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재무관리자(CFO)에게 금융기관은 자금 조달을 위해 상대해야 하는 대상이다. 한 기업에서 CFO가 바뀌면 금융기관들과의 관계도 바뀔 수 있다. 각 CFO별로 처한 재무 환경이 다르고, 조달 전략과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의 조달 선봉장인 CFO와 금융기관과의 관계를 취재했다. 나아가 CFO에서 시야를 기업으로 넓혀 기업과 금융기관의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LG그룹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인수합병(M&A)에 보수적인 곳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전장, 배터리 등 미래사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지만 직접 계열사를 사고 파는 부분에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여 왔다.
LG그룹이 규제 대응과 사업 재편 길목에서 반복해서 호흡을 맞춘 파트너는 호주 맥쿼리그룹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풀면서 쌓인 상호 신뢰는 최근 대규모 데이터센터 임차 계약 등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LG그룹과 맥쿼리그룹의 인연은 2020년 LG CNS 지분 매각에서 시작됐다. 맥쿼리자산운용은 2020년 4월 지주사 LG로부터 LG CNS 지분 35%를 1조19억원에 인수하면 2대 주주에 올랐다.
이 딜이 시작된 배경에는 규제가 있었다. 개정 공정거래법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LG CNS가 포함될 가능성이 불거진 탓이다. LG는 맥쿼리자산운용에게 지분을 매각하면서 84.95%였던 LG CNS 지분율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50% 아래로 낮췄다.
당시 LG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하범종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이었다. 하 사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 체제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2019년부터 사내이사 부임과 함께 재경팀장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2020년 하 사장의 직책은 재경팀장으로 확인된다.
LG그룹은 인프라 투자 노하우를 갖춘 맥쿼리자산운용을 LG CNS의 전략적투자자(SI)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당시 LG CNS 이사회 6석 중 2석을 배정받기도 했다.
LG그룹과 맥쿼리그룹이 다시 만난 건 이듬해인 2021년이다. G는 그룹 부동산시설을 관리하던 S&I코퍼레이션을 건설과 건물관리(FM)부문으로 물적분할해 정리하기로 했다. 이 역시 배경에는 LG CNS 지분 매각과 같은 공정거래법 규제가 있었다.
2021년 12월 LG는 맥쿼리자산운용에게 FM부문 보유 지분 100% 중 60%를 3642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잔여 지분 40%는 LG가 계속 보유 중이다. 건설부문은 GS건설이 인수했다.
당시 FM부문 지분 인수전은 어피니티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쟁쟁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참여했다. 안정적인 그룹 내부 매출을 기반으로 한 현금 창출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맥쿼리자산운용이 이들을 제치고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면서 LG CNS 지분 인수로 맺어진 인연이 주목받았다.
그래픽 생성: 클로드
맥쿼리자산운용 입장에서 LG그룹과 진행한 이 2건 거래는 매우 성공적인 투자였다. LG CNS는 작년 2월 약 6조원의 몸값으로 증시 입성에 성공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구주매출로 약 6000억원을 회수했고 이후 세 차례에 걸친 블록딜을 통해 잔여지분도 모두 정리했다. 배당까지 더한 총 회수액은 약 2조1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투자원금 대비 두배 이상의 원금을 회수했다.
S&I코퍼레이션 FM부문도 최근 매각을 추진 중이다. 2021년 20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2024년 기준 8500억원 수준까지 불면서 맥쿼리자산운용 보유 지분 가치가 5000억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투자 5년여만에 약 1500억원 규모의 수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LG그룹과 맥쿼리그룹의 관계는 M&A를 넘어서 확대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맥쿼리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상장펀드 맥쿼리인프라(MKIF)가 2024년 7월 경기 하남에 위치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734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 데이터센터의 전체 임차인이 LG CNS다. 맥쿼리자산운용과 LG CNS의 지분 연결고리는 끊어졌지만 다른 형태로 협력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