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그룹은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하는 인사 기조를 보였다. DL그룹의 핵심 회사인 지주사 DL과 DL이앤씨(건설), DL케미칼(화학) 등 3곳 모두 외부 출신 CFO에게 재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다만 이는 지난해까지만 이어진 기조이며 올해는 내부 인재를 중용하며 그 흐름이 바뀌었다. 올해 3사 CFO가 일제히 바뀌면서 1980년생 CFO도 등장해 세대교체 바람이 일었다.
THE CFO는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상위 12위 한진부터 21위 셀트리온의 CFO 현황을 조사했다. 지난해 말 기준 20대그룹 56개사의 CFO가 대상이며 공식적으로 CFO 보직이나 재무임원을 두지 않은 회사는 경영기획총괄, 관리·공시담당 등을 포함했다. 연령대, 학력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인물은 관련 통계에서 제외했다.
재계순위 19위의 DL그룹은 2021년 DL은 건설사업부문과 석유화학사업부문을 각각 DL이앤씨와 DL케미칼로 분할하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해욱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DL그룹 지분구조상 최상위회사인 대림을 지배하고 대림 아래 지주사 DL, DL 산하에 각 사업의 중간지주사격의 사업 자회사 DL이앤씨·DL케미칼 등이 배치된 형태다. 이중 지주사는 DL과 DL이앤씨 등 두곳이다.
이들 두 회사와 비상장사 DL케미칼을 포함한 핵심 3사의 CFO는 지난해 기준 모두 외부 영입 인사였다. 지주사 DL의 김택중 CFO는 2020년 대림의 부동산부문 대표로 영입됐다. 김 CFO는 딜로이트안진에서 인수합병(M&A) 업무를 경험했고 현대증권에서 투자금융(IB) 본부장을 맡는 등 자본시장에 정통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현대그룹에서 그룹 CFO와 에이블현대리조트 대표까지 역임하고 대림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룹 최상단 회사인 대림에서 부동산부문 대표, 투자부문 대표 등을 두루 경험한 뒤 지난해 DL로 넘어와 CFO를 맡았다. 지주사 전환 이후 외부 영입 인사가 DL CFO로 선임된 첫 사례다.
본래 DL CFO는 그룹 내부인사인 정재호 전무가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DL케미칼이 지분 50%를 보유한 여천NCC가 지난해 상반기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지자 DL그룹은 정확한 재무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긴급히 정 전무를 여천NCC의 상근임원인 기획총괄로 보내는 인사를 냈다. 8월 초 단행한 해당 인사의 후속으로 김 CFO가 DL 재무총괄로 선임된 것이다.
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DL이앤씨와 DL케미칼 역시 영입 인재에게 CFO직을 개방했다. DL이앤씨에는 김생규 재무관리실장이 CFO로 이름을 올렸다. 김 실장은 서브원, LX판토스, LF푸드 등 범LG가 계열사에서 재무라인 임원으로 재직하다 2024년 DL이앤씨에 합류했다. 김 실장의 전임 CFO인 박경렬 실장 역시 아워홈, 깨끗한나라 등을 거친 외부 영입 인사였다.
DL케미칼의 이진욱 CFO는 BNP파리바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을 거쳐 2019년 DL 유화사업부 임원으로 영입돼 석유화학 사업 재무라인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DL케미칼이 별도 법인으로 분할·출범하고 그 다음해부터 CFO직을 맡기 시작했다. 이 CFO는 DL케미칼뿐 아니라 DL에프엔씨, 폴리미래 등 DL케미칼이 출자한 회사들의 감사직도 병행하며 석유화학 사업 전반의 재무를 책임졌다.
이렇듯 2020년대 들어 외부 영입 인사로 채우던 DL그룹 CFO진은 올해 들어 내부 인재 중용으로 그 흐름이 변화했다. 그룹은 불확실성 속 경영환경 극복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는데 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재무라인 인사를 과제 해결의 적임자로 본 셈이다.
현재 DL과 DL이앤씨의 CFO는 대림의 CFO를 맡던 김영훈 전무가 수행 중이다. 20년 가까이 DL그룹에 몸담은 그는 2021년 상무 승진과 함께 대림 CFO직에 올랐고 이후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 그룹 최상단 회사의 재무를 책임진 만큼 계열 전반의 재무흐름에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DL케미칼 CFO는 현재 송원호 재무담당이 맡았다. 지난해 하반기 이진욱 CFO가 동원그룹으로 이직하며 송 담당이 CFO 자리를 이어받았다. 송 CFO 역시 옛 대림산업 시절부터 20년여년 동안 건설사업부와 석유화학사업부에서 재무 경력을 쌓은 내부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송 CFO의 선임으로 DL그룹에는 1980년대생 CFO가 등장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생이 주류를 이루던 DL그룹 CFO 명단에 1980년생인 송 CFO가 이름을 올려 재무라인의 세대교체를 알렸다. 지난해까지 DL그룹 CFO를 맡던 김택중 CFO와 김생규 CFO는 모두 1968년생이었으며 이진욱 CFO는 1975년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