주계 저축은행들은 2022년 이후 본격적으로 보증대출을 중심으로 한 정책금융 확대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보증대출을 둘러싼 금리 경쟁도 심화됐다. 중소기업 대출 영업이 위축되고 가계대출 총량 규제까지 적용되면서 보증대출이 대안적 수익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다만 보증대출은 본래 수익성이 높은 상품이 아닌 만큼 경쟁이 과열되자 신한저축은행은 취급 규모를 조절하며 속도 관리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업계에서는 신한저축은행의 전략이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외형을 확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신한저축은행 모델을 참고해 안정적인 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