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신한금융 진옥동 체제 2기

'포스트 진옥동'은 누구, 차기 구도 '안갯속'

③굳어지는 '은행장→회장' 직행 관행…부회장제 없어 장단점 뚜렷

조은아 기자  2026-04-23 07:46:18

편집자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 3년도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3년은 한층 만만치 않은 시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 임기가 지속가능한 경영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중장기적으로 그룹의 가치 증대를 고민해야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진 회장 체제 2기가 본격화한 지금 신한금융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국내 금융지주에겐 내부 후계자를 육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로 꼽혀왔다. 주인 없는 회사인 탓에 오랜 기간 외풍에 시달려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다른 곳과 비교하면 외풍에서 자유로운 편이었지만 자신의 임기 동안 차기 회장을 내부에서 육성하려는 노력은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무난히 연임에 성공했지만 후계자 양성이라는 큰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해 신한금융의 회장 후보 숏리스트를 살펴보면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제외하면 미래 신한금융을 이끌 차기 리더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약점이 노출됐다. 최소 2명 이상의 후보가 선의의 경쟁을 벌여왔던 다른 금융지주와 다른 점이다.

◇굳어지는 '은행장→회장' 직행 관행

지난해 말 신한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서 숏리스트엔 모두 4명이 포함됐다. 현직 회장인 진옥동 회장과 정상혁 행장,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그리고 공개되지 않은 외부후보 1명이다. 정상혁 행장은 예상대로 고배를 마셨지만 오히려 그룹 내 입지는 한층 공고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금융은 회장 자리를 놓고 현직 회장과 현직 은행장이 경합하는 구도다. 그간 신한금융 회장 승계 과정을 살펴보면 지주 회장이 경영 성과를 입증하고 별다른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으면 무난히 연임에 성공했다.

세대 교체론이 불거질 경우엔 은행장에게 자리를 넘기는 관행이 자리를 잡았다. 실제 역대 회장을 보면 모두 은행장 출신이 자리에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다른 계열사 후보들이 아예 숏리스트에서도 배제되면서 이런 구도는 한층 굳어졌다.

다른 계열사 대표는 좀처럼 회장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신한카드 대표였던 위성호 전 행장과 강대석 전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 대표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임영진 전 신한카드 대표는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나 숏리스트에 포함됐지만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한 전 회장은 은행장이 아닌 신한생명(현 신한라이프생명) 대표 출신이지만 신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은퇴 후 돌아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은행장 경험이 없는 양종희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는 KB금융과 대조된다. KB금융은 양종희 회장이 내정되기 직전까지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지낸 경험이 있는 부회장들이 경합하는 구도가 이어졌다. 이들에게 그룹 차원의 중요한 과제를 부여하고 경영능력을 검증했다. 결국은 또 은행장 출신이 회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그룹 안팎의 예상을 깨고 양종희 회장이 최종 회장에 올랐다.

◇부회장제 없는 신한금융, 차기 후보는 '안갯속'

신한금융은 KB금융이나 하나금융과 달리 부회장제 혹은 부문장제를 따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 금융지주에서 부회장제는 단순히 직급 하나 더 두는 게 아니라 차기 회장 후보를 공식적으로 관리하는 장치다. 외부 후보의 진입을 막는다는 점에서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장점이 더 많다.

주요 계열사 대표를 거친 뒤 부회장으로 승진하기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 경영 능력이 검증됐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승계의 예측 가능성도 높여 경영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금융 당국의 압박 때문에 현재 공식적으로는 모든 금융지주에서 사라졌지만 그 취지는 남아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에선 부회장제와 유사한 부문장제를 운영 중이다. KB금융에선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 등 주요 자회사에서 대표이사를 지냈던 인물들이 현재 지주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이재근 전 국민은행장은 현재 글로벌부문장, WM·SME부문장을 맡고 있으며 이창권 국민카드 대표이사는 미래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다.

하나금융에서도 3명의 부문장이 사실상의 부회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모두 과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됐던 이력이 있다. 하나금융 안팎에선 이들 중 하나가 차기 회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한금융에서 다른 계열사 대표들이 상대적으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정상혁 행장의 입지는 점차 공고해지고 있다. 그는 올해 취임 4년차를 맞았다.

다만 그를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하기엔 걸림돌이 남아있다. 진옥동 회장의 임기는 2029년 3월까지다. 2028년 말 다음 회장 선임을 위한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상혁 행장이 그때까지 은행장 자리를 지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신한금융 역시 KB금융의 이재근 글로벌사업부문장 사례처럼 은행장 이후의 다음 '스텝'을 준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