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이 비주력 사업과 자산을 정리하는 동시에 핵심 소재 사업을 코오롱인더스트리로 집중시키는 리밸런싱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코오롱글로텍 인조잔디 사업부 매각 추진은 단순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자본 재배치(Capital Reallocation)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글로텍은 인조잔디 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에스앤비인베스트먼트와 로터스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카브아웃(Carve-out)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거래는 3분기 내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인수 측은 프로젝트 펀드 결성을 통해 인수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비주력 사업 정리 통한 자본 효율화 코오롱글로텍은 과거 자동차 소재·부품, 인조잔디, 카매트, 골프장 운영, 호텔·리조트, 임대사업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해 왔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비핵심 사업을 단계적으로 정리하며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고 있다. 2019년 위생용 부직포 소재 사업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코오롱화이버를 사모펀드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핵심 사업이던 자동차 소재·부품 사업을 인적분할 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흡수합병했다.
자동차 소재·부품 사업은 분할 직전 연도 기준 코오롱글로텍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주력 사업이다. 사업 이전 이후 코오롱글로텍의 연결 매출은 2024년 8168억원에서 2025년 2467억원으로 급감했고, 자산 규모 역시 1조원을 웃돌던 수준에서 8000억원대로 축소됐다.
이번 인조잔디 사업부 매각까지 완료될 경우 코오롱글로텍은 사실상 레저사업과 일부 생활소재 사업 위주의 회사로 재편된다.
재무구조 측면에서는 체질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자동차 소재 사업 이관 과정에서 약 2000억원 규모 차입금이 함께 코오롱인더스트리로 이전되면서 코오롱글로텍의 부채비율은 2024년 128.6%에서 지난해 말 42.1%까지 하락했다. 현재 차입금 규모도 해외법인 관련 차입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규모는 줄었지만 자본 효율성은 오히려 높아진 구조"라며 "수익성과 전략적 중요도가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그룹 핵심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소재 계열사 통합으로 밸류체인 강화 코오롱글로텍의 이번 카브아웃 딜은 최근 코오롱그룹이 추진하는 소재 사업 재편의 대표적인 사례다.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코오롱글로텍 자동차 소재 사업을 코오롱인더스트리로 이관한 데 이어 올해 초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전문 계열사 코오롱ENP도 흡수합병했다.
코오롱ENP 역시 합병 이전 복합소재 사업 일부와 상주공장 부동산 등 비핵심 자산을 선제적으로 정리했다. 이후 핵심 사업인 POM, PA, PBT 등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사업만 코오롱인더스트리에 편입됐다. 이는 소재 사업 전반을 코오롱인더스트리 중심으로 수직 통합해 규모의 경제와 연구개발(R&D)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그룹 내 소재 계열사들은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거나 축소하고, 핵심 제조 역량은 코오롱인더스트리로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반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공격적인 신사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표 사례가 인공지능(AI) 반도체용 고성능 인쇄회로기판(PCB)에 적용되는 변성폴리페닐렌옥사이드(mPPO) 사업이다. 회사는 김천2공장 증설에 약 340억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코오롱생명과학으로부터 관련 기술 자산을 170억원에 인수했다.
mPPO는 AI 서버용 고다층 기판에 사용되는 차세대 동박적층판(CCL)의 핵심 절연 소재로 평가받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하반기 양산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도 산업자재 부문의 국내외 생산능력 확대 등 다수의 설비투자를 진행 중이다. 투자 재원 대부분은 자체 현금흐름과 내부 유보금을 활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오롱그룹이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자본을 회수하고, 이를 성장성이 높은 첨단 소재 사업에 재투입하는 전형적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향후 과제는 잔여 비주력 자산 정리 시장에서는 우정힐스CC 매각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코오롱글로텍은 자회사 그린나래를 통해 우정힐스CC와 라비에벨CC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우정힐스CC는 수년째 잠재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만약 인조잔디 사업 매각과 골프장 자산 정리가 이어질 경우 코오롱글로텍의 역할은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코오롱글로텍 역시 코오롱ENP와 유사하게 코오롱인더스트리에 흡수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결국 코오롱그룹의 최근 사업 재편은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 비주력 자산을 현금화하고 핵심 소재 사업에 자본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요약된다. 핵심은 몸집 축소가 아니라 자본수익률(ROIC)을 높이는 방향으로 그룹 자원을 재배치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